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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둘째날 - 구마모토성과 아소산 그리고 구로가와마을

평생 처음으로 다다미방에서 숙면을 취하고, 
일본에서의 둘째날을 힘차게 시작했다.
아침일찍 온천욕을 하고, 유카타 차림으로 식당을 들어섰다.
일행들은 일본 여행 하루만에 현지 적응이 다 되었는지 하나같이 유카타를 입고
'오하이요 고자이마스'를 외치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모두 전날부터 두세번씩 온천욕도 하고, 맛있는 일본 음식을 잘 드신 덕분에
얼굴은 화기가 넘쳤고, 또 본격적인 일본 여행에 거는 기대때문인지 조금씩 들떠 있었다.

둘째날의 여정은 구마모토현의 중심부에 소재한 구마모토성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601년에 시작해 1607년에 완공한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장중에 가등청정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성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인 지식을 가이드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구마모토 성을 세운 가등청정(가토 기요사마)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토요토미 히데요시 등의 역사적 인물과 연관된 성의 역사는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특히나 일본 역사에 대한 박식한 가이드를 만난 덕분에
지루한 역사강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참으로 즐겁고 유익한
배움의 기회가 될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은 필부에게 권력의 중심에 도달했던 인간들의
권력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탐욕, 
획득한 권력을 지키기위한 무자비한 보복과 음모들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끔찍하기만 했다.
인간의 위대한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피비린내나는 역사가 몸서리쳐졌다.
오직 인간만이 그토록 징글징글한 탐욕과 집착을 가질 것이다.
 
구마모토 성을 떠나 우리 일행을 싣은 버스는 아소산으로 향했다.
아소산은  활화산으로 지금도 가스와 수증기를 뿜고 있고
몇십년에 한번씩 용암을 분출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화산들의 활동으로 형성된 분지를 중심으로 산맥이 이어지듯
산등성이가 이어지는데 그렇게 형성된 산등성이는 정상부위가
모두 갈대밭으로 형성되어 목초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아소산 가는 길은 이렇게 형성된 갈대밭을 따라 이어지는데
이 길을 '쿠사센리'(갈대천리)라고 했다.

아소산 정상은 짙은 안개와 강한 바람으로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만 했지만
화산 분지를 따라 형성된 산등성이를 따라 아소산을 오르는 길은
광활한 자연의 숭고함과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아소산을 내려와 구로가와 마을을 가는 길목에서
'홈와이드'라는 대형  농자제, 철물 공구상을 들렀다.
일본에 대중화된 전원가꾸기와 텃밭 농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성업중인 가게에는
각종 꽃모종과 연장들, 농기구들,
특히나 탐나는 갖가지 연장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혹시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꼭 연장을 서너개는 사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이어서 이날 오후부터 첫 방문 마을인 구로가와 마을로 길을 잡았다.
구로가와 마을은 지금은 유명해진 온천 마을로,
좁은 계곡을 따라 수십개의 소규모 온천이 옹기종기모여있는 마을이었다.
대규모의 숙박시설보다는 5~10호실 정도의 전통료칸이 대부분인 구로가와마을은
침체된 마을을 주민의 힘으로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했다.
일반적인 농업중심의 농촌마을과는 분명 다르지만
마을 단위 공동체가 어떻게 지역사회를 살려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일종의 주민회관 같은 공간에서 구로가와 마을의 온천조합이사장인 엔도우상으로부터
구로가와 마을 활성화 사업 과정을 비롯해 마을의 현황과
미래 비젼에 대한 간략한 강의가 듣고, 이어지는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구로가와 마을은 전체 200여호로 이중 29개의 료칸이 운영되고 있고,
객실은 총 477개로 하루 1500여명의 숙박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초기 대중온천으로 마을을 변모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업체간 매출의 차이를 줄이고 협력을 높이기 위해
숙박과 별개로 온천을 공동 사용할 수 있게하는 
온천사용권(삼나무 토막으로 만든 마패같은 모양)을 판매하고
공동관리하게 되었다고 했다.
바로 그 마패를 구로가와 온천마을의 단합과 성공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기고 있는 엔도우 이사장의 자부는 대단했다. 
  




구로가와 마을을 떠나 숙소가 예정되어있는 고코노에로 가는 길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먼저 내린 눈이 길 여기 저기 쌓이기 시작했고, 혹시나 폭설이라도 내려
고코노에의 산마을에 갇혀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규슈는 그래도 제주도보다도 훨씬 남쪽에 위치해 
그런 폭설을 걱정할 만치 추운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되새기며 위안을 삼았다.

