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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대한도 지나고 이제 입춘을 기다리는 계절
아직 절기는 겨울의 한가운데지만
밤새 눈대신 비가 내리고
창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사로운 봄을 느끼게 합니다.
한해의 끝마무리도 안된 어수선한 와중에
벌써 봄을 맞이하려고 보니
아직 정리할 것도 많고
다시 시작해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작은 친목회에서부터 농민회활동,
마을사업과 봉봉협동조합 관련 업무들은 물론
개인 농사와 생활계획들 까지
어느것 하나 만만한게 없이 혼란스럽습니다.
다른 일들이 아무리 많고 복잡하다해도
그래도 오늘을 사는 한국인 누구에게나
가슴을 짓누르는 가장 큰 돌은
'세월호'일 것입니다.
그냥 같이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년초 미루고 미루던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아직도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먼 바다를 보며
가슴에 작은 약속하나를 담고 돌아왔습니다.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
가난하지만 의로운 삶, 당당한 삶을 살아야지!"
5월광주가 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우리 세대 삶의 지표였다면,
이제 팽목항은 남은 우리 삶을 이끄는 등대가 될 것입니다.
세월호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이 가져온 학살에 다름아니고
우리 사회에 넘치는 물질적 욕망들이 모여 초래한
집단살육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권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아픔을 외면하다못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만행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지만
세월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유족과 시민사회의 모습에서
우리가 나아갈 따뜻한 공동체의 꿈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팽목항을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 아름답다고만 말할 수 없는 먼 바다를 보고 차를 세웠습니다.
마른 가지에 벗꽃이 달리고,
연두빛 새싹이 눈을 틔울때 즈음
모든 기다림이 끝나고
모두의 가슴에 따뜻한 봄햇살이 비추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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