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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지 않던 봄농사가 오늘로 드디어 끝났습니다. 올봄 사과 농사 2,000여평을 새로 시작하면서 일손이 밀리기 시작했지만 사실 봄농번기에 4번의 행사에 무려 12일이나 봉화군 홍보 행사에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위한 출장을 다녀오는 등 외유를 하다보니 일손을 놓치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멀리 진해에서 동생까지 불러올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마다않고 밀어붙인 덕분에
오늘 팥과 기장, 수수 파종을 마치고,
집텃밭에 파모종까지 정식을 하고나니 이제사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것 같습니다.
게으른 농사꾼이 이제사 봄농사를 끝냈지만 
그래도 큰 강을 건넌듯 뿌듯하고 흐뭇합니다.



항상 한해 농사를 마치고 나면
'내년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지' 혹은
'내년에는 이러지 말아야지'하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저가 매년 하는 다짐 중의 하나가 '내년에는 일손을 놓치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새 농사가 시작되면 이내 일에 쫒기기 시작하고
결국 손을 놓쳐 밭의 일부를 묵히곤합니다.
그래서 새로 하게된 다짐이 '농사를 추스릴 수 있을 만치만 벌이자' 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꼭 봄이면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무엇이라도 해 낼 것 같고,
다 잘 될 것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4월이 지나면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하고
5월이면 이미 작기를 놓치기 시작해서
6월이면 이미 수습이 불가능해서 손을 놓는 작목이 생겨납니다.

예년에 비해서 올해는 그래도 일손을 따라잡아 아직까지는 손을 놓은 작목은 없습니다.
면적은 많지 않지만 감자, 고구마, 고추는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바이러스로 수확을 전혀 못했던 감자도 잘 자라고 있고,
500여평을 심은 고추도 현재까지는 진디물도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니다.

고구마도 미리 심은 놈은 활착이 되어 줄기가 뻣기 시작했고,
야콘, 땅콩, 속청은 모종을 해서 본밭에 정식을 잘 마쳤고,
팥, 쥐눈이콩, 수수, 기장 등은 이제야 파종을 마쳤습니다.
돈이 될만한 농사는 없지만 그래도 작목은 가지가지 골고루 심은 올해 농사가
한여름 퇴얔볕아래 무럭무럭 자라, 모진 비바람과 병해충을 다 이기고
풍성한 결실을 가져왔으면 좋겠습니다. 

게으른 비나리농부는 오늘부터 풍요롭고 행복한 가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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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온 세상이 고요합니다.
정신없이 쳐내고 있는 봄농사도
넉넉한 봄비에 일단 멈추었습니다.
아무리 바쁜철이라지만
비속을 헤매며 쳐낼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기때문이기도하지만
봄비를 핑계로 쉬지않으면 사람 몸인들 어디 견뎌낼 수있겠습니까?

모처럼 한낮에 컴퓨터앞에앉아
그동안 밀린 자료들도 챙기고 소월했던 마을 홈피도 챙기고
블로그 글도 남겨봅니다.
그래도 욕심은 끝이 없어 벌써 머리속에는 치워내야할 일들의 목록이 계속
늘어나고 컴퓨터앞에 앉아있는 마음이 무조건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고구마도 심어야하고, 콩도 심어야하고, 야콘도 심어야하고
그리고 호두밭 작년 비닐도 벗기고 로타리도 쳐
깨심고 수수심고 팥심을 밭도 만들어야되고...


비어가는 모종하우스만치 마음도 한가로워져야하는데
아직은 머리속에 일들로 꽉차있습니다.
당장 오늘 제주도 올레길탐방결과를 정리해서 마을 홈피와 블로그에 올리고
덤으로 작년 제주여행도 정리해 개인 블로그에 담아야하고,
그리고 이웃 비나리마녀님이 만든 우리마을 홍보 티셔츠와
각종 꽃잎차도 사진에 담아 마을홈피에도 올리고
그리고 그동안 밀린 책도 좀 읽어야하고
또 무엇보다 비어가는 모종하우스를 정리도 하고
고구마 모종도 미리 뽑아나야겠습니다.

바쁜 마음에 아무렇게나 심은 고추며 감자가 따가운 봄햇살에 시들거리다가
이번 비에 완전히 살음을 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러다가 고추 다 죽이는거 아닌가 싶을 만치 고추가 시들어 있었는데
이제 아무 걱정이 없게 되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부지런히 몸을 놀려 그동안의 게으름은 만회해야겟습니다.
6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봉화군 축제홍보행사에 참여해야하고,
6월12일에는 여의도에서 또 봉화 홍보행사를 치뤄야합니다.
적어도 6월3일 이전에 바쁜 농사일은 다 마무리짓고
편안한 마음으로 서울을 다녀오고 싶습니다.