1시간을 넘어 산길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고코노에마을은 저녁 어스름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거리는 온천관광지를 무색케할 만치 한산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우리의 숙소인 하나소우겐 호텔 역시 좁은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 버스가 임구까지 들어갈 수 없는
버스 도착에 맞춰 호텔 직원들이 짐을 싣어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친절한 호텔 직원보다고 더 우리를 반겼던 
'네오'라는 커다란 강아지가 기억에 남는 하나소우겐 호텔에서
 선대한 저녁식사를 받으며 규슈에서의 이틀째 여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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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봉화구간-만산고택에서 도심리까지 : 1차 답사

'걷기 길'이 붐이다. 그러다 보니 봉화군에서도 여러구간이 만들어졌거나 준비 중에 있고 그중 하나가 '외씨버선길'이다. '외씨버선길'은 청송군, 영양군, 봉화군, 그리고 영월군이 지자체 연합사업의 하나로 추진중인데, 일부 사업이 진척되어 올 3월이면 몇몇 부분 구간이 문을 연다고 한다. 이 4개 시군에 걸쳐있는 이길의 이름 [외씨버선길]은 조지훈의 시 '승무'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길의 구간에는 김주영, 이문열 등 여러 문학적 자원이 산재해 있고, 특히 이 길의 이름을 만들게 된 데는 조지훈의 고향이 영양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씨버선은 오이씨같이 날렵한 선의 아름다움을 지닌 버선을 말하는데, 외씨버선의 아름다움과 걷기길의 테마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일단 '4색 루트 외씨버선길'이라는 좀더 의미가 확대된 명칭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4색은 4개군을 칭하기도 하고 문학적 '思索'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저런 인연으로 외씨버선길 봉화구간의 하나인 만산고택~도심리 17km 구간의 스토리자원조사 용역을 대행하게 되었다. 농한기에 밥벌이 겸, 그렇지 않아도 운동삼아 나름대로 '마을길 걷기'를 간간히 진행해 오고 있는 터에 고마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사전 협의와 '계획서' 작성을 마치고 지난 1월 8일 이번에 조사를 맡게된 구간의 출발점인 [만산고택]에 관계자 분과 자리를 가졌다. 봉화문화원 강연선 사무국장님, 만산고택의 강백기 선생님과 함께 이번 외씨버선길 문화자원 조사에 대한 취지를 나누고 몇가지 실무적인 일을 논의한뒤 길을 나섰다.

내가 맡은 일은 1월 한달 동안 춘양읍에서 도심리를 잇는 17km구간에 산재해 있는 스토리자원 조사가 전부다. 구간의 조정이나, 테마 선정 같은 것은 [외씨버선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사업단에서 수행해야 할 일이고, 나의 과업은 단지 길의 테마, 길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스토리 자원에 대한 수집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참 쉽고 간단한 일인것 같다. 우선은 500만원의 예산으로 3명의 인력이 한달간 할 수 있는 일의 최대치를 수행하는 것만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사실 스토리 자원을 조사하는데 있어, 보다 더 큰틀인 [4색 루트 외씨버선길]의 주 테마와 4개시군 구간 각각의 테마-색이 어떻게 사전 논의되고 모색되었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기 때문에 작업과정이 참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했ㄷ. 하지만, 그 구간 내에 모을 수 있는 스토리 자원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모으는 방법밖에는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날 걸음은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앞서 길전체의 '색'을 먼저 느껴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세부적 자원조사는 앞으로 계속 걷는 과정에서 수행되어야하고 우선은 이 길의 '느낌', 이길의 '가치', 이 길의 '정신'이 무엇일까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산고택을 나와 의양리의 태고정, 낙청당, 권진사댁을 둘러보고 춘양중학교 교정에 있는 서동리3층석탑, 서원촌 등을 거쳐 산길을 통해 새터로 가는 방법과 운곡천을 따라 나있는 88번지방도를 따라 걷는 방법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일단 운곡천을 따라 걷는 길을 택했다. 운곡천을 따라 농로를 걷기도하고, 농로가 끊어지면 다시 도로로 나와 걷기도 하면서 일행들과 길의 느낌을 나누기도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구간의 중간지점인 애당리의 '봉화도예연구소'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 도예연구소의 반현호 소장님의 환대를 받고 국화차를 나누다보니 짧은 해가 운곡천 계곡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백두대간 넘어 기울기 시작하고, 더 이상 진행하기에는 혹독한 추위에 이날 과업은 그 지점에서 마치기로 했다. 도예연구소에서 작업중인 봉화 바래미마을 김종구 선배를 만나 차를 얻어타고 만산고택으로 돌아와 이 날 일과를 마무리했다.

이날 걸은 길은 총 9km로 이전에 도로를 차로 달리기만 했던 구간이다. 서벽리에 있는 [춘양목 송이 정보화마을' 관계자인 고마운 분들과의 인연 덕분에 몇년 전부터 일년에 몇번씩은 차로 다녀왔던 길이기 때문에 길을 걸어 나서기전에 사실 일정한 부정적 선입견이 있었다. 이 구간이 걷기길로서 적합할까, 뭐가 볼만한 게 있고, 무슨 문화자원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차로 달리기만 하던 길을 처음 걸어보면서 그런 나의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걷기를 통해  길의 '느낌'을 새롭게 얻는 기쁨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무시했던 사람한테서 새로운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되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기쁨같은 것과 같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문수산과 각화산 자락들이 어우려져 이루는 계곡을 따라 운곡천이 흐르고, 그 천을 따라 형성된 농지와 마을 그리고 길을 따라 멀리 태백산 준령을 바라다 보면서 걷는 기쁨은 참으로 컸다. 간간히 전해주는 강백기 선생님의 역사문화적 지식과 강영선선생님의 길에 임하는 지혜는 이날 그 길을 걷는 기쁨을 더욱 깊게 했다.   

