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지역구의원, 광역단체의원, 지역단체장, 광역단체장,
그리고 광역단체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기도 낮고, 투표 참가율도 낮다고 한다.
유권자의 낮은 정치의식과 정치과잉이 공존하는
절묘한 한국정치현실에서, 대통령보다는 자신이 살고있는 자치단체의 장을,
국회의원보다는 지역구 의회 의원을 뽑는 일이 자신의 구체적 삶과 더 밀착된 중요한
정치행위라는 사실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의 낮은 정치의식보다는 중앙정치에 매몰된
지방정치판의 종속성, 혹은 식민성이 더 큰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원천적으로는 유권자의 박탁된 후보자 선택권에 있다.
한국 정치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은
국민은 물론 정치가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만
특히나 그 모든 정치판의 모순이 집약적으로 증폭되어 나타나는 곳이
바로 지방정치판이다. 이 사실도 모르는 국민이 없지만
자질이 되지 않고 전문성도 없는 단체장, 의원 그리고
일부 토호세력이 서로 유착해서 지방권력을 독점하고
유권자는 단지 자동거수기 노릇하는데 만족하고 있는 것이
지방 정치의 현실이다.
그와같은 현실은 특정 정치세력, 특정정당의 지방 권력 독점으로 인해 야기된다.
지방권력의 특정정당 독점현상은 유권자의 정당, 정치인 선택권조차 빼앗고,
지방정치를 끝모를 파행과 부패의 나락으로 밀어넣는다.
지난 지방선거때 선출된 기초단체장의 47%가 뇌물 등 범죄행위로 기소되었고(230명중 110명/<경향신문> 2010.05.04), 이보다는 덜하지만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도 마찬가지로 각종 비리로 낙마하고 있다. 이는 지방 유권자들도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방은 기초단체장, 주로 토건업을 운영하는 지방의원,
그리고 지방 토호세력이라는 삼각동맹이
지방권력을 100%장악한 현실에서 군수나 시장은
황제가 부럽지 않은 무소불의의 권력을 전횡한다.
이런 현실에서 사실 지방에 제대로된 비판적 언론이나 시민단체도 없다.
소규모의 군단위 지자체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하다못해 군청에 잘못보이면 작은 식당하나 조차 운영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지역사회의 돈과 권력은 물론 공무원사회가 지역의 유일한 두뇌집단이자,
최고의 소비집단이기조차한 현실에서, 그 우두머리인 단체장은
소규모 지자체의 모든 사안에 개입하고 장악하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은 모두 관급공사나 납품에 목을 메고,
토호세력의 유착고리에 한 발 들이지 않고는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선거판은 줄서기판이되고, 눈치보기판이 된다.
무력화된 유권자의 정당, 정치인 선택권은 바로 그 토호세력에게 넘어가 있다.
어쩌면 오히려 유권자 스스로 자신의 투표권을 토호 기득권 세력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런지도 모른다.
군사정권과 그 맥을 잇는 정치세력이 아직도 지역 차별을 통한 분할통치를 획책하고 있고
그 영향이 고스란히 지방정치를 그 근본에서부터 기형화, 무력화하게 했다.
지방의 정치지망생 모두가 특정 정당에 공천 신청을 하고,
공천은 곧 당선이다. 후보자는 유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오직 특정정당의 외형을 갖춘 지역사회의 토호세력에게
낙점되면 그 걸로 당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수준도 넘어서고 있다.
특정정당 세력말고는 그 어떤 타 정치세력이 발붙일 틈이 없는
소위 무균지대가 형성된 뒤로는 이제
지방에서 특정 정당의 의미마저 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공천과 무관하게 아무나 찍어도 당선되는 순간
특정정당의 의원이나 단체장으로 당적 세탁에 들어간다.
공천발표가 있고나면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이 모두
탈당후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뼈속까지 바로 그 정당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다.
일부지역에서 간혹 무소속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사실 이변이 아니라 특정정당의
지방권력 독점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현상일뿐이다.
100%의 정치지망생이 특정정당원이고,
100%의 후보자가 특정정당을 지지하고,
간혹 무소속당선자가 나올 경우도 100% 특정정당으로 갈아타는 현실에서
유권자의 가장 현명한 투표행위는 어떤 선택이 있을까?
사실 유권자의 선택은 투표장에 가거나, 말거나 양자택일뿐이다.
투표장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가,
어떤 정당에 찍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아무 짝에도 필요가 없다.
정치적 이슈도 없다. 정책도 없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도 없다.
천안함 조작 사건, 불교 분열 음모, 한명숙 무고사건,
검찰의 고질적이고 조직내 만연한 성상납사건,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는 실업률과 빈부격차,
대북 평화기조의 붕괴와 군사적 긴장의 고조...
그 어떤 것 하나도 이슈다 되지 못하고,
지역의 비젼이나 정책과 관련한 공약도 들어 볼 수 없다.
토호세력과 또 다른 토호세력의 싸움, 한 정당안에서의 구세력과 신세력의 싸움,
특정 집안과 집안의 싸움,그리고 중앙정치를 반영하는
소지역주의가 지배하는 지역정치 현실에서
유권자는 설 땅이 없다.
어느 면에 유권자가 더 많은지, 동일 면내서 후보자 단일화가 이루어질지 아닐지,
후보자가 어떤 학맥인지, 어느 집안인지 말고는 지방 선거의 이슈가 아무 것도 없다.
결국은 지방선거는 동일한 정치세력의 후보자들간의 돈과 인맥의 싸움이다.
이 역시 최종적으로는 돈의 싸움으로 귀착되고, 돈선거는 여전히 횡행한다.
그렇다고 선거보이콧이 의미가 있을까?
선거불참조차 정치적 의사표시행위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 현상, 시민들의 정치의식의 표현에 지나지않으며
구체적 정치현실에 영향을 주는 적극적 정치행위일 수는 없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명쾌한 대책은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찍어야되고,
도대체 최악과 구별되는 차악이 존재하기는 하나는 의문이 드는 와중에서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단지 그런 선거라면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반드시 투표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도 비례대표 선출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2지방선거, 반드시 참가해서 비례 대표만이라도
꼭 자신이 원하는 정당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꼭!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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