할일은 많고 마음은 바쁘지만
그러나 어쩌게습니까, 하늘이 쉬어라면 쉬어야지요~~

봄비가 흠뻑 내린 오늘 지상의 모든 농부가
편안하고 게으른 하루보내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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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어제 오후 늦게

고추 정식을 마무리했습니다.

큰 면적은 아니지만 혼자서 500여평이 고추밭에 구멍뚫어 물주고,

경운기를 끄고 모종은 놓고, 북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은 쉽게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민서아빠, 동네 형님 그리고 앞집 아주머니도 와서 도와주시고

잠시잠깐씩 이지만 그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일정에 늦지 않게

기분좋게 고추정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민서네 텃밭에  800여포기의 고추를 심고,

남은 고추모 40여판을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표지판과 함께

집앞 길가에 내어놓고 나니 이제 드디어 고추 모종농사 단계가 '

완전히 마무리된 기분입니다.

 

동네를 둘러봐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집 빼고는

모든 분들이 다 고추정식을 끝낸 것 같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내일 비나리마을 노인회에서는

울진에나들이를 가신답니다.

힘든 고추 농사의 첫단계를 잘마무리하고

그동안 지친 몸을 풀고 기분도 전환하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고추농사를 처음 경험하고 나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저는 절때 고추농사를 안지을거라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추 농사 지은 지가 10년이 다 넘었습니다.

그동안 일반 농법에서 저농약, 무농약 농법까지 이어오면서

친환경인증까지 받았지만 사실 고추농사는 여전히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고추만치 돈되는 농사가 없는 까닭에 우리마을 주작목은 여전히 고추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고추농사에서 벗어나고자 올해 사과나무를 심었지만

당분가 고추농사는 계속할 계획입니다.

단지 내년부터는 사과농사를 무농약으로 하기 힘들어,

사과나무 사이에 심은 고추는 친환경 인증을 갱신할 수 없게 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농사는 훨씬 쉬워질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심은 고추지만 나중에 다 심고 나서 고추밭을 보면

사람 손이 얼마나 징글징글한지 느끼게 됩니다.

고추농사를 모르는 도시 사람들도 같은 느낌인가 봅니다.

 

도시에서 온 친구왈

"저거 고추가?"

본인 왈 "그런데 와?"

친구 왈 "저거 기계로 심었제?"

본인 왈 "와그래 생각하는데?"

친구 왈 "저걸 우째 손으로 다 심노... 그라고 심은 폼을 보니깐

         간격하며 줄하며 도전히 사람 손으로 한거 같지 않은데?"

본인 왈 " 보시게. 그라이 고추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인자 좀 알겄나?"

 

몇년전에 마을에 놀러 온 친구와 나눈 대화랍니다.

 

그 징글징글한 고추 정식을 끝내고 나니

올해 농사의 또 한 고개를 넘어선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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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벽지인 비나리마을은 아직도 소로 쟁기질을 하고
이랑을 타는 집이 한두집이 아닙니다.
집집마다 경운기와 관리기가 다 갖춰져있고, 
경사가 적고 객토를 해서 돌이 없는 밭에는
이들 기계를 사용해 농사를 짓지만
동네 밭의 3분지 1정도는 아직도 소로 쟁기질을 하고
이랑을 만들어야하는 돌이 많고 경사가 심한 밭입니다.

