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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추나무가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을 모아 붉은 대추를 달았습니다.

올해 유달리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우리집 대추나무는

오고가는 이웃 주민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고추밭 설겆이를 다녀오시던 앞집 형님이 말씀하십니다.

"자네, 다른 농사는 몰라도 대추 농사 하나는 기똥차게 잘 지었구만."

농사13년에 아직 초보딱지를 떼지못하는 저가 우쭐거립니다.

"행님 내가 농사를 원래 잘짓지 않니껴. 뭐, 새삼스럽게시리ㅋㅋㅋ"

 

지난주말 무서리에 더욱 붉어진 대추를 털었습니다.

아내와 마을활성화센타 공사중인 현장소장님 손까지 빌고,

지나가시던 뒷집 형님까지 합세하여 대추를 털고 주웠습니다.

흐뭇한 마음에 연신 우쭐거립니다.

"괜히 농사는 잘지어가지고 일이많네.

나는 왜 이리 농사를 잘짓는지 몰라?"

대추를 줍던 뒷집 형님이 핀잔을 줍니다.

"자네가 농사를 잘지었는가? 대추나무가 혼자서 대추를 잘 달았구만!"

저는 정색을 하고 대꾸합니다.

"아, 형님 뭔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기요. 이게 다 저절로 달린줄 아니껴?

봄에 퇴비 듬뿍 넣어줬지, 아궁이에 겨우내 나무때고 남은 재 뿌려줬지,

다 저의 정성의 소산이니더~~"

그렇게 하루낮을 보내면 올해 대추 수확을 끝냈습니다.

대추를 따고나니 앞마당 풍경이 갑자기 썰렁합니다.

대추나무 가지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지고

멀리 산색이 더욱 붉어졌습니다.

대추를 따며 가을을 보내고, 그리고 또 겨울을 맞았습니다.

저 대추나무가지에 흰연기가 걸리고,

그리고 곧 흰눈이 쌓이면 비나리마을은 긴 겨울의 평화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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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전 '워킹맘마미아'전, 11월 4일부터~12월 15일까지

류준화 작가는 다음달 11월 4일부터 12월 중순까지 여성사전시관에서 열리는 [워킹맘마미아전]에 참가합니다. 여성사전시관은 2010년 한 해 동안 ‘일/가정 양립’을 주제로 일련의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해 왔는데 그 일환으로 특별기획전인 ‘워킹맘마미아: 그녀들에겐 모든 곳이 현장이다’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작가 7명이 참여하는데, 참여작가는 김인순, 류준화, 박영숙, 윤석남, 윤희수, 이피, 정정엽입니다.

'워킹맘마미아'라는 타이틀은 가사라는 '노동밖의 노동'과 가족 생계를 위한 맞벌이 노동이라는 이중적 노동에 시달리는 현대 여성의 삶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을 담고 있지만, 나아가 창조신으로서의 여성의 위상을 제시함으로써 현대적 여성의 자기실현과 생명창조자의 로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심미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본시와 함께 일러스트와 만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여성작가 박접골, 안윤민, 전지가 공동작업으로 ‘워킹맘 지구대’ 를 설치, 관람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여성회와 함께 진행한 기획영상물 ‘수다 워킹맘마미아’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 공모전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새롭게 쓰기를 부대행사로 함께 진행합니다. 11월 24일(수) 오후 2시에는 ‘일과 가정 양립을 새롭게 구상하기’라는 주제의 포럼도 열립니다.


자세한 문의는 여성사전시관으로 02-824-3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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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량산은 요즘 단풍이 한창입니다.

도시민들은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가을 단풍으로 눈을 닦고,

서늘한 산공기로 떼묻은 마음을 씻길 원해서일까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청량산길 가득 넘쳐났습니다. 



그렇게 좋은 날, 봉화군은 청량사 입구에
우리농산물 한마당 장터를 열었습니다.
청량산비나리마을은 11월말까지
임대료 30만원을 내고 부스를 하나 얻어
다양한 마을 농산물을 가지고 참가를 하고 있습니다.
더덕과 도라지, 누렁호박과 죽호박,
호두와 감자 고구마 등 고추나 땅콩 등을 특화해서  
판매하는 다른 부스에서 다루지 않는 각가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데
저 역시 하루는 당번을 맡아 부스에서 판매를 해 보았습니다.