* 동행자 : 4명
* 11시 만산고택 출발, 오후 2시 애당리 '봉화도예연구소'도착 
* 총  9km / 소요시간  2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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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를 통해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알게되었다.
"살다보면 그런 날이 온다. 다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냥 가기에는 왠지 억울한 순간.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나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그런 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2010935451&code=900306
경향신문 연재글에서 우연히 만난 김남희의 이 문장에 매료되어 까미노를 알게되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카미노 관련 책과 자료를 모으며 언젠가는 꼭 길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까미노는 시들해져버리고 나는 다시 시코쿠길에 필이 꽂히기 시작했다.

올초 평생 처음 떠난  일본 여행을 전후해 일본 관련 책들을 보고, 일본에 매료되었고 시코쿠 길을 알게 되었다. 시코쿠길은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 고보 다이시의 순례길을 따라 일본을 이루는 4개 섬중 제일 작은 시코쿠 섬 둘레의 88개 사찰을 도는 1200km의 길이다. 그 길은 고보 다이시의 깨달음을 함께하는 엄숙한 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단지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나누며 일본의 삶과 문화를 깊이 느끼고 배우고 즐기기에 너무나 좋은 도보여행길일 뿐이다. 그래서 다시 시코쿠 길은 나의 3번째 일본 여행길 목록에 올려졌고, 그리고 다음달 계획잡아놓은 결혼 20주년 규슈가족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책 [일본의 걷고싶은길2-규슈, 시코쿠 편]을 읽게 되었다. 


이책은 규슈와 오키나와 그리고 시코쿠 섬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규슈의 유후인과 부속섬인 야쿠시마, 오이타현의 유후인, 오키나와 본섬과 부속섬인 이시카기섬, 이리오모테섬 그리고 이 책의 3분지2를 채우고 있는 시코쿠 순례길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기본적인 여행 안내 정보를 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순전히 여행 안내서는 아니다. 김남희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지만 정보는 덤일뿐이고 책은 줄기는 작가의 사색의 흔적이고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간의 소통과 교감의 기록이다.


이 책의 첫장을 채우고 있는 야쿠시마는 규슈 남단에 부속되어있고 울릉도의 3배정도 되는 크기의 섬이란다. 일년 내내 비가내리고 원시 열대림이 덮여있는 이 섬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 [원령공주]의 배경이기도 하다. 물이끼가 바위를 덮고, 수백년 된 삼나무가 울창해 그 숲속 어디엔가  숲을 지키는 정령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섬이다. 그 섬을 걷고 도 걸어 수령이 7,200여년이 되었다는 삼나무 조몬스기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필자 김남희가 정념 삶을 과정 속에서 내칠 수 없었던 근본적인 물음, 인간과 우주, 삶과 죽음의 신비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길인듯 하고, 긴 여정끝에 만난 조몬스기는 필자 김남희에게 말없이 세상의 진리를 전해  줄 것 같다. 최소한 야쿠시마를 걸다보면 육식화된 몸, 동물적인 정신이 숲의 정기에 씻겨 초식화된 몸으로 식물적인 정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김남희를 통해 내 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의 목록에 야쿠시마를 올려본다.

필자의 두번째 발길은 오이타 현의 유후인으로 향한다. 유후인은 유휴가케산으로로 둘러쳐진 조그마한 마을이다. 온천이 있고, 조그마한 가게들이 빼꼭히 들어찬 거리가 있고, 작은 미술관과 민예점들이 늘어선 관광지다. 유후인은 1970년대에 와서 '기획된' 관광마을이란다. 하지만 '관광마을'의 어감이 주는 인공적 혹은 조잡한 이미지가 필자를 통해 유후인의 역사를 들어보면 확 사라진다. 대규모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서 주민자치기구를 결성하여 보전의 길을 선택하고, 단순한 보전을 넘어 마을이 존속할 수 있는 생활기반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주민들의 삶과 같이 해 왔던 지역 문화를 이용하여, 최소한의 단장을 통해 오늘날 일본인이 살아 생전에 가장 가고싶어 하는 마을로 거듭나게 했단다. 껍데기만 보고 다소 실망스러웠던 유후인을 필자를 통해 다시 느껴 볼 수 있게 된 점이 너무 고맙다.



