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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설픈 겨울의 흔적을 마지막 씻고 내려가는 비가 내린다.
밭 장만이 끝나고 채 고추를 심지 못한 농부들은
애간장이 타 들어가고,
고추를 심어 한숨을 돌렸던 어르신 역시 고추모 쓰러지고,
밭둑 떠내려가는 장대비에 가슴을 졸인다.
농사가 없어 날품을 파는 사람은
하루 벌이가 없어 딱 그만치 가벼워진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마당에 듣는 비소리에 이끌려
유념의 달콤한 꿈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봄비 같지 않은 비가 봄의 대지를 적시는 날 아침,
나는 창을 열고 산천을 내다보고,
나의 삶을 들여다 본다.
비가 와서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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