하루종일 청량산에서 등산객들과 더불어 흥겨운 하루 낮을 보내면서

이웃 부스를 들러 인사도 나누고 농산물 구경도 하고,

이집저집 사과도 얻어먹고 맛도 비교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랜만에 도시민을 상대로 농산물 장사도 하면서,

우리 농산물이 갖는 장점과 한계,

우리의 농산물 유통방식이나 소소한 손님 응대의 기술까지,

이것저것 많이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당번을 서는 날은 아침 일찍, 장터로 나서는 길에 밭둑에 버려지다시피 자라고 있는

애호박 24개를 따가져가 한개 1000원씩 내어놓았더니

예상밖으로 쉽게 판매가 되었습니다.

이날 저 개인의 농산물 판매액은 호박24개 2400원이 전부였지만

더덕이며 도라지, 오미자와 상추 등 총 45만여원어치를 팔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적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좀더 농산물 품목을 다양화하고,

포장이나 가격결정 등에서 세심함을 더한다면

내년부터 권역에 농산물판매장을 운영하는데

좀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듯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도립공원내에서 판매행위가 원천 금지 되어있다는 '공원법'문제로
지역내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마저 금지되어있습니다만
봉화군 박노욱 신임군수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역농민을 위해 장터를 개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역농민의 한 사람으로 무조건 환영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그래도 처음여는 장터인 만치 이런저런 개선점도 있어 보입니다.


총 10여개의 부스중 절반 가까이가 사과판매 부스다보니
내부 경쟁이 심해 판매자간 조금의 다툼이 생기기도 했고
그리고 대표작목반으로 참가를 해서
특정한 단일 농삼물만 판매하는 부스는 빈약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여는 장터다보니 작은  미비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내년에는 더 치밀히 준비해서 봉화군의 대표 농산물을 판매도하고
전국에서 몰려 온 등산객에게 지역농산물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지역농닌이나 농민단체가 교류의 장이 되는
알찬 장터가 되어나갈 것이라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달 말까지 계속열리는 청량산 농산물장터에
더욱 많은 손님이 찾아들고 지역 농민의 농산물이
좋은 값에 많이 팔려나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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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봉화송이축제장에서 비나리미술관은 자연미술체험 부스를 운영했습니다.매년하는 행사다보니 프로그램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위해 올해는 솟대나 잠자리만들기를 하지않고, 나무토막과 실, 스팡클, 아크릭 물감, 색종이, 가죽끈 등의 재료를 가지고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미니 장승 만들기 처럼 이전에 했던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어린이와 학부모님에게 큰 호응을 얻어 미리 만들어갔던 나무가 3일만에 동이나 마지막 날은 급히 새로 준비한 나무를 들고 갔지만 이마저도 오후5시가 되기전에 다 소진되어 버렸습니다.

비나리미술관이 진행하는 [자연미술체험]은 마을에서 가장 흔한 나무 재료등을 미술체험용으로 가공하되, 가능한한 거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사용하도록 합니다. 요즘 유행하고 있 칼로 빗은듯 깔끔하게 잘 다듬진 '인스탄트 체험재료'와는 거친 나무껍질, 거친 표면 그대로 사용해서 샌드페이퍼를 이용해 스스로 다듬어 사용하도록 합니다. 이들 재료를 이용해 미술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숨결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것도 중요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물을 이용해 얼마든지 다양한 재료와 장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고 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정해진 장소에서 조건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나가는 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축제장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직접 미술 재료를 들이나 산에서 산책을 즐기며 채취해서 미술체험실로 모여 만들기를 하는 방식과는 달리 너무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고, 미술 재료도 좀 단순하고 단조로워야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체험객이 스스로 체험을 해 나갈 수 있을 만치 쉽고 흥미로워야 합니다. 나름대로 그런 조건에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진행한 이번 프로그램은 다행히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지만 몇가지 문제점도 노출되었습니다. 이들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다음 미술체험 행사에는 좀더 원활한 진행과 풍부한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먼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미술재료만 제공해주고 알아서 자기를 표현해라고 하면 대부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따라서 할 수 있는 셈플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정도의 친절은 반드시 필요한듯 합니다. 물론 그 셈플이 아이들의 표현력, 상상력을 한계지우는 족쇄가 될 위험이 뒤따르지만 최소한 이 셈플들은 아이들이 나름대로 형식이나 표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셈플이어야합니다.