필자의 발길은 오끼나와와 이시가키섬 등을 거쳐 시코쿠에 이른다. 이책의 2/3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시코쿠 길은 책의 분량만치 오랜 역사를 가진 순례길이다.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양축의 하나인 불교의 순례길이자 수백년동안 민중의 삶속에 녹아 든 풍습과 문화를 낳은 시코쿠 순례길은 어쩌면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걷기 길인지도 모른다. 그 길을 따라 김남희는 이 길을 만든 당사자인 고보 다이시의 가르침이 아니라 시코쿠 순례길이 만든 길가 주민들의 인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까고 있는 것 같다. 이 길을 걷고 나면 사람에 의해 받은 상처가 치유되고, 사사로운 원과 한이 보편적인 인류애로 승화될 것 같은 희망을 준다. 나도 언젠가 오헨로상이 되어 시코쿠 길위에서 상처 받은 다른 사람들과 포옹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 김남희가 고맙다.

시코쿠와 규수 지역의 대표적 걷기길에 대한 김남희의 여행기인 이책은 일본의 도시에 국한된 시야를 가진 사람들에겐 일본 이해의 폭을 일본의 농촌, 일본의 자연까지 넓힐 수 있도록 안내할 것 같다. 그리고 김남희가 길을 걷는 내내  '친절한 일본인과 뻔뻔한 일본정부'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한다. 나 역시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일본의 매혹적인 문화가 어떻게 평생을 가져왔던 일본에 대한 선입견과 조화를 이루거나 그 선입견을 수정해 나갈 지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김남희의 발길을 따라 일본의 자연, 일본인의 삶을 날 것 그대로 속속들이 만나다 보면 추악한 국가권력과 분리된 일본의 매력을 갈등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본의걷고 싶은 길]을 만나 다시 한번 더 일본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한달 앞으로 다가온 규슈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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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에 산 화분을 겨울이면 다 얼려 죽였지만 올해는 다행히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치기전에 화분들을 거실에 들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화분을 들여놓은지 몇일 지나지 않아 화분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분근처에서 나는 소리를 새소리로 알고 화분은 물론 천장까지 온 집안을 다 뒤졌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소리의 원인을 알아내는 일을 포기하고 한참을 지난 몇일전, 화분의 풀잎에서 조그만 움직임을 느꼈습니다. 왠일인가싶어 화초를 뒤적거리다보니 한겨울에 난데없는 개구리 한마리가 화초덩쿨 사이에서 나타났습니다. 깜짝놀란 개구리가 거실을 뛰어다니다 나의 손에 잡혀 다시 화초속의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온 식구를 혼란스럽게 했던 원인 불명의 새소리가 다름아닌 이 개구리 소리였던 것입니다. 겨울단잠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거실 온기에 봄이라도 온줄 알고 깨어난 개구리는 친구를 찾아 목놓아 울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채 그렇게 울기만 했는가 봅니다.

그날 이후 우리집은 화분에 물 주는 일이 화초를 위한 것이 아니고 개구리를 살리기 위한  일이 되었습니다. 주전자로 물을 주던 것을, 개구리가 살 수 있는 습기를 유지해 주기위해 없던 스프레이까지 사서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 화분을 떠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는 개구리가 기특하지만 긴 겨울을 잘 이기고,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연두빛 마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길고 외로운 겨울내내 우리집 한 식구로 같이 지내게 된 개구리의 안녕을 빌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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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쉬는날, 강건너 거무실을 걸었습니다.

늦은 아침, 살을 에는 추위가 한낮의 햇살에 누그러들자

간단한 간식을 챙기고 아내와 둘이서 집을 나섰습니다.

이런저런 핑게로 오랫동안 떠나지못한 마을길 순례를

이번은 사전 계획도 없이 갑자기 나서게 되었습니다.

 

거무실은  비나리마을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을 중의 하나입니다.

비나리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안동쪽으로 오백미터만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초방산 가는 길이 나오는데, 바로 그 반대편 강건너

보일듯 말듯 골짜기에 숨어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몇년전에야 겨우 전기가 들어가면서 언론도 타고,

그 덕분에 외부에 알려지게된 거무실은

직선거리로 따진다면 국도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 마을입니다.

하지만 마을앞은 낙동강으로 막히고 마을뒷길은 청량산의 한자락인

문명산에 가로막혀, 차로는 당연히 접급할 수도 없고

걸어서도 접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세상에 숨겨진 마을로 남아 있습니다.

 

비나리마을에서 출발해서 옷갓재를 지나 고계다리를 건너고,

고계리 마을을 관통하다 오른쪽으로 틀어 산길을 접어듭니다.

고계리를 지나 30분쯤 산길을 오르다보면

정상쪽으로 난 가파른 비포장길과 오른쪽 강쪽으로 나있는

오솔길로 나누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가파른 산길에는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차바퀴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산이 깊어질수록 그 길마저 사라집니다.

