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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마늘과 양파를 심었다.

부모님 두어접 드리고 우리식구 먹으면 될 조그만 양이지만

그래도 농촌살면서 생활비도 줄이고

조그마한 겨울 농사라도 하는게 좋다는 생각에

양파는 아니지만 마늘은 올해 처음으로 심어봤다.

사실 '돈이되는 본농사 제대로 짓고

내 먹는 농사 이것저것 하느니 차라리

사먹는게 싸게 치인다'는 게

요즘 농부들의 상식이지만

나는 올해 부터 그 상식을 배반하기로 했다.


돈이 안되지만 내가 먹을 농사 이것저것이라도 지어

아주 조금이지만 상대적으로

돈에 덜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대형마트 발을 끊은 것 하고

우리집 먹을 채소 내가 직접 키우기로 한 것은

그만치 내가 돈을 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하는 선택일 것이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을까 모르지만

아무튼 내년에는 양파와 마늘, 파 정도는

사먹지 않을 수 있어 올해보다

0.01%는 돈에서 더 자유스럽지 않을까 생각된다.

눈속에서도 녹색을 잃지않고 자랄

마늘과 양파의 모습이 벌써 눈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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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농사꾼을 자칭한지 십수년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 멀어도 한참을 멀었습니다.
본농사라는 것도 묵어 수풀에 덮혀버리기 예사고
사시사철 먹어야할 야채도 키워서 먹는 것보다
시장에서 사먹는 게 훨씬 많습니다.

이웃 형님들을 보면 본 농사일에도 늘 허덕이며 살아가시지만
꼭 가까이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1년먹은 마늘이며 양파며, 계절마다 각종 채소며 어느것 하나
돈주고 사 드시는 것 없이 알뜰하고 체계적으로 농사를 지어 드십니다.

몇일전 게으른 이웃 아우에게 앞집 형수님이
양파를 한소쿠리 들고 오셨습니다.
계절마다 절기마다 새 야채가 나오면
이렇게 얻어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고,
다른 이웃분들로부터도 매번 얻어먹기만 하고 살아온 지가
벌써 15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얌채라고 내치지 않고 여전히 챙겨주시는 이웃 어르신,
형님들의 사랑에 우리 가족은 산골사는 어려움을 잊고 삽니다.

양파 한 소쿠리에 태산같은 이웃의 정을 실감하고
나도 모르게 그분들의 삶앞에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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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많았습니다.
연초부터 일본 연수도 다녀오고,
딸아이가 진학을 해서 객지로 내보내고,
밭에는 사과나무도 심었습니다.
거기다가 집마당을 넓히고 석축도 쌓고,
밭은 농로와 도수로 공사로 적지않은 시간을 들여 고생을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평년에 하지 않던 짓을 저질렀습니다.
매년 마을에서 꼴찌로 고추를 심다가
올해 처음으로 본밭은 아니지만 마당의 텃밭에나마
마을에서 1등으로 고추를 250여포기 심게 되었습니다.
3일전 밭에서 경운기 작업을 하다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작업이 중단되었는데
왠 마음이 갑자기 동해서 비를 맞아가며
텃밭에 고추를 심게 되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하는 일은 나름의 희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날씨바람에 조금춥긴했지만
여름같으면 땀도 나지않고, 햇살에 지치지도 않다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비를 맞으면 일을 하기를 조금 즐기기도 합니다.
단지 그마음에 이왕 옷도 버렸으니 고추나 심자고
덤벼든 일이지만 일을 마치고 나니
아직 어린 고추모가 애초롭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잘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원을 하고, 남은 골에 옥수수며 양대콩이며, 땅콩까지 호기롭게 다 심었습니다.
물론 본밭이 아니고 집앞 200여평의 텃밭에 불과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동네에서 1등으로 고추도 심고, 
여러가지로 뿌듯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고추를 심은지 이틀만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싸락눈까지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께의 예상 최저기온은 영상1도, 다행히 고추모가 얼지 않았습니다.
어제의 예상 최저기온 역시 영상1도였지만,
기상청 정보를 보니 영하1.5도를 기록했답니다.
그래도 다행히 고추모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아침 예상최저기온이 영하1도랍니다.
어제밤늦게 있는 비닐을 펼쳐 반정도는 덮어두었지만
나머지는 오늘아침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침에 비가내리고 바람이 불면,
서리가 오지 않아 고추모가 살수 있지만,
바람도 없이 고요한 중에 서리가 내리면 고추모는 끝장입니다.
무론 250여포기에 불과해 날이 풀린뒤 다시 심으면 그 뿐이지만
제발 애처로운 고추모가 이번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기를 
천지신명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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