그리고 미술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술외적 교육적 배려도 좀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미술체험 시간만이라도 어른의 통제를 받지 않고 마음껏 자유스럽게 자기를 표현하는 기회를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입과 간섭'을 원칙으로 삼고 지금까지 미술체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강제와 압박 외에는 너무나 자유스럽게 키워지고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직 '공부'만이 중요하고, 공부만 하면 나머지는 너 마음대로하라는 식의 여건에서 잘못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전혀 아낄 줄 모르고, 같이 미술체험을 하는 친구나 뒷 사람을 배려하지도 않고, 하다못해 미술체험을 진행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경우는 오히러 드뭅니다. 체험을 마치고 부스를 떠나면서 간혹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남기는 아이들을 만나면 쫒아가서 안아라도 주고 싶을 만치 감동스럽습니다. 물론 통제나 강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공감하는 방식이 무엇일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등으로 부터 미술재료비나 인건비를 지원받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일지라도 가능하면 작은 금액이라도 유료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자기가 누리는 것에 대한 댓가(물론 금전적 댓가가 가지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를 지불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고, 또 공짜 판촉물 나눠주듯이 베푸는 체험프로그램은 그 '교육적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런 판단이지만 작은 액수라도 체험비를 받을 경우 자기작품을 완성시키고저 하는 의지와 책임감을 부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행자의 입장에서 체험부스가 도떼기 시장같이 난장판이 되고, 아이들이 미술재료를 마구쓰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상황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무토막이 아이들의 손을 통해 하나의 작은 '예술작품'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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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에 헤이리에 있는 '리앤박갤러리'에서 아내 류준화와 아내의 친구 정접엽의 2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헤이리의 갤러리들이 연합해 작년부터 시작한 [아트로트 77] 행사의 일환으로 올해는 '11인의 발견'이라는 타이틀로 6개의 갤러리와 11명의 작가가 참가한 행사다.
 
덕분에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트럭을 몰고 헤이리 나들이를 했다. 화가의 남편은 기본적으로 트럭운전은 할줄 알아야하고, 그리고 힘까지 세어야 한다. 드러는 갤러리에서 직접 운송을 책임지고 차량을 보내주기도하지만, 가끔 씩은 그림을 싣고 서울로 부산으로 나들이를 떠나야할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직접 전시장 벽면에 그림을 걸게 될 때는 숨겨둔 힘까지 동원해서 아내에게 능력을 과시해야만 한다.
 
이번 전시가 그런 경우였지만 다행히 갤러리 측에서 그림 디스플레이를 도와주는 바람에 나는 먼길 운전을 핑게되고 헤이리의 한낮을 차안에서 단잠을 자며 보낼 수 있었다.

가끔씩하는 도시나들이가 산골사는 사람한테는 신나는 이벤트임에 분명하다. 햄버거를 비롯한 도시적인 음식도 먹고, 복잡하고 번잡한 도시의 거리를 만끽하기도 한다. 이번 걸음에서도 리앤박갤러리의 박옥희 관장님의 배려로 헤이리의 풍광속에서 맛난 식사와 향기로운 와인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고로 화려한 기억중의 하나를 사진으로나마 남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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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앞집 형님이 송이 따러 산에 갖다오셨다며 우리집엘 들렀다.

한손에 커다란 봉투를 들고 오셨는데, 우리집 마당엘 들어서자마자

들고 오신 까만 비닐봉투를 펼쳐보니 능이버섯이 가득 담겨있었다.

 

'"자네 능이버섯 먹을 줄 아는가?"

"예? 왠 능이요???"

"아이고 귀한 능이를 뭔다꼬 들고 오셨니껴?

팔아서 돈만들어야지예."



형님 말씀이 능이는 서로 모여 자라기 때문에

한번 발견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딸수 있는데

이날도 송이는 별로 못따고 능이만 한 가방 가득

딸 수 있었다고 하셨다.

능이를 받는 저가 미안해 할까봐 하신 말씀이겠지만

양이 많아 아들한테 한 박스를 택배로 붙이고

형님 내외가 드실만치 남겨두고도 많아서

저에게도 한 보따리 주실수 있게 되었다고 하신다.


