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하루종일 풀을 벤다... 왱왱거리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팥죽같은 땀을 흘리면서 하루종일 대추나무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날카로운 예초기의 칼날이 수도없이 개망초의 목을 날린다. 자연속에서 한포기 들풀로 꽃을 피웠던 개망초는 인간의 탐욕스런 손길이 닫자마자 그냥 잡초가 되고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하루종일 예초기를 짊어지고 죄없는 풀의 목을 벤 나는 그 업을 갚을 길이 없어 슬며시 두려워진다. 못다 피운 꽃을 안고 스러진 개망초의 몸은 다시 흙을 만나 뭇생명의 밥이되지만, 알량한 욕심에 숱한 풀의 목을 벤 내가 흙을 만나면 아마도, 사람이 발길이 붐비는 골프장 한 귀퉁이에 돈과 권력만 알고 사랑은 모르는 가장 잡스런 인간들이 밷어대는 탁한 가래침을 하루종일 뒤집어쓰고, 그리고 때가되면 독한 제초제를 마시고 또 한 생을 마감하는 불쌍한 잔디 한포기로 태어날지 걱정스럽다.
반응형
'비나리농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실 농사-커피나무 두그루 (0) | 2015.04.13 |
---|---|
풍요로운 가을을 꿈꾸며 올해 첫파종을 마치다^^ (0) | 2015.04.08 |
마늘을 심으니 가을이 다간 것 같습니다. (0) | 2011.11.01 |
지난 여름의 흔적, 대추를 털고서... (4) | 2010.11.05 |
고추수확으로 시작하는 가을 비나리~ (4) | 2010.08.19 |
허겁지겁 끝낸 봄농사, 이제 가을을 기다린다. (2) | 2010.06.22 |
봄비에 호미를 내려놓다~ (6) | 2010.05.18 |
고추를 심고나니 올 농사, 한 고개를 넘어선듯 합니다. (4) | 2010.05.13 |
경운기야 고생많았다! (0) | 2010.05.11 |
봄날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 (4) | 2010.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