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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후딱 지나가길 학수고대했던

비나리 5월도 어느새 다 끝나갑니다.

아직 콩 파종이며, 수수 같은 여러가지 잡곡 파종도 남아있고,

더러는 고구마며 야콘도 더 심으셔야히지만

그럭저럭 한해 봄 농사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감자는 벌써 꽃이 맺히고 알이들려고 하고,

고추며 수박은 살음을 끝내고 힘차게 새순을 밀어내고 있는데,

하늘하늘 어설픈 벼이싹도 뿌리를 내리고 재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봄농사가 무르익어가는 만치 마을 풍광도 바뀌어 왔습니다.

회색 가지끝에 연두빛 새순이 피어나고

삭막했던 밭들도 서서히 정리되고 고추가 심기면서

검정 비닐 밭이랑에 초록빛이 늘어났습니다.

산은 벌써 연두빛이 줄어들고 짙은 검초록빛이 가득합니다.

마당가에 과실나무들도 다 꽃을 떨어뜨리고 잎을 피운지 한참이고

게으르기 짝이없는 대추나무마저 새잎을 피워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겨우내 살도 오르고 한결 깨끗해졌던 농부들의 얼굴은

거친 봄햇살과 봄바람속에서 살도 다 빠지고 검게 타버렸습니다.

부드러워졌던 손마디도 거칠어지고

손바닥에는 쇠가죽같은 굳은살이 늘었습니다.

겨우내 '아야아야'하시며 물리치료 받으려

침맞으려 보건소며 의료원을 들락날락하시던 할머니들도

정신없는 봄농사에 무릅아프시고 허리아프신 줄 잊어버렸습니다.

일로 골병든 몸에 일이 또 제일 좋은 물리치료인가 봅니다.

이제 비나리할머니 할아버지께선 허리를 자주펴고

거친 얼굴 가득 눈웃음머금고 하늘도 보고 먼산도 보시며

도시에 사는 아들 딸이며 손주들 생각도 자주하시지만

그렇다고 여름농사가 거저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너른 고추밭에 막대도 바고 줄도 치고,

막자라기 시작한 수박 순도 쳐 줘야하지만

또 장마가 오기전에 밭골에 풀도 잡고

팥이며 녹두며 참깨같이 이제 곧 파종을 시작해야 하는 것들도 줄을 서 있습니다.

농사가 시작되면 첫눈오기전까지는 눈코 뜰새없는 게 어쩔 수 없는 농부의 삶이지만

그래도 그네들의 삶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고 넉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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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어제 오후 늦게

고추 정식을 마무리했습니다.

큰 면적은 아니지만 혼자서 500여평이 고추밭에 구멍뚫어 물주고,

경운기를 끄고 모종은 놓고, 북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은 쉽게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민서아빠, 동네 형님 그리고 앞집 아주머니도 와서 도와주시고

잠시잠깐씩 이지만 그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일정에 늦지 않게

기분좋게 고추정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민서네 텃밭에  800여포기의 고추를 심고,

남은 고추모 40여판을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표지판과 함께

집앞 길가에 내어놓고 나니 이제 드디어 고추 모종농사 단계가 '

완전히 마무리된 기분입니다.

 

동네를 둘러봐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집 빼고는

모든 분들이 다 고추정식을 끝낸 것 같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내일 비나리마을 노인회에서는

울진에나들이를 가신답니다.

힘든 고추 농사의 첫단계를 잘마무리하고

그동안 지친 몸을 풀고 기분도 전환하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고추농사를 처음 경험하고 나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저는 절때 고추농사를 안지을거라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추 농사 지은 지가 10년이 다 넘었습니다.

그동안 일반 농법에서 저농약, 무농약 농법까지 이어오면서

친환경인증까지 받았지만 사실 고추농사는 여전히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고추만치 돈되는 농사가 없는 까닭에 우리마을 주작목은 여전히 고추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고추농사에서 벗어나고자 올해 사과나무를 심었지만

당분가 고추농사는 계속할 계획입니다.

단지 내년부터는 사과농사를 무농약으로 하기 힘들어,

사과나무 사이에 심은 고추는 친환경 인증을 갱신할 수 없게 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농사는 훨씬 쉬워질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심은 고추지만 나중에 다 심고 나서 고추밭을 보면

사람 손이 얼마나 징글징글한지 느끼게 됩니다.

고추농사를 모르는 도시 사람들도 같은 느낌인가 봅니다.

 

도시에서 온 친구왈

"저거 고추가?"

본인 왈 "그런데 와?"

친구 왈 "저거 기계로 심었제?"

본인 왈 "와그래 생각하는데?"

친구 왈 "저걸 우째 손으로 다 심노... 그라고 심은 폼을 보니깐

         간격하며 줄하며 도전히 사람 손으로 한거 같지 않은데?"

본인 왈 " 보시게. 그라이 고추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인자 좀 알겄나?"

 

몇년전에 마을에 놀러 온 친구와 나눈 대화랍니다.

 

그 징글징글한 고추 정식을 끝내고 나니

올해 농사의 또 한 고개를 넘어선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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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농사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가지 쉬운 작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파종에서 부터 고추모종을 포트에 옮겨심는 이종,
고추 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는 정식과 여름내내 초가을까지 해야되는 병충해 방제,
그리고 가장 힘든 수확작업까지 어느 하나도 만만한 과정이 없습니다.

그 고추 농사를 올해도 벌려 놓았고,
오늘 드디어 고추 모종 이종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트위터로 이웃에게 마음의 부담을 지운 뒤
비닐하우스에 주꾸려 앉아 혼자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날 상토를 담아 둔 포트 앞에 쭈그려 앉아 
모가 잘 일어난 모판을 옆에 가져와 
약 1만여 포기를 한 포기씩 옮겨 심는 작업입니다.
혼자서 몇백 포기를 옮겨 심자마자,
착업 시작전에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준 고추농사라서 뭐 별거냐고 생각했지만
금새 초심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우와 이 동작을 앞으로 9천 몇백번을 더해야하나???
벌써 어깨는 저려오고 허리도 쑤셔오니
자꾸 고개는 길쪽으로 향하고 
눈은 누가 오지 않나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리집 마당에 트럭 소리가 들리고
민서 아빠가 찾아 오셨습니다.
곧이어 앞집 창목이 형님 내외. 뒷집 성철이 어머니,
거기다가 민서엄마까지...
나중에는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더 합류해서
우리 부부와 함께 모두 8명으로 일꾼이 늘어났습니다.
조금 미안하고 염치없었지만
"애라 모르겠다. 일단 일이나 마치고 보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잘 버틴 덕분에 오늘 고추모 이종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허리아프고 어깨 저린 것은 단련이 안되는 것 같은데
오늘 평생 처음으로 고추 이종작업을 하신 민서 엄마 아빠게서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우와 체질이다'며 놀리기도 했지만
정말 운동을 하신 부부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인내심이 남달라서 그러신지
너무 일을 잘하셧습니다.
건데 앞으로 우리집 앞으로 안다니고 멀리 돌아서 다니고,
저화번호 이메일 다 바꾸시겠 답니다.

올해 많은 이웃의 도움으로 시작한 고추농사,
꼭 풍년이루어 신세 갚아 드려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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