매서운 추위가 살을 애는 한겨울에도 등에 땀이 흐를 만치 걷다보면

그 길의 끝에서 민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세상이 싫어서 이렇게 깊은 산속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가 싶기도하고, 어쩌면 옛 고향집을 꾸며

간혹 들러서 쉬어가는 집같기도했지만

아무리 불러봐도 사람은 나오지 않고 빈마당엔 겨울 바람만 가득했습니다.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강쪽으로 갈라진 오솔길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첩첩산중이지만 그래도 가는 길목마다

지금은 사람의 온기가 가쉰 폐가들을 만날 수 있고,

잘 손질된 잔디가 덮인 무덤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대신해 객을 반깁니다.

 

풀숲을 더듬어 없는 길을 만들어 30분쯤 더 걷다보면

이제는 포기하고 돌아서야지 하고 마음먹기 시작할 즈음

오랜동안 그리도 가 보고싶었던 거무실 아랫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옛날에 살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이제는 두어집이 남아 동네를 지키지만

가파른 산능선에 심겨진 대추나무와

겨울 찬바람에 마른 고추댓궁이 겨울 햇살을 받으며 천연덕스럽게 지난 여름 받았을

따뜻한 사람의 손길을 이야기해 줍니다.

 

두어채의 폐가와 사람사는 흔적이 있는 또다른 두어채의 집이 전부인 마을에는

인기척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낯선 객을 반기는 강아지 한마리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명산자락이 모은 빗물이 지나는 거무실 계곡은

도연명이 찾던 무릉도원이 꼭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치

선계를 닮아있습니다.

큰물에 씻긴 집채만한 바위로 이루어진 거무실계곡은

언제 다시한번 꼭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찾고 싶습니다.

계곡을 이루는 바위위에 작은 상을 차리고 오늘은 만나지 못했던

거무실 사람들과 잔을 비우며 물소리와 함께

거무실 사는 이야기라도 듣고싶습니다.

 

한해를 보내야하는 즈음,

거무실을 걷기는 큰 행복을 주었습니다.

* 비나리마을에서 거무실까지 왕복 10km // 일부구간 난코스

* 소요시간 4시간

* 거무실마을 도착후 낙동강을 따라 북상, 고계 다리에서 강을 건널 수 있지만 비나리마을 앞 구간에서 강변을 따라 지나기에 어려운 코스가 있다.

* 고계리에 차를 세워두고 걷기를 시작하면 넉넉잡아 3시간이면 거무실 마을 걷기를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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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의 사상적 지평을 연 지성의 토대가 되는 청년시절 독서의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오해도 많고 열성팬도 많은 '정치인' 유시민에게는 어쩌면 최종적 '입장'이 아니라 그 입장의 원천을 드러내는 일이 꼭 필요했었다고 보는데, 바로 그와같은 역할을 거뜬히 하고 있다. 물론 필자 유시민의 집필 동기는 스스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다른데 있고, 그것은 바로 지표를 잃어버린 자의 삶의 길찾기, 즉 한국사회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자의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와 나아갈 바에 대한 모색일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책 [청춘의 독서]는 청춘시절 독서의 중요성이나 책읽기의 방법을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측면보다는 필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과제를 지고 살아가야 할 이미 기성세대가 된 나같은 독자와 그 고민을 나누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길은 잃'은 유시민은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편다. 그 지도는 청춘시절 읽었던, 이후 유시민의 삶의 방향을 이끈 나침판같은 역할을 해주던 주옥같은 14권의 고전이다. 그리고 다시 길이 보이지않는 지금 그는 새로운 지도가 아니라 바로 그 낡은 지도를 다시 편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 리영희의 [전화시대의 논리], 칼막스의 [공산당선언], 사마천의 [사기], 다윈의 [종의기원],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맹자], ... 어느 것 한권 무겁지 않은 책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 14권의 고전이 세상의 근본을 모두 보여주거나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필자 유시민은 자신의 사고와 행위의 근본을 이루는 가치의 보고를 다시 뒤적거림으로써 저만치 나아간 자가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는 자의 태도를 되찾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막무가내 밀어부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위대한 바보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그 근본으로 돌아가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는 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주할 수 있었던 그의 겸손한 삶의 태도가 참 건강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 http://usimin.net/  에서 퍼옴

근본을 되짚는 [청춘의 독서]는 그렇다고 한가한 고전읽기의 흔적은 아니다. 그는 치열한 현실에 두발을 딛고 달음박질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는 마음으로 현실과 책속을 오간다. 그 접점이 어디이고, 그의 사색의 과정이 가져올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휴머니스트 유시민의 젊고 건강한 정치적 행보와 삶의 여정을 지켜보고 싶다.

