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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면소재지 명호농협 경제 사무실에
엔진 톱 윤활유를 사러 간길에
이웃 고계리 형님을 한분 만났습니다.
이 형님은 새마을 지도자로
청량산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저랑 같이 활동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형님께서는 평소에도 친절하고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신 분인데
이날따라 특별히 반가워하시며
잠시 부탁을 좀 할게 있다며 저를 잡아 끌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부탁을 듣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마을 기록 공원] 사업 추진 기획서를
한장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형님의 입을 통해 들은 내용에
저 자신의 생각을 곁들인 이 사업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계리는 고인돌이 많은 마을인데
그 고인돌이 개발의 여파로 하나둘 사라져 왔고 이제 몇 기 남아 있지도 않다.
마을의 유구한 역사의 상징과 같은 고인돌이 사라지듯,
마을 주민들도 계속 줄어왔다.
지금 같아선 언제 마을마저 사라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2. 마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기존 마을 구성원은 늙어가고
귀농자들이 새로 들어온다고해도 마을의 정체성, 연속성을 사라질 수 있다.
3. 따라서 지금까지의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남겨
마을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고
후대까지 마을에 대한 사랑을 보전하도록 한다.
4. 그를 위해 생존해 계신 어른들을 중심으로
앞 뒤 2~3대의 가문 조사를 해서 책으로 묶고,
지금까지 마을에 보관하고 있는 초롱계, 두레 관련 문서를 정리하여
보존 처리를 하자.
5. 내년에 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마을 전체를 돌담장을 쌓는 등 마을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마을의 요지에 평소에 마을주민의 쉼터이자,
마을 잔치 등을 열수 있는 마을광장으로 기능하는
'마을기록공원'을 만들어, 고인돌을 마을 상징물로 세우고,
그 아래 마을역사기록물 등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어 영구 보관토록하자.
여기다가 사업 추진위 구성부터, 재원조달, 사업의 절차 등을 추가하는
세부 기획을 이번 주말에 초안 수준에서 완성할 계획입니다.
사실 이번 사업 제안을 받고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지역 사회에 나름대로 대학고 나오고
도시생활의 경험도 있는 젊은 주민들이 드물지 않게 있지만
이렇게 마을 공동체의 유구한 삶에 대한 사랑과
그 미래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희생적으로 이를 복원하고 보전하는데 나서는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50대 중반의 마을 주민이 그와같은 생각을 가지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은 저에게 큰 같동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형님의 부탁을 받고 저는 흔쾌히 이 작업에 동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질적 보상은 없지만 워낙 취지가 좋은 일이다보니
저는 바로 그 마을의 주민이 아니라
이웃마을 주민일 뿐이지만
저가 랄 수 있는 문서작성이나 자료정리,
사업설명 등이 필요할 경우 등을 통해 무한 봉사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더 큰 배움을 얻고 또 다른 형태로 발전시킨
마을을 보전하고 사람의 온기가 넘치는 마을을 만드는 일에
활용해 나갈 것입니다.
사라져 가는 마을,
마을 역사를 살려서 마을을 보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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