효율이나 경쟁력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형트렉터로 농사를 짓는 평야지대에 비해
비탈진 산전에서 소로 농사를 짓거나
경운기나 관리기같은 소형 농기계로 농사를 지어서는
도저히 밥벌어 먹고 살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농사를 짓고 말고 하는 판단은 
경제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고
오직 몸에 익은 농민적 근면성에 따른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혀 무가치한 일이거나 
어리석은 짓은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든 일을 하고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게
사람사는 섭리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미루던 경운기를 작년 초에 중고 하나를 100만원을 주고 장만했습니다.
그 전해에는 콩밭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해 지게로 콩단을 지어나르는 고역을 치뤘기 때문에
만사를 밀쳐두고 우선 경운기부터 구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쉰가구가 넘게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우리마을이지만
이웃 마을들과는 달리 트렉터가 단 한대도 없습니다.
우리 마을  최고의 농기계는 아직도 경운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운기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에 대해 판단할 제간을 없고
어찌되었던 우선 경운기가 생겨 편해진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낮은 짐칸높이 때문에 돌을 싣는다던지 할때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좁아 일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도
경운기가 못가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경운기의 등판능력은  거의 탱크 수준입니다.
또한 경운기는 벨트 등의 동력 전달장치를 통해 분무기나 양수기,
탈수기나 파쇄기같은 기계를 가동시키는
파워 엔진 역할을 거뜬히 해냅니다.  
그리고 경운기에는 로타리같은 부속작업기를 달아
밭을 일구고, 감자 수확기나 쟁기를 달아
감자 고구마 등 뿌리 식물을 수확하는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올해 우리집 경운기는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2000여평의 밭에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포크레인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다져논 밭을
무려 3번씩이나 로타리를 쳐 부드러운 흙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워낙 돌밭인데다가 밭이 촉촉할 때 포크레인이 다져놓은 밭은
경운기로 로타리를 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간혹가다가 바위같은 돌은 만나면 경운기를 멈추고
호미로 돌을 캐내기도 해야하고
돌에 로타리 날이 부딪쳐 튀어 오르는 경운기를 계속 눌러주고 잡아줘야합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온몸의 근육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힘든데 기계는 또 얼마나 골병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일을 끝내기 전에 경운기가 고장나 버릴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이 로타리를 다치고 골을 지어 감자를 심었고 또 고추를 심고 있지만
올해 봄농사 동안에는 우리집 경운기가 제일로 고생을 했습니다.
넘 대견스러워 맛있는 경유, 비싼 경유가 있다면
한댓박 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경운기야 고생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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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마을 한 할머니 말씀이
봄날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을 굶는답니다.
그래서 연두빛 산천에는 지천으로 꽃이 피고,
봄기운이 듬뿍 녹아든 봄햇살사이로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와도
그렇게 강력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봄날 내내 몸을 놀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봄햇살 속에서 부지런히 몸을 굴린 덕분에
남들 보다는 늦었지만 그래도 이제 자갈밭을 만져서 감자를 심었고,
오늘 고추밭 로타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조건 좋은 밭이면 하루에 끝낼 일을
3일 4일씩 난리를 쳐야 겨우 따라갈 수 있을 만치
열악한 밭조건이지만 그래도 도지를 얻는 밭보다는
내밭에서 돌 주워가면 짓는 농사가 훨신 더 재미있습니다.
바위와 한참 씨름을 하고서나 겨우 한 이랑을 지을 수 있는 돌밭이지만
그렇게 로타리를 치고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 뒤 심는 감자 한톨이
너무나 소중하고 대견스럽습니다.






주인이 밭에서 돌과 씨름하는 사이
고구마며 야콘이며 고추모종은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고추모종은 아직 키가 작고,
고구마 순도 이제사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올해 유독 야콘 싹이 너무 잘 자랍니다.
먼저 올라와 자란 싹을 잘라 포트에 옮겨심은 야콘모종이
36공짜리 포트로 벌써 한 50판 정도 됩니다.
이정도면 저의 작은 야콘농사를 지을 양으로는 충분한데
모판에서 솟아나는 야콘 싹은 아직 끝이 없습니다.
혹시 야콘 모종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언제라도 와서
뽑아가시든지. 아니면 포트에 심어가셔도 좋습니다.
비나리마을 주민에 한해 상토와 포트도 서비스로 제공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이 바쁜 와중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득 채울 해바라기며,
채송화며, 이름을 잊은 다양한 꽃씨들을 같이 파종했습니다.
꽃모종이 자라면 우리집 마당가에다가 심고
남는 모종을 마을길가에도 심고, 이웃에도 나누어 드릴 생각입니다.

오늘은 이웃 비나리마녀님과 비나리마왕(?)님께서
저희집에 들러 같이 야콘모종도 포트에 심고,
땅콩도 108공짜리 포트에 한 스무판정도 파종을 하고
덤으로 네일 속청을 파종할 포트에도 미리 상토를 담았습니다.
머슴 월급을 못줘 악성 임금 채불 업체가 된 비나리농장에
그래도 발길 끊지 않으시고 부지런히 들러 일손을 들어주시는
비나리 마녀님과 마왕님께 감사드립니다.

