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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벽지인 비나리마을은 아직도 소로 쟁기질을 하고
이랑을 타는 집이 한두집이 아닙니다.
집집마다 경운기와 관리기가 다 갖춰져있고, 
경사가 적고 객토를 해서 돌이 없는 밭에는
이들 기계를 사용해 농사를 짓지만
동네 밭의 3분지 1정도는 아직도 소로 쟁기질을 하고
이랑을 만들어야하는 돌이 많고 경사가 심한 밭입니다.

효율이나 경쟁력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형트렉터로 농사를 짓는 평야지대에 비해
비탈진 산전에서 소로 농사를 짓거나
경운기나 관리기같은 소형 농기계로 농사를 지어서는
도저히 밥벌어 먹고 살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농사를 짓고 말고 하는 판단은 
경제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고
오직 몸에 익은 농민적 근면성에 따른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혀 무가치한 일이거나 
어리석은 짓은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든 일을 하고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게
사람사는 섭리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미루던 경운기를 작년 초에 중고 하나를 100만원을 주고 장만했습니다.
그 전해에는 콩밭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해 지게로 콩단을 지어나르는 고역을 치뤘기 때문에
만사를 밀쳐두고 우선 경운기부터 구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쉰가구가 넘게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우리마을이지만
이웃 마을들과는 달리 트렉터가 단 한대도 없습니다.
우리 마을  최고의 농기계는 아직도 경운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운기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에 대해 판단할 제간을 없고
어찌되었던 우선 경운기가 생겨 편해진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낮은 짐칸높이 때문에 돌을 싣는다던지 할때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좁아 일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도
경운기가 못가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경운기의 등판능력은  거의 탱크 수준입니다.
또한 경운기는 벨트 등의 동력 전달장치를 통해 분무기나 양수기,
탈수기나 파쇄기같은 기계를 가동시키는
파워 엔진 역할을 거뜬히 해냅니다.  
그리고 경운기에는 로타리같은 부속작업기를 달아
밭을 일구고, 감자 수확기나 쟁기를 달아
감자 고구마 등 뿌리 식물을 수확하는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올해 우리집 경운기는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2000여평의 밭에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포크레인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다져논 밭을
무려 3번씩이나 로타리를 쳐 부드러운 흙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워낙 돌밭인데다가 밭이 촉촉할 때 포크레인이 다져놓은 밭은
경운기로 로타리를 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간혹가다가 바위같은 돌은 만나면 경운기를 멈추고
호미로 돌을 캐내기도 해야하고
돌에 로타리 날이 부딪쳐 튀어 오르는 경운기를 계속 눌러주고 잡아줘야합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온몸의 근육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힘든데 기계는 또 얼마나 골병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일을 끝내기 전에 경운기가 고장나 버릴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이 로타리를 다치고 골을 지어 감자를 심었고 또 고추를 심고 있지만
올해 봄농사 동안에는 우리집 경운기가 제일로 고생을 했습니다.
넘 대견스러워 맛있는 경유, 비싼 경유가 있다면
한댓박 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경운기야 고생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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