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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추나무가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을 모아 붉은 대추를 달았습니다.

올해 유달리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우리집 대추나무는

오고가는 이웃 주민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고추밭 설겆이를 다녀오시던 앞집 형님이 말씀하십니다.

"자네, 다른 농사는 몰라도 대추 농사 하나는 기똥차게 잘 지었구만."

농사13년에 아직 초보딱지를 떼지못하는 저가 우쭐거립니다.

"행님 내가 농사를 원래 잘짓지 않니껴. 뭐, 새삼스럽게시리ㅋㅋㅋ"

 

지난주말 무서리에 더욱 붉어진 대추를 털었습니다.

아내와 마을활성화센타 공사중인 현장소장님 손까지 빌고,

지나가시던 뒷집 형님까지 합세하여 대추를 털고 주웠습니다.

흐뭇한 마음에 연신 우쭐거립니다.

"괜히 농사는 잘지어가지고 일이많네.

나는 왜 이리 농사를 잘짓는지 몰라?"

대추를 줍던 뒷집 형님이 핀잔을 줍니다.

"자네가 농사를 잘지었는가? 대추나무가 혼자서 대추를 잘 달았구만!"

저는 정색을 하고 대꾸합니다.

"아, 형님 뭔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기요. 이게 다 저절로 달린줄 아니껴?

봄에 퇴비 듬뿍 넣어줬지, 아궁이에 겨우내 나무때고 남은 재 뿌려줬지,

다 저의 정성의 소산이니더~~"

그렇게 하루낮을 보내면 올해 대추 수확을 끝냈습니다.

대추를 따고나니 앞마당 풍경이 갑자기 썰렁합니다.

대추나무 가지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지고

멀리 산색이 더욱 붉어졌습니다.

대추를 따며 가을을 보내고, 그리고 또 겨울을 맞았습니다.

저 대추나무가지에 흰연기가 걸리고,

그리고 곧 흰눈이 쌓이면 비나리마을은 긴 겨울의 평화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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