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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시작한 기타에 빠진지  벌써 서너달이나 지났다. 

봉화문화원에서 기타반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대책없이 먹은 나이가 민망해 망설이다가
불쑥 등록을 하고 수강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두번 수업이 진행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기타 배우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휴일도 따로 없이 오직 먹고 사는 일에 일주일 내내 쫒기다
기타수업이 있는 수요일만은 그래도
아침부터 다른 날과는 다른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작은 설레임으로  시작한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고
오후 6시 30분이면 봉화문화원에 도착한다.
미리 나와 연습하시는 수강생도 계시고,
수업이 시작한 뒤 늦게 수업에 합류하는 사람도 계시지만
하나같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타수업에 참가하시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행히 45명가량의 수강생중에 나와 비슷한 연배가 몇분 계시고
이미 정년퇴직을 하셨거나, 예순이 다 되어 가는 분도 계시다보니
나는 쉰의 나이에 기타수업만 가면 당당히 소년이 된다.

봉화문화원 기타교실에 참가하는 수강생 모두는 거의 나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기타를 배우는 일을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얼마나 고마워하시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기타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바로 알수가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배우시는지,
얼마나 깊이 몰입해서 기타의 선율에 빠져드시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의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벌써 8월에 있을 봉화은어축제에
봉화문화원기타교실 수강생들로 구성된 기타합주반이
축제 부속행사에 참가해 기타연주를 하기로  결정까지했다.
누구 한분 반대하시는 분없이 흔쾌히 
연주에 참가하시겠다고 승락하시는 걸 보고 놀래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수요일 저녁이면 기타를 처음 배우는 소년의 설레임으로
2시간 30분동안 기타  수업에 몰입를 한다.
학창시절에 잠시잠깐이나마 공부에 몰입한 이후 참으로 드물게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그 재미에 빠져본다.
나는  세상사가 아무리 복잡하다고해도
그시간만은 참으로 단순한 감각으로 세상을 느낀다.
먹고사는 일이 아무리 고달프다고해도
꼭 그 시간만은 나는 마냥 평화로운 마음으로,
순진무구한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기타반에서 어제는 늦은 스승의날 파티를 열었다. 
그동안 수강생 모임을 꾸리겠다고 나서는 분도 없었고
수강생 상호간은 물론 수강생과 강사분간에 인간적 유대가 소홀했는데
늦게나마 모임이 꾸려지고 수강생들끼리 자발적으로
작은 돈을 거두어 강사선생님께 드릴 작은 선물도 준비하고
처음으로 수강생 상호간에 인사도 나눌 피티를 열게 된 것이다. 

어설픈 자리지만 준비가 늘 부족한 수강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강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뒤,
수강생 한분한분의 자기 소개와 질문을 이어가며
봉화문화원에 웃음이 넘치는 즐거운 파티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급기야는 조선화 강사님의 기타연주를 청해
작은 파티를 풍성하게 마무리했다.

조선화 강사님은 영주시 하망동에서 소리누리라는 음악학원을
부군과 함께 운영하고 계시단다.
음악학원이 번창하길, 아니 우리사회에 음악이 넘쳐나고,
음악을 배우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사회로 거듭나길 빈다. 

요즘 나는 봉화문화원 기타교실에서 기타를 배우는  재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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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개인전 오픈을 마치고 서울서 새벽4시를 넘어 내려온 날, 얕은 아침 잠을 자고, 오후 늦게 부석사를 향했다. 15여년전 비나리마을에 자리잡은 뒤, 안동 봉정사와 함게 영주 부석사는 집에서 1시간도 안되는 거리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빼어난 아름다움에 반하여 비교적 자주 들렀던 곳이다. 마음같이 않게 일상에 쫒겨 자주 들러지 못하게 될 때도 늘 마음만은 그 곳으로 향하던 곳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발길이 줄었다. 봉정사는 영국 엘리자베뜨 여왕이 왔다가고 뒤이어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절로 들어가는 길과 주차장이 닦이고 주차료를 징수하면서 발길을 끊었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봉정사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한 때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부석사 역시 언제부턴가 주차장을 닦고 주차비를 징수하기 시작했고, 관광객의 발길이 무척이나 늘어나면서 자연히 나의 발길은 줄어들었다. 다행히 가까이에 청량사라는 좋은 절이 있고, 덕망있으신 지현 주지스님이 계시기도 했지만 나는 블교신도로서가 아니라 단지 불교의 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봉정사는 봉정사 나름대로의, 부석사는 부석사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에 반해 발길을 이어왔다.
 