그런데 능이버섯은 5~6년전에 한번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맛과 향이 그렇게 좋았던 것 같지가 않았다.

많은 이웃분들이 능이 버섯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 향이 얼마나 좋은지 항상 송이버섯과 견주어 말씀해 오시는 걸 듣곤 했는데

요리를 한줄 모르는 것이 문제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능이를 들고 온 형님께 그 조리법 마저 여쭸다.

 

"건데 행님, 우째 해 먹는지 잘 몰라가지고..."

 

형님한테 들은 조리법에 따르면 일단 능이를 끓는 소금물에 잠시 데쳤다가

찬물에 씻고 물을 짜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육고기랑 양념을 해서 볶아 먹으면 맛이 죽여준다고 하신다.

 


물가는 비싸고 먹을거는 없는 시절에

앞집 형님 덕에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능이버섯을 한보따리나 얻어 절반은 또 다른 이웃에게

선심도 쓸 수 있었다.


 

산골마을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맛을 가슴깊이 느끼며,
가슴 따뜻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준 앞집형님께

마음으로나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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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찍 일을 마치고 이른 오후에 샤워를 하기 위해 보일러에 불을 넣고 물이 따뜻해 지기를 기다렸다. 이 무료한 동안에 나는 컴퓨터를 켰고, '지하철 패륜녀' 사건을 알리는 기사를 읽고 동영상까지 보게 되었다.  항상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기사나 동영상을 보고나면 일단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그리고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시간을 낭비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몇번을 곱씹어 가며 그 사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이 사건과 관련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먼저, 나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사실 관계'에 대해 목말라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이 사건의 진상을 알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시말해 그 할머니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면 다 알 정도로 무례한 행동을 일삼던 할머니인지 아닌지, 봉변을 당한 여학생이 재미교포인지 아닌지, 그리고 여학생이 두 차례나 사과를 했는지 아닌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견은 억측일뿐 이 사건의 '진상'을 아는데는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사건을 기사화한 언론사 기자양반들도 사건의 진상에는 관심이 없다.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고 '논란'자체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나는 오늘, 단지 그 '논란'을 소비한 바보같은 뉴스 소비자였을 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이 사건의 두 당사자에 대한 선악을 재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와 관련한 댓글들에 비추어 보면 '할머니'가 잘못했다는 사람도 있고, 여학생이 잘못했다는 사람도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은 양자를 다 나무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두사람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가 아니고 피해자라고 본다. 사실 나는 이 사건의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사람의 진의를 알수 없다. 패륜 여학생 혹은 패륜 할머니를 우리 사회에 고발하려는 선한 의지로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한 장난으로 그랬는지 알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동영상을 찍어 누구나 접근가능한 유튜브에 올린 행위는 이 동영상에 찍힌 여학생과 할머니에 대한 인격적 모욕행위이다. 나는 공공의 공간인 지하철내에서 난투극을 벌린 두 사람보다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퍼트린 사람의 행위가 더 반사회적 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통념상 받아들여지고 있는 '예의도덕'의 한계 를 짚어보고 싶다. 적어도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버르장머리 없는 연소자를 연장자가 머리 끄댕이를 잘아 끌고 다녀도 좋다는 식의 낡은 도덕을 주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연장자의 연소자에 대한 예의, 상관의 부하에 대한 예의, 선생의 학생에 대한 예의 혹은 인권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사회적 갑의 사회적 을에 대한 횡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정부나 기업의 중앙부서와 하부부서의 관계, 혹은 돈줄을 쥔자의 거래처나 하청기업의 관계에 만연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와같은 의식에서 이번 사건을 버르장머리 없는 여학생이 저지른 '패륜녀' 사건으로만 규정하는 것에 대해 나는 우선적으로 반대한다.  

