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도 청명도 지나고 벌써 오늘이 곡우랍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로 6번째 절기랍니다.
이날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손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든다고하지만
우리마을 비나리는 이제 고추농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지난 몇일 봄같지 않은 차가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 봄햇살과 함께 포근한 봄기운이 비나리마을 가득합니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오고,
계절따라 또 세월도 그렇게 흘러가버립니다.
하지만 봄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땀흘려 가꾼 봄이 진짜봄입니다.
나의 손으로 만든 봄을 보여드립니다.
고추 모종이 이만큼 자랐습니다.
발아가 잘 되어 수량이 넉넉하고
이종도 적기에 해서 그럭저럭 건강한 모로 자랐습니다.
지난달 사과나무를 심는 날, 하도 바쁘다보니
물주는 일을 잊어 물을 못주는 바람에
일부 모종이 말라 밑잎이 낙엽이 지긴 했지만
그뒤 영양제도 주고 이런저런 신경을 쓴 덕인지
건강한 모종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제 한 보름 뒤면 비바람 불고
거친 햇살이 하루종일 내리쬐는
밭으로 나가야만 합니다.
애써 키운 고추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는 농부의 마음은
품에서 키운 자식은 험한 세상 밖으로 내 보내는
그런 심정과 다름이 없습니다.
야콘이 새싹을 내 밀었습니다.
저 싹 한하나를 다 짤라 포트에 얾겨 심어야 합니다.
그렇게 옮겨 심은 싹에서 뿌리가 내리고
활착이 되면 4월 초순경부터 본밭에 옮겨 심을 예정입니다.
비닐 하우스 한쪽 끝에 무성하게 자란 봄채소가 싱그럽습니다.
고추파종을 하면서 열무녀, 상추며, 시금치 등 봄 야채 씨를
아무렇게나 뿌려 놓았습니다.
고추와는 달리 사람의 손길도 느껴보지 못하고
천덕꾸러기로 하우스 한켠에 처박혀 있었지만
부지런히 뿌리를 내리고 잎을 펼쳐
누구보다도 먼저 싱그러운 봄향기를 하우스 가득 가져왔습니다.
울퉁불퉁, 삐틀배틀 못생긴 고구마만 골라 땅에 묻어놓았더니
멋쟁이 새순을 땅박 세상으로 키워내었습니다.
비단결 보다도 더 보드랍고 윤기가 흐르는
고구마 새순이 벌써 올 가을의 풍요를 예견케 합니다.
몇년을 묵히던 대추나무 사이 골을 올해 모처럼 갈아 감자를 심었습니다.
어차피 일년에 적어도 새번은 풀을 베어줘야하다 보니
차라리 그럴 바에는 감자라도 심자는 마음으로
관리기로 로타리를 치고 골을 만들어 감자 파종을 마쳤습니다.
올 여름 비나리미술관에 놀러오신 도시민의 농사체험용으로
요긴하게 쓰일듯합니다^^*
이렇게 나의 봄은 무르익어가고
비나리마을의 풍경은 그 아름다운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온통 슬픈 소식이 가득찬 대한민국에
비나리의 봄 풍경처럼
햇살가득하고 따뜻한 소식이 넘쳐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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