유시민은 이제 젊은 정치인이 아니라 50대의 기성세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은 항상 청춘을 갈망했고, 그의 지지자들 역시 청춘일 수 밖에 없었다.  자연적 나이를 뛰어넘는 그의 젊음은 바로 독서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그가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노무현대통령의 삶과도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독서하는 정치인, 지성적 정치인에 목마른 한국사회에 그와같은 정치인의 큰 획을 긋는 유시민의 이후 삶의 행로에 큰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 그의 행운이 한국사회의 행운과 일치하기를, 그의 정치 여정이 표면적으론 다르지만 근본에서 같은 세력이 더불어 민주주의의 기초를 지키며 우리사회가 나아가야될 큰 비젼을 함께 모색하며 그 토대를 쌓는 과정일 수 있기를 또한 기원한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나는 비슷한 연배로서 이제는 잊어져가는 아련한 꿈들을 되새긴다. 그리고 잊었던 이름들을 불러본다. 칼 막스, 라스콜리니코프, 쇼냐, 이명준...  그리고 늦은 숙제를 떠 안는다. 다음 두권의 책을 꼭 읽어봐야지.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필자가 [진보와 빈곤]에서 인용한 구절을 다시한번 적어본다.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 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 부패한 민주정부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엑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가 나가면 더 악한 자가 들어선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나긴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자유롭던 민족이 노예상태로 전락한다.(.....)가장 미천한 지위의 인간이 부패를 통해 부와 권력에 올라서는 모습을 늘 보게 되는 곳에서는,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부패한 민주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Progressive and Poverty, p53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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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갤러리 81' 오프닝페어

'Trunk Gallery 81' Opening Fair   2010_1214 ▶ 2011_0131

구본창_Female Nude 1_젤라틴 실버 프린트_40×50cm_2003 이민호_Portable LandscapeⅢ n.19_디지털 C프린트_53×65cm_2009

초대일시_2010_1214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구본창_구성연_김대수_김정욱_김진숙_박영숙_배찬효 류준화_송유림_윤석남_이민호_이정록_이피_임양환 임택_장성은_정정엽_주재환_최병관_하인선_히로미

관람시간 / 11:00am~06:00pm

트렁크갤러리 81_TRUNK GALLERY 81 서울 종로구 인사11길 22(구, 견지동 81번지) Tel. +82.2.3210.1233 www.trunkgallery.com

트렁크갤러리가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에 2007년 2월에 문을 열고, 한국 미술계에 사진미디어로 Art Work을 하는 Photo Artist들을 지지하며 작가작품 프로모션과 판매를 감당해내겠다며 발한지 벌서 3년을 지나 4년째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간 많은 Photo Artist들의 열과 성을 다한 작품 활동과 그 작가작품들에 대한 호응과 소통의 방법으로 나타난 컬렉터들의 컬렉션이 오늘의 트렁크갤러리의 입지를 이루어내게 되었답니다. 진정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찬사, 바로 트렁크갤러리를 신뢰하고 사랑해주신 여러분들의 크신 공로 그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정엽_Green Bean_캔버스에 유채_73×61cm_2010 이피_눈떨림 The Eye Cloud_종이에 아크릴채색, 수채_28×37cm_2010

이에 힘입어, 트렁크갤러리는 또다른 새로운 공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공간인 트렁크갤러리의 인큐베이터, "트렁크갤러리 81"를 오픈하게 되었답니다. 작고 아담한 공간입니다. 작가의 한 시리즈작업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11길에 자리하는 전시공간입니다.

주재환_쥐와 고양이_색종이, 스티커_29×21cm_2010 류준화_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72.7×60.5cm_2009

이 공간의 "場"을 열기 위한 작은 아트페어, "트렁크갤러리 81 오프닝페어"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고 있습니다. 여기 "트렁크갤러리 81"에 작은 소품들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박영숙

구성연_사탕시리즈 C04_라이트젯 C프린트_60×90cm_2009

트렁크갤러리 81 트렁크갤러리 81은 신진작가들의 성장을 독려하고 그들을 발굴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8평 정도의 개인전 하기의 최적인 공간입니다. 2011년 3월 이후로 개인전을 준비하시는 많은 작가분들의 대관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 대관기간_화요일 개관 ~ 월요일 종관 (총 7일) - 대관료_주 당 1,500,000(일금 백오십만원) + VAT 10%(일금 십오만원) = 총 1,650,000원(일금 백육십오만원)    * 계약금_대관료의 30%(일금 사십오만원) - 문의_E-mail_trunkgallery@naver.com | Tel. +82.2.3210.1233

Vol.20101216e | '트렁크갤러리 81' 오프닝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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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비나리미술관은 마을 아이들을 중심으로 멀리 안동, 영주 어린이들도 참가하는
'미술체험'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많게는 30여명의 어린이들이 부모님, 마을 공부방 인솔선생님과 함께 매주 토요일 오후를 비나리미술관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벌써 올해로 5년째, 처음 미술관 수업에 참가한 마을 어린이들이 지금은 자라 고등학생이 되기도했고, 그 때 막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지금은 미술관에서 같이 수업에 참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5년 작지 않은 세월이지만, 언제 지나갔는지 세월은 그렇게 또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연말이 되면  지난 세월을 추억하고 정리하면서 한편 새로운 한해를 맞을 마음을 준비하게 됩니다. 비나리미술관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작은 마을 전시를 열고 주민이 함게 모여 지난 한해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새로 맞을 한해의 꿈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왔습니다. 첫해에 마을아이들의 전시를 시작으로 마을주민전시 등을 열어왔는데 올해 다시 마을 아이들의 전시회를 열어 주민이 함께 하는 조촐한 잔치를 가졌습니다.