특히 부석사는 10여년전 언젠가 아내와 둘이서 해직무렵 들렀다가 저녁예불 장면을 목격하고 그냥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인간과 자연이 더 이상 조화로울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는 저녁예불 모습에 나는 세상을 등진 마음을 풀었고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그 기억이후 수시로 부석사 저녁예불을 보러가겠다고 다짐과는 달리 일상의 관성에 밀려 부석사 저녁예불은 다시 볼 수가 없었다. 

이날은 서울서 늦게 돌아온 덕분에, 하루종일 피곤이 가쉬기 않아 일을 하기에는기운이 없고 그냥 이부자리에 뒹굴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아 모처럼 부석사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3000원의 주차비를 지불했다. 지역주민에게는 좀 부담을 줄여줘 자주 편안하게 들를수 있게해야하지 않겠냐며 주차비징수원에게 이야기했지만, 영주가 아니라 봉화주민이라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야했다. 주차장 인근 절 진입로 양편에 즐비한 식앙중한 곳에서 산채비빔밥을 사먹고 6시가 되기전에 무량수전에 도착하기 위해 발길을 독촉했다.

부석사 입구 매표소에서 1인당 12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물어보니 저녁예불이 7시라고 알려줬다. 부석사를 비교적 자주 들렀지만 평생처음으로 1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사찰 경내에서 아무런 목적도 계획도 없이 어슬렁거릴 수 있었다. 그냥 절 구석구석을 거닐며 승과 속을 경계에서 세상사를 되짚고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그리고 드디어 저녁 7시 무량수전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를 시작으로 벅고와 목어, 운판소리로 이어지는 저녁예불은 소백자락에 울러퍼지는 범종소리로 마무리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가진 것들이 그 업과 고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불구 사물의 소리를 뒤로하고 대지를 번져나는 석양을 받으며 훨씬 맑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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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들른 봉화장은

연두빛 머금은 봄나물 향기가 넘쳐나고

막 농번기를 끝낸 산골할머니의 여유로운 발길이 모여듭니다.

함지박 가득 미나리며, 철늦은 두릅이며,막 캐온 도라지가 넘쳐나고

멀리 남쪽지방에서 올라온 햇마늘이며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풋고추가 작은 소쿠리에 이쁘게 담겨

산골할머니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봉화하고도 한참을 더 들어간

산골짜기 끝 어느 마을에서

평생을 호미질로 산전을 일궈 자식 먹이고 가르쳤을

등굽은 할머니께서도

봄산 가득한 뻐꾸기 소리에 가슴 울렁이고

갑자기 세상사 궁금한게 늘어나

굽은 지팡이 딛고 산굽이 걸어,

한참을 기다린 버스를 타고 봉화장엘 나왔습니다.


할머니 살아 생전 인연들이 갈수록 줄고,

이제 귀도 눈도 어두워, 기억마저도 가물거리지만

그래도 남은 기억의 한 자락을 움켜지고

먼 친구들의 안부를 나누고,

이제 인적이 사라지고 녹음방초만 우거진

친정마을 소식을 더듬어 봅니다.

     

한번씩 들러는 봉화장에서

나는 눈을 씻고 마음을 씻고

다시금 사람사는 맛과 멋을 되찾는 의식을 치룹니다.


늦은 봄, 봉화장에서 여러분을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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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명의 발전은 아마 공감능력의 확대와 보조를 같이할 겁니다.
나의 고통이 전부인 단계에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단계로,
그리고 씨족과 부족을 넘어 민족과 국가의 안위를
자신의 삶과 일치시켜나가는 단계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인류애라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이
일반화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인류를 넘어
생명 가진 모든 것에 대한 자비와 연민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단계는 시간적 전후와 무관하게 
서로 얽히고 섥혀 중첩되기도 합니다.