이것저것 떠나 내가 이번 사건을 통해 가지는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점은 왜 우리사회에는 "**남" 사건이 아니고 "**녀" 사건만 난무하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폐륜적 사건을 저지르는 대부분의 사람은 남자일뿐아니라, 거리에서나 공공장소에서 사회적 통념을 넘는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남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어 '개망신'을 당하는 사람은 거의 항상 여자다. 나는 남자고,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런 패륜적 행동을 술에 취해서든 맨 정신에서든 여러번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다. 그런데 내가 그런 행위를 할 때 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린다면 나는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법적인 조치를 하던지 아니면 나의 행위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개인적 응징도 마다할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남자는 나의 이런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나 다 알기때문에 '남자'는 이런 동영상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본다. 결국 "**녀" 사건의 저변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마초이즘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는 궁금증은 이 동영상이 매개한 사회적 공분을 통해 우리사회를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면 동영상의 당사자를 응징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계기를 주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아닐 것이다. 단지 대중의 사회적 좌절감이나 원망을 엉뚱한 대상을 항한 분노로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이 아닐까? 바로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하던 가장 대표적인 의식이 바로 중세의 '마녀사냥'이 아니었던가!  확신하건데 '**녀 사건'은 중세 마녀사냥의 현대판 한국 버전일뿐이다. 

다시한번 정리하면 내가 이해하는 '지하철 패륜녀'사건은 어떤 할머니의 한 여학생에 대한 단순 폭행 사건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적인 매체에 올린 인권침해 사건일뿐이다. 따라서 '지하철 패륜녀 사건'이라는 명칭을 유력언론사의 기자가 만들었는지 아니면 동영상 유포자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명칭이고, 그리고 이 사건이 전개되는 전 과정의 저변에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와 인권의식 결여를 드러낸 사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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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Road 77 - 11人의 발견

2010_1002 ▶ 2010_102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10_1002_토요일_04:00pm_리오갤러리

참여작가 김보중(갤러리 한길)_윤남웅_박문종(논밭 갤러리)_류준화_정정엽(리앤박갤러리) 이종규_이창수(리오갤러리)_임경수_전성규(아트스페이스 With Artist)_임현락_안종연(아트팩토리)

주최/주관_『Art Road 77-11人의 발견』전 운영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한길_Gallery HANGIL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6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55.2094 www.galleryhangil.com

논밭갤러리_KUMSAN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1652-118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45.2720 www.farmingisart.com

리앤박 갤러리_Lee&Park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522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57.7521 leenparkgallery.com

리오갤러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1652-486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46.3934 blog.heyri.net/winner

아트스페이스위드아티스트_ARTSPACEWITHARTIST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81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44.2236 blog.naver.com/withartists

아트팩토리_ART FACTO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4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57.1054 www.artfactory4u.com

2009년부터 국도 77번인 자유로를 'Art Road 77' 명명하여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으며, 본전시인『Art Road 77-11人의 발견』展은 2009년 『Art Road 77-9人의 발견』展을 시작으로 첫 전시를 개최한바 있다. 본 전시는 최근 예술에 상업주의와 대중문화가 무분별하게 흡수되면서 미술의 순수성과 진성이 상실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깊이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현대미술 바로 보기’의 취지 아래 기획된 전시이다. 화단의 인기작가라는 달콤한 수식어보다는 예술철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작가성을 지키고 올곧게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미술계의 중견작가 11人을 발굴,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작가들의 활동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금번에 개최하는『Art Road 77-11人의 발견』展은 헤이리 내 6개 갤러리에서 총 11人의 작가를 심도있게 선정하여 그들의 작업을 집중 재조명하고자 한다. 『Art Road 77-11人의 발견』展이 발전되어 우리 화단의 좋은 토양과 신선한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풍향제가 되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우리 화단의 중심축이 되는 진정한 중견 Good Artist들이 대거 재조명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향후에도 지속적인 전시개최는 물론 다각적인 작가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발전에 기여될 수 있는 것에 본전시의 궁극적인 목표를 둔다. ■

김보중_풍경무심-개포동_마대천에 유채_200×462cm_2010
윤남웅_닭 팝니다_지점토,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2×90cm_2010 박문종_논.밭_장지에 먹, 흙물_76×145cm_2010
류준화_자라다_라임, 아크릴채색, 캔버스에 콩테_72.7×60.6cm_2010 정정엽_seed_캔버스에 유채_11.8×91cm_2010
이종규_Sisyphus-Head V_스톤 파우더, 캔버스에 유채_22×18cm_2010 이창수_人 - 然 (Ties)_Nature Color, 한지_72.5×91cm_2010
임경수_Narrenschiff_바보들의 배 26_스테인레스 스틸, 패널에 아크릴채색_124×83cm_2010 전성규_Passage1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10
임현락_들풀_유지(油紙)에 수묵_42.5×29.7cm_2010 안종연_새날들의 시작_The New Day's Dawning_colored solid epoxy on acrylic_100×120cm_2010

