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제는 비나리마을 주민이 모여 옷갓재 풀을 베었습니다.

매년 6월이 오고 장마비에 풀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면

젊은 비나리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옷갓재를 비롯해

마을 안길 풀베기를 해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낫을 들고

또 어떤 분들은 예초기를 짊어지고

미리 정한 날에 맞춰 새벽부터 옷갓재로 모여듭니다.

마을입구쪽에 살아 일년내내

옷갓재를 한번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분들도 나오시고,

연로하시어 마을 공동작업에 나오시지 않아도

누구하나 흉할 것 없으신 분들도 낫을 들고 따라나섭니다.

한해두해 세월이 지나면서

낯익은 어르신의 얼굴이 보이질 않게되고

비나리마을에 새둥지를 튼 낯선분들의 얼굴로 바뀌어가지만

마을의 아름다운 전통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은 사람을 탓하지 않고,

아무도 자신의 예초기로

자신이 산 휘발유를 사용해 마을 길을 베는 일에 불평하지않고

그냥 묵묵히 마을길을 베고 농사일에 쫒겨 묻지 못했던

이웃의 안부를 묻고, 잠시잠깐 담소를 나누다

또 급히 자신의 밭으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행정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농촌마을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부당한 부역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 작은 전통조차 비나리마을이

아직 건강한 공동체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미풍양속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동제가 살아있고,

풋거먹는날과 마을 풀베기가

여전히 공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은

아직은 분명 사람살만한 마을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하루종일 풀을 벤다...  왱왱거리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팥죽같은 땀을 흘리면서 하루종일 대추나무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날카로운 예초기의 칼날이 수도없이 개망초의 목을 날린다. 자연속에서 한포기 들풀로 꽃을 피웠던 개망초는 인간의 탐욕스런 손길이 닫자마자 그냥 잡초가 되고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하루종일 예초기를 짊어지고 죄없는 풀의 목을 벤 나는 그 업을 갚을 길이 없어 슬며시 두려워진다.  못다 피운 꽃을 안고 스러진 개망초의 몸은 다시 흙을 만나 뭇생명의 밥이되지만, 알량한 욕심에 숱한 풀의 목을 벤 내가 흙을 만나면 아마도, 사람이 발길이 붐비는 골프장 한 귀퉁이에 돈과 권력만 알고 사랑은 모르는 가장 잡스런 인간들이 밷어대는 탁한 가래침을 하루종일 뒤집어쓰고, 그리고 때가되면 독한 제초제를 마시고 또 한 생을 마감하는 불쌍한 잔디 한포기로 태어날지 걱정스럽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