구제역 한파로 지역사회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사람들의 왕래조차 줄어든 사정으로 외부 손님 초청없이 마을주민과 아이들만 참가한 소박한 자리였지만 풍성한 음식과 넉넉한 인심으로 즐겁고 정이 넘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도 줄고, 희망도 줄고 남아있는 삶들은 날로 팍팍해져 가는 산골마을에서 소박한 '미술교실'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그나마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 작은 유대를 형성하고 그 유대를 토대로 작은 꿈들을 공유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불가능한 꿈의 한자락에서 비나리미술관이 내년 한해 지역사회의 작은 사랑방으로 사람의 발길이 늘고 활기가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해 수고하신 만형이 어머니를 비롯한 공부방 선생님들, 봉화자활센타 관장님, 그리고 이날 잔치를 준비하신 학부모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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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환경 농업 마을 하면 가장 먼저 문당리가 떠오른다. 나아가 문당리는 환경농업 말고도 여러가지 정부 지원 마을 사업을 시도하고 지역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가장 대표적 사례의 하나다. 화천의 토고미마을, 이천의 부래미 마을, 그리고 단양의 한드미 마을까지 성공적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온 마을 을 보면 어느 마을이나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 문당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환경 농업의 메카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로 주형로선생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오늘의 [문당환경농업마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는 희망제작소에서 기획된'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 중 9번째 책이다. 희망제작소는 주로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지역사회나 농업, 그리고 퇴직자 등에 주목하고 그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대안적 희망을 모색해 왔다. 그와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는 그동안  옥천신문을 만든 오한흥님, 장성 한마음공동체를 만든 남상도님, 바보군수라 통하는 완주군수 임정엽님 등을 취재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왔다.



이 책은 어떻게 인간 주형로가 농부가 되었는지, 그것도 환경농업을 선도하는 환경농업운동가로 변신하여 문당리를 중심으로한 지역사회일원을 환경농업단지로 만들고 전국적으로 환경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확산시키는데 몰두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준다. 또한 그가 매 순간의 선택의 귀로에서 어떻게 옳은 길을 선택했고, 그렇게 선택한 길을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아가는 만치 작은 농부 주형로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고, 한명의 훌융한 농촌운동가의 삶에는 또 다른 수많은 동반자가 같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와 함께한 동반자중에는 누구보다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자식들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의 뜻을 함께한 이웃 농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작은 농부 주형로를 바른 삶의 길로 인도하고, 좌절의 순간 일으켜세운 스승 홍순명을 빼고는 오늘의 주형로, 오늘의 문당리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스승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스승 홍순명과 제자 주형로의 관계는 스승도 드물고 제자다운 제자 역시 귀한 세태에서 큰 귀감이 된다. 거의 극적이다시피한 오리농법의 도입 계기가 바로 그의 스승 홍순명선생에 의해 주어졌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 그와같은 계기로 도입된 오리농법이 고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봉하마을에 도입되는 과정 역시 감동적이다. 의인은 의인을 알아본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모두가 버리다시피한 농업/농촌에서 새 희망을 찾아 먼길을 걸어온 주형로의 발자취를 정리한 이책에서 주형로에 의해 오리농법이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데 있어서 스승 홍순명의 극적인 역할 못지 않게 감동적인 것은 바로 [문당리 100년 계획서]다. 이 역시 일본의 농촌에서 벤치마킹해 온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마을의 미래를 구체화한 '꿈'을 담고 정리하는 노력이 향후 마을 공동체의 이상을 구현하는 데 있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아챈 주형로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래가 없다는 농촌에서 한권의 보고서로 구체화된 마을의 꿈은 지친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지표를 상실한 마을 공동체에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함으로써 동력을 일으켜세우는 지대한 역할을 해내었을 것이다.

농촌마을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온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마을 사업의  방향성마저 잡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독자의 한 사람에게 다가온 작은 농부 주형로의 삶이 시사하는 바가 참 많지만 우선은 마을사업의 과정에서 받는 고통 그리고 즐거움은 이루다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과정이 글의 행간을 넘어 뼈져리게 느껴져 오는 것은 같은 농업인으로서 가지는 동병상린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주형로님은 유별난 구석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결기와 고집으로만 똘똘뭉친 그런 사람은 아닌것 같다. 사실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그런 사람이 사람사이에 통로를 만들고, 의기를 투합시키고, 더불어 마을 공동체를 일구어나가는 일은 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형로선생은 희망제작소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 유명인사다. 그동안 수많은 상을 타고, 언론에 노출되어왔고, 무엇보다 같은 입장의 농민들에게는 하나의 멘토로 자리잡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때 주형로선생에게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에 선정된 것은 다른 모든 보상을 합치고도 남을 경사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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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영양군의 수비를 중심으로 작은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책마실'이라는 이 모임은 수비의 아동센타나,
복지관련 종사자는 물론 지역 농민들도 같이하고 있다고합니다.
이 모임은 그동안 농촌공동체나 생태 등과 관련한 책을 읽고 
정기적인 독서토론회를 가져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농한기를 이용해 '필자초청강연회'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책마실 모임의 모임지기이신 '더불어숲'님의 연락을 받고 
비나리 마을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오고가다 마주친 지역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한 끝에 지난 11월 15일 첫 강연회에 
어른 5명, 아이 2명해서 총 7명의 봉화군 명호 주민들이 참석을 하였습니다.