Vol.20101003a | Art Road 77 - 11人의 발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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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나고 가을비가 그치자마자

비나리마을에 남아있던 지난 여름의 열기는

혼적도 없이 사라져 온데 간데 없고,

아침 저녁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낮 최고기온은 20도 이하로, 

아침 최저기온이 10도이하로 내려가면서

올봄에 쳐박아두었던 긴팔옷을 찾아 입고,

창문을 꼭꼭 닫고 이불을 덮고 자는 것도 부족해

우리 집은 벌써 겨울 난방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겨울에 저희 가족의 체온을 지켜줄 나무보일러입니다.

지난 여름내 자라 집을 가리던 나무가지들을 자르고

병든 대추나무도 베어 밭구석에 쳐박아 두었습니다.

우선 그놈들을 끌고 와서 가을 냉기를 면해 봅니다.



굴뚝에 흰연기가 흩날리고 나무타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니

벌써 겨울은 저만치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을 떼니 집안에 훈기가 있고

바같 풍경마저 사람사는 동네 같아 훈훈하니 좋습니다.


우선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술관에도

나무 난로를 설치했습니다.

정다운 이웃과 같이 장작이 활활타는 난로가에 앉아

같이 사는 이야기 나눌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따뜻한 난로가에 커피향기가 흐르고

낡은 오디오서 빈소년합창단이 부르는 캐롤이 흘러나올 때

꼭 그런 날이면 창문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할 겁니다.



올 겨울내내, 아니 지금 당장부터 양쪽에 나무 해 나른다고

고생 꽤나 해야겠지만,

돈이 없으면 몸이라도 부지런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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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다. 과연 유기농법으로 사과재배가 가능할까, 그리고 가능하다고 해도 내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당할만 한 농법인가 하는 것을 알고 싶었다.

농사 10년 동안 참 많은 작목을 키웠다. 수박부터 감자, 고구마는 물론 고추에 각종 잡곡 거기다가 참깨며 대추농사까지 지었으니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능한 작목의 거의 다를 키워본 셈이다. 초기 5여년은 일반농법으로 남들처럼 농약치고 화학 비료 뿌리는 농사를 지었고, 그리고 다시 몇년은 [저농약농산물인증]을 받고 비료와 농약을 관행 사용량의 절반이하로 줄여가며 농사를 지었다. 5년전부터는 아예 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무농약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3년동안의 경험을 통해 농사가 힘들고 돈안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었고, 나아가 한국 농업의 미래는 더 비관적이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달리 개인적인 대책을 세울 재주는 없고해서 우선 땅파먹는 밭농사는 면해보자고 올봄 큰 맘먹고 2000여평의 밭에 450여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다. 와이프는 나름의 직업이 있기때문에 순전히 내 혼자하는 농사로 그 정도 규모의 사과밭이 적당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과 농사에 대한 기술이 전무한데다가 특히나 사과 친환경 재배에 대해서는 더더군다나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친환경 농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보다는 그 어려움을 더 절실히 느껴오던 터에, 사과재배를 무턱대고 유기농법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 같았다.  일단은 유기농 사과재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최종 판단을 내려야할 처지에서 이책을 주문했다



이시카와 다쿠지라가 쓴 [기적의 사과]는 일본의 대표적인 친환경 사과 농사꾼인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분의 친환경 사과농사의 궤적을 담고 있다. 필자의 눈은 단지 그의 사과농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무라의 인생 역정과 삶의 철학을 파고 든다. 다시말해 이책은 기무라씨의 무농약, 무비료 사과재배 성공기를 통해 곧바로 현대 문명비판으로 나아가고  마침내 기술만능, 효율만능에 젖은 현대 농업을 대체할 대안적 농업,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기적의 사과]는 이 책의 제목이기 이전에 먼저 기무라가 재배한 사과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한가보다. 10여년의 고난을 겪고 나서 기무라씨가 키운 사과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사과로 일본인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고 한다. 그가 키운 사과는 온라인상에서 주문을 받자마자 3분만에 매진되기도 하고, 그가 키운 사과만 재료로 쓰는 한 레스토랑에서 스프를 먹어보려고 하면 무려 1년전에 예약을 해야지만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사실만 두고 본다고해도 기무라의 사과농사는 거의 '기적'을 낳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기무라씨의 사과농사는 그 결과만 두고보면 누구라도 따라 해볼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보면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오직 그 만의 삶을 담고 있다. 단순히 사과농사가 아니라 그의 삶의 태도, 나아가 그의 인생관이 그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사실 과도한 인간의 개입과 기술의 도입을 거부하고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중시하는 기무라씨의 농법은 지금은 너무 잘 알려져있다. 최근들어 온갖 친환경 농법이 소개되어 있고, 기무라씨가 실천한 '자연농법'은 하나의 주요한 친환경 농법으로 국내에도 잘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기무라씨에게 있어서 친환경 농업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는 결코 아니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실천이고 실천을 통한 가능성의 확인일 것인데, 나는 그 지난한 과정을 감내할 자신이 있는가?  