올봄 어설픈 농꾼이지만 나름대로 부지런을 떨었으니
올겨울 등따시고 배부른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봅니다^^*
겨울 농부는 봄을 기다리지만, 봄 농부는 다시 겨울을 기다립니다.
"아이고 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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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많았습니다.
연초부터 일본 연수도 다녀오고,
딸아이가 진학을 해서 객지로 내보내고,
밭에는 사과나무도 심었습니다.
거기다가 집마당을 넓히고 석축도 쌓고,
밭은 농로와 도수로 공사로 적지않은 시간을 들여 고생을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평년에 하지 않던 짓을 저질렀습니다.
매년 마을에서 꼴찌로 고추를 심다가
올해 처음으로 본밭은 아니지만 마당의 텃밭에나마
마을에서 1등으로 고추를 250여포기 심게 되었습니다.
3일전 밭에서 경운기 작업을 하다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작업이 중단되었는데
왠 마음이 갑자기 동해서 비를 맞아가며
텃밭에 고추를 심게 되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하는 일은 나름의 희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날씨바람에 조금춥긴했지만
여름같으면 땀도 나지않고, 햇살에 지치지도 않다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비를 맞으면 일을 하기를 조금 즐기기도 합니다.
단지 그마음에 이왕 옷도 버렸으니 고추나 심자고
덤벼든 일이지만 일을 마치고 나니
아직 어린 고추모가 애초롭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잘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원을 하고, 남은 골에 옥수수며 양대콩이며, 땅콩까지 호기롭게 다 심었습니다.
물론 본밭이 아니고 집앞 200여평의 텃밭에 불과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동네에서 1등으로 고추도 심고, 
여러가지로 뿌듯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고추를 심은지 이틀만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싸락눈까지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께의 예상 최저기온은 영상1도, 다행히 고추모가 얼지 않았습니다.
어제의 예상 최저기온 역시 영상1도였지만,
기상청 정보를 보니 영하1.5도를 기록했답니다.
그래도 다행히 고추모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아침 예상최저기온이 영하1도랍니다.
어제밤늦게 있는 비닐을 펼쳐 반정도는 덮어두었지만
나머지는 오늘아침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침에 비가내리고 바람이 불면,
서리가 오지 않아 고추모가 살수 있지만,
바람도 없이 고요한 중에 서리가 내리면 고추모는 끝장입니다.
무론 250여포기에 불과해 날이 풀린뒤 다시 심으면 그 뿐이지만
제발 애처로운 고추모가 이번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기를 
천지신명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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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사는 밭에서 돌을 캐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농로와 도수로를 확포장하는 일명 [밭기반 공사]를 한다고
농로 여기 저기 길을 파더니 올 해동이 되자마자 
온 동네에 본격적인 공사판을 벌였습니다.
마을 앞산의 북쪽 사면에 위치한 밭을 대상으로하는 이번 공사는 
나의 사과밭도 대상지에 포함되어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쪽으로 바라다볼 때 밭 왼쪽 끝에는
밭으로 올라가는 길이 포장되고 도수로가 들어섰습니다.
밭 오른쪽 끝에는 이웃들의 밭으로 가는 길과
도수로가 역시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길포장은 끝나지 않았지만 여하튼 이번 공사로 인해
밭 양끝 100여 미터가 5미터폭으로 완전히 돌밭이 되었습니다.
작은 돌을 호미로 캐서 주워내고,
큰 돌은 쇠박대를 지렛대로 이용해 억지로 캐내어
도수로 위에 작은 석축도 쌓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지나달 밭에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파다보니 밭이 온통 돌밭이 되었습니다.
원래 돌이 많은 밭인데다가, 심겨져 있던 두충나무를 캐내고 보니
흙보다 돌이 더 많은 자갈밭이었는데 지난 2년동안 열심히 돌을 주워내어
그럭저럭 밭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밭을 파헤치다보니
또다시 원래의 돌밭이 되어버렸습니다.
돌이 나뒹굴고, 포크레인에 다져진 밭을
돌을 주워내고 경운기로 억지로 로타리를 친다고 
지난 한주를 다 보내다시피 했습니다. 



이왕지사 돌로  흥한 봄, 돌로 망해 볼까나~~
밭에 돌일만해도 보통이 아닌데 올 봄 괜한 욕심에
집마당에 석축까지 쌓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하고, 이 높이까지만 하고.. 뭐 그런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결국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고 끝장을 내어버렸습니다.
일을 마무리한 것은 좋은데
다 쌓은 석축을 바라다보는 흐뭇한 시간도 잠시
일을 마치고 나니 손끝은 물러지고, 허리도 절리고, 어깨는 천근입니다.
마누라도 끙끙 몇일째 아침마다 앓는 소리를 하면서 일어납니다.