사실 봉화 명호에서 영양 수비까지는 
험하고 외진 산길로 1시간이상 차를 달려야만 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녁시간에 갖는 강연회에 
누가 참석하겠다고 쉬 나서겠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자 이웃 '다정불심'님이 문자로 공지를 하고
전화 독촉까지 해서 외롭고 지루했을 영양가는 길을
마을의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정감넘치고 신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오후5시에 일을 마치고, 나무보일러에 불을 때고, 씻고 나니 이미 출발 약속시간인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내가 권하는 저녁밥도 뿌리치고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일행과 더불어 수비로 달려갔습니다.
일행 모두 저녁을 먹지못해 가는 길에 식당이라도 들를 생각이었지만 가도가도 식당을 고사하고 가게하나 만나질 못했습니다. 강연 시작까지는 조금의 시간을 남겨두고 도착한 '우리손 농촌유학센타'는 이미 어둠에 싸여 주위 경관을 둘러볼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면소재지로 나가 저녁을 해결하고 오기에도 어중간한 시간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강연이 진행될 강당에 들어가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계신 주형로님 등과 인사도 나누며 속속 도착하는 분들과 더불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년 7시 30분이 되자 이번 강연회를 준비한 책마실 모임의 '더불어숲'님의 진행으로 이번 강연회의 준비과정과 취지에 대해 듣고 참가자들 간에 간단한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강연에 앞서 준비된 생태가수 박창근님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과문한 탓에 이날 처음 듣게된 가수 박창근의 노래는 모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애착과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박창근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우리손농촌유학센타'의 작은 공간에 에 가득 넘쳐나자 처음의 어색했던 자리가 화기애애한 사랑방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박창근님의 공연에 같이한 아쟁 연주자의 성함을 잊어버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냥 강연이 아니라 저녁내내 들어도 아쉽지 않을 공연이 마무리되고 이어서 이날 초청 강사인 주형로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책마실의 첫 초정강연의 초대손님인 주형로님은 문당환경농업마을을 일궈오신 농민입니다. 풀무농업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을 넘게 친환경 농업이라는 한길을 걸어오시며, 날로 무너져 가는  한국 농업, 농촌을 지켜낼 하나의 모델을 일궈낸 대단한 일꾼이십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하다못해 '좌익 사상'으로 까지 매도되고 핍박받던 시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오리농법을 도입하여 지역사회전체를 친환경 농업마을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삶은 '희망제작소'의 대안적 희망찾기의 과정에서 발굴되어  <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푸른나무 펴냄)>라는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날 강연회는 바로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를 읽은 책마실 회원들의 초정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주형로 선생님은 이미 농업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뵙고 그분의 활동과 문당마을의 사례에 대해 들어왔습니다. 농사가 참으로 어렵지만,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나 그 어려운 친환경 농업을 또 그에 못지 않게 힘든 공동체 사업과 결합해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신 그 분의 삶을 생각한다면 가슴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번 들은 사례지만 다시 한번더 그분의 삶과 우리 농촌의 희망을 생각해 보는 귀한 강연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를 소개하면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날 강연회를 통해 받은 단편적인 인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멀리 홍성에서 부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동반해 강연에 임해주신 주형로 선생은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강연히 단지 세치 혀로 하는 강연이 아니라 그분의 삶 전체를 담아 드러내는 진실된 자기고백의 자리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세한 비판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드물고 돈도 귀한 산골 수비에서 이렇게 독서모임을 꾸리고 지역사회의 가치를 보전하고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모색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농사지어 밥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현실에서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농촌공동체를 생각하고, 먼 미래의 우리 농촌 나아가 인류의 삶 전체를 고민하는 젊은 일꾼들의 활동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강연회를 준비하고 솔선수범하시는 책마실 회원님의 노고가 일궈낸 이날 자리는 봉화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저를 포함한 지역의 젊은 일꾼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강연회를 파하고 먼길을 돌아오는 내내,그래서 우리마을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어렵고 곤혹스런 물음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같이 했던 명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온 현실은 또 한번 부쩍 늘어난 과제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이날 같이한 명호친구들과 아빠손에 끌려 힘드고 지루한 자리를 내내 같이한 청년이 시연이 두 꼬마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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