책을 펴고 흥미진진한 기무라씨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금새 뒤표지에 이른다. 그만치 그의 삶이 드라마틱하고 필자의 생동감 넘치는 필력이 감탄스럽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애초에 이 책을 손에 쥐게된 이유를 되짚어 보면, 내가 의도한 소기의 성과는 얻지 못했다는 판단이 든다. 이 책은 사과재배 기술을 다루는 책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을 헛읽은 것은 분명 아닌데 책을 다 읽고 난 뒷맛이 무척 쓰다. 기무라씨가 성공한 친환경 사과 재배를 나라고 못할까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가 감내한 지난한 세월을 되씹어보면 그를 따를 자신이 없다.

이 책의 필자가 전제한 많은 '가치'들이 있다. 그것을 시시콜콜히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을 통해 다시 야기된 의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과제로 남았다. 그 과제를 해결하는 지점에서 나의 사과농사가 시작될 것 같다. 

우선은 이책을 통해 농업에만 유독 현대 과학의 적용을 기피하는 정서는 어떻게 이해해야하나는 물음이 생겼다. 자동차없는 생활이나 현대적 의술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듯이 현대 과학문명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경계와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원리주의적 비판과 맹신사이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고 결국 개인은 합리적 타협점을 찾아 삶의 지표로 삼거나 생활의 준거로 삼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러면 농업은 그 합리적 타협점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주변에서보면 농약을 물쓰듯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현대 기술 문명을 거부하고 오직 호미와 낫만으로 한가족이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분도 계신다. 단순한 도구와 육제적 힘만으로 살아가려는 그분들을 나는 무척 존경하지만 따라 할 자신도 없고 사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 책의 저자 이시카와 다쿠치는 명실공히 '대중작가'인듯. 농업에 대한 지식의 전달보다는 가ㅣ무라 아끼노리씨의 삶, 그리고 그의 농사 철학에 서술의 중심을 두고 이 책을 쓰고 있다. 농민을 대상으로 한 [기무라 아끼노리의 유기농 사과 재배기술] 이라는 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 [기적의 사과]는 문제는 농업을 단순화, 신비화함으로써 대중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왜곡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안타깝지만 농민은 생태운동가가 아니다. 품종개량과 새로운 작목의 이식  그리고 고품질 고상품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고투입 석유농업을 보편화 했다. 시대 탓을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남들이 차로 서울 부산을 오르락거릴 때 자전거나 아니면 지게를 지고  걸어서 짐을 나르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농업은 인류가 영위해 온 가장 오래된 산업의 하나이고 또 생명을 다루는 원초적인 노동이라는 특수한 성격 때문인지 농업에 대한 이해는 특히나 이념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농법과 이념이 상호 침투되어 나중에는 '농업 기술'이 아니라 '농업 도덕'이 되어 버리는데 이는 개인들의 사고뿐 아니라 농업정책에 혼란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기적의 사과'에서 기적만큼이나 비실재적이고 비합리적인 재배기술은 많은 사람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동의할 수가 없다. 솔직히 농업에 부가되는 도덕적 가치, 도덕적 의미가 농업, 농민에게 득일까 해일까 모르겠다.

책이 보여주는 세상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의 간격 혹은 균열을 나의 개인적인 분열일뿐인지도 모르겠지만 말과 글이 다르고 책과 현실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다시 나의 사과농사는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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