몇일째 비는 주적거리고, 날씨는 겨울로 돌아가버려
바쁜 농사일이 돌연 무한 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내일이라도 비가 그치면, 사과밭 고랑에 마저 돌을 주워내고 
로타리를 치고, 곧 골을 짓고 비닐을 씌워 우선 감자를 심어야합니다.
늦어져버린 감자파종만 끝내놓으면 지금 날씨로 보아
5월10일이나 되어야  고추를 심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가롭게 야콘이며 고구마모종을 돌보고,
땅콩이나 속청 등을 포트에 파종하면서
5월을 맞을 생각입니다.

돌로 시작한 올해 농사,
이제 고생은 다 끝나고 가볍고 소소한 일들만
남은것 같습니다.
초봄에 고생한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 한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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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도 청명도 지나고 벌써 오늘이 곡우랍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로 6번째 절기랍니다.

이날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손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든다고하지만

우리마을 비나리는 이제 고추농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지난 몇일 봄같지 않은 차가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 봄햇살과 함께 포근한 봄기운이 비나리마을 가득합니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오고,

계절따라 또 세월도 그렇게 흘러가버립니다.

 

하지만 봄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땀흘려 가꾼 봄이 진짜봄입니다.

나의 손으로 만든 봄을 보여드립니다.

 

 

고추 모종이 이만큼 자랐습니다.

발아가 잘 되어 수량이 넉넉하고

이종도 적기에 해서 그럭저럭 건강한 모로 자랐습니다.

지난달 사과나무를 심는 날, 하도 바쁘다보니

 물주는 일을 잊어 물을 못주는 바람에

일부 모종이 말라 밑잎이 낙엽이 지긴 했지만

그뒤 영양제도 주고 이런저런 신경을 쓴 덕인지

건강한 모종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제 한 보름 뒤면 비바람 불고

거친 햇살이 하루종일 내리쬐는

밭으로 나가야만 합니다.

 

애써 키운 고추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는 농부의 마음은

품에서 키운 자식은 험한 세상 밖으로 내 보내는

그런 심정과 다름이 없습니다.

  

 

야콘이 새싹을 내 밀었습니다.

저 싹 한하나를 다 짤라 포트에 얾겨 심어야 합니다.

그렇게 옮겨 심은 싹에서 뿌리가 내리고

활착이 되면 4월 초순경부터 본밭에 옮겨 심을 예정입니다.

 

 

비닐 하우스 한쪽 끝에 무성하게 자란 봄채소가 싱그럽습니다.

고추파종을 하면서 열무녀, 상추며, 시금치 등 봄 야채 씨를

아무렇게나 뿌려 놓았습니다.

고추와는 달리 사람의 손길도 느껴보지 못하고

천덕꾸러기로 하우스 한켠에 처박혀 있었지만

부지런히 뿌리를 내리고 잎을 펼쳐

누구보다도 먼저 싱그러운 봄향기를 하우스 가득 가져왔습니다.

  

 

울퉁불퉁, 삐틀배틀 못생긴 고구마만 골라 땅에 묻어놓았더니

멋쟁이 새순을 땅박 세상으로 키워내었습니다.

비단결 보다도 더 보드랍고 윤기가 흐르는

고구마 새순이 벌써 올 가을의 풍요를 예견케 합니다.

 

 

몇년을 묵히던 대추나무 사이 골을 올해 모처럼 갈아 감자를 심었습니다.

어차피 일년에 적어도 새번은 풀을 베어줘야하다 보니

차라리 그럴 바에는 감자라도 심자는 마음으로

관리기로 로타리를 치고 골을 만들어 감자 파종을 마쳤습니다.

올 여름 비나리미술관에 놀러오신 도시민의 농사체험용으로

요긴하게 쓰일듯합니다^^*

 

이렇게 나의 봄은 무르익어가고

비나리마을의 풍경은 그 아름다운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온통 슬픈 소식이 가득찬 대한민국에

비나리의 봄 풍경처럼

햇살가득하고 따뜻한 소식이 넘쳐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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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나리농장에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농사 13년 동안 몇번을 생각하고 망설이던 사과농사를
좋던 사과값 다 떨어지고 나서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0~40년전에 사과농사는 많은 농민이 선망하는
돈되고 폼나는 농사였다고 합니다.
사과과수원을 조금만 가꾸면 자식 몇 대학보내는 것이
문제없을뿐 아니라 몇몇 농사가 잘된 사람들은 서울같은 도시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과농사는 아무나 할수 있는 농사가 아닙니다.
나무를 심고 첫수확까지 3~4년이란 시간이 필요한데다
농장은 사과농사를 할 만한 토질과 기후조건이 되는 곳이어야되고
그리고 전지나 시비 기술도 뛰어나야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사과과수원이 늘어나고,
사과재배기술도 변하면서 왜성밀식재배라는 
신기술이 도입되는 등 수확량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수입과일이 사시사철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그 좋던 사과값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어제 M26대목으로 250여그루의 부사와
100여그루의 홍로, 80여그루의 아오리를 심었습니다.
사과를 심기로 결정한 이유는 돌많고 경사진 밭에
일반 경작물을 재배하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위주로 농산물을 판매해오던 저에게
사과라는 품목의 판매가 더 용이하다는 면도 있었습니다.
또한 늦어도 내년 중반까지 비나리마을에는 '마을활성화센타'가 들어섭니다.
마을 방문자가 늘어나면 이분들을  타킷으로 한
사과따기 체험농장으로 활용도 할 계획입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웃 만리산에서 아름다운 사과과수원을 가꾸고 있는
한 친구 금동윤씨의 권유때문입니다.
멋진 사과과수원를 꾸리면서 지역사회에서 많은 봉사도 하는 그분의 과수원은
멀리 청량산이 내려다 보이는 만리산 산꼭데기에 위치해 있는데
한번씩 갈 때마다 멋진 과수원이 부럽기 짝이었었습니다.
매년 얻어먹는 사과도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과수원을 가꾸시는 분이 
사과재배와 관련한 모든 자문과 기술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물론 그분만 믿고 시작할 수 있는 사과농사가 아니지만
이렇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준 그분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과나무를 심는 작업에는 이웃 젊은친구들이 대거 같이하셨습니다.
만리산 근동윤씨 내외, 만리산 여포도령님, 비나리 꺼꾸제 정형,
비나리양지마 민서네 내외,  그리고 나무아빠가 같이했는데
누구보다도 우리앞집 형님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모든 분의 정성이, 아름다운 마음이 그대로 우리집 사과나무를
키우는 밑거름이 될것입니다.
맛있고 이뿐 사과 줄주렁 달리는 날,
제일 먼저 같이 사과나무를 심은 이웃께
한아름씩 우리집 사과를 선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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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농사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가지 쉬운 작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파종에서 부터 고추모종을 포트에 옮겨심는 이종,
고추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는 정식과 여름내내 초가을까지 해야되는 병충해 방제,
그리고 가장 힘든 수확작업까지 어느 하나도 만만한 과정이 없습니다.

그 고추 농사를 올해도 벌려 놓았고,
오늘 드디어 고추 모종 이종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트위터로 이웃에게 마음의 부담을 지운 뒤
비닐하우스에 주꾸려 앉아 혼자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날 상토를 담아 둔 포트 앞에 쭈그려 앉아 
모가 잘 일어난 모판을 옆에 가져와 
약 1만여 포기를 한 포기씩 옮겨 심는 작업입니다.
혼자서 몇백 포기를 옮겨 심자마자,
착업 시작전에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준 고추농사라서 뭐 별거냐고 생각했지만
금새 초심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우와 이 동작을 앞으로 9천 몇백번을 더해야하나???
벌써 어깨는 저려오고 허리도 쑤셔오니
자꾸 고개는 길쪽으로 향하고 
눈은 누가 오지 않나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리집 마당에 트럭 소리가 들리고
민서 아빠가 찾아 오셨습니다.
곧이어 앞집 창목이 형님 내외. 뒷집 성철이 어머니,
거기다가 민서엄마까지...
나중에는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더 합류해서
우리 부부와 함께 모두 8명으로 일꾼이 늘어났습니다.
조금 미안하고 염치없었지만
"애라 모르겠다. 일단 일이나 마치고 보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잘 버틴 덕분에 오늘 고추모 이종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허리아프고 어깨 저린 것은 단련이 안되는 것 같은데
오늘 평생 처음으로 고추 이종작업을 하신 민서 엄마 아빠게서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우와 체질이다'며 놀리기도 했지만
정말 운동을 하신 부부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인내심이 남달라서 그러신지
너무 일을 잘하셧습니다.
건데 앞으로 우리집 앞으로 안다니고 멀리 돌아서 다니고,
저화번호 이메일 다 바꾸시겠 답니다.

올해 많은 이웃의 도움으로 시작한 고추농사,
꼭 풍년이루어 신세 갚아 드려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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