부처님이 오신날 저는 밭에 일을 나갔습니다.
작년 봄에 심어 놓고 그 동안 돌보지 못한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활착에 실패해 말라죽은 나무를 뽑고
새 나무를 심기위해서 였습니다.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마칠 때쯤,
밭 한가운데서 놓여있는 덫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덫이 내 사과밭 한가운데에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농산물 피해가 있어도
덫을 이용해 산짐승을 해치는 것에 반감을 가지신 분이

누군가 설치해 놓은 덫을 뜯어 내 밭에 던져놓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덫 가까이에 다가가 살펴보는 순간
섬짓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그마한 고라니의 발목이 덫에  끼여있었습니다.
유추해보니 덫에 끼인 고라니가
어떻게 발버둥을 치다 덫을 매어놓은 줄이 풀리고
발목을 파고 드는 덫의 쇠이빨에 고통 받으면서
발목이 썩어 절단될 동안 덫을 달고 다니다가
내 사과밭에 와서야 섞은 발목과 함께 덫을
내려놓을 수 있었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나마 생명을 건지고,
발목과 함께지만 살을 파고 드는 덫의 쇠이빨로부터
벗어난 고라니의 눈물어린 눈빛에
슬픈 안도의 빛이 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뭏튼 덫의 이빨에 여전히 물려있는  
고라니의 떨어진 발목을 바라다 보면서

고라니의 고통과 인간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비나리 같은 산간마을은 고라니등의 산짐승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산짐승을 몰아내고 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극약을 묻힌 곡식으로 산새들을 잡기도하고 
여러가지 덫으로 산돼지나 고라니를 잡기도합니다.
물론 총으로 이루어지는 사냥도 가장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저는 농사를 짓고 산짐승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매년 당하지만
그냥 참고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지 10여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산짐승을 잡는 이웃 농민을 욕하진 못합니다.
그분들의 피해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덫처럼 극단적인 고통을 주는 
산짐승 대처 방법은 피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 고라니를 쫒아버리든지,
꼭 죽여야 하다고해도 고통을 덜 주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사과밭에 자신의 발목과 함께
덫을 남겨놓은 고라니의 고통을 통해

생명 누리는 것들간의 공감과 자비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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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설픈 겨울의 흔적을 마지막 씻고 내려가는 비가 내린다.

밭 장만이 끝나고 채 고추를 심지 못한 농부들은

애간장이 타 들어가고,

고추를 심어 한숨을 돌렸던 어르신 역시  고추모 쓰러지고,

밭둑 떠내려가는 장대비에 가슴을 졸인다.

농사가 없어 날품을 파는 사람은

하루 벌이가 없어 딱 그만치 가벼워진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마당에 듣는 비소리에 이끌려

유념의 달콤한 꿈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봄비 같지 않은 비가 봄의 대지를 적시는 날 아침,

나는 창을 열고 산천을 내다보고,

나의 삶을 들여다 본다.

비가 와서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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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부터 봉화 문화원 기타교실을 수강중이다.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 저녁6시30분부터 2시간의 강습이다.

기타는 나에게 청춘의 다하지 못한 목마름의 상징이다.
한번도 제대로 쳐 본적이 없었기에 기타는 오히려 더 애절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런 기타를 쉰의 나이에 다시 배우기로 했다.
사실 10대 이후로 로망스나 겨우 칠줄 알다가 더 이상 나아지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평생을 한달에 두어번 기타를 들었다 놨다 해 온게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옛 실력도 온데 간데 없이 다 사라지고
오직 기타에 대한 그리움만 잔뜩 쌓이게 되었다.

그 갈망을 딸애에게 전가한 때문인지 딸애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클래식 기타 동호회에 빠져 전공공부보다 써클 활동에 더 열심인것 같다.
한번씩 딸애가 집에 내려와 기타를 치면 
나의 기타에 대한 갈망을 더 깊어졌다.
영화 [ONCE]의 주제가 "Falling Slowly"의 선율은 연주하는 
딸애가 이쁘고 대견스럽지만 마음한구석에 셈도 나고
기타에 대한 절실한 갈망도 깊어만 갔다. 
거기다가,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기타를 배워보겠다고 거짓 다짐만 해왔는데
그렇게 갈망한 여유는 나의 삶에서는 영영 생길 것 같지 않다는 확신마저 들었고,
그러는 와중에 봉화 문화원에서 기타교실을 진행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실 무진장 쑥스럽고 도대체 어떤 부류의 수강생일까 걱정도 되었지만
지난 3월2일 케이스도 없는 떼묻은 기타를 들고 봉화문화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모든 걱정은 다 근거없는 것이었다.
일단 수강생은 나이나 직업면에서 다양하기 이를데 없었다.
초딩부터 50대의 아저씨까지, 나같은 농사꾼에서 공무원
그리고 학교 선생님도 기타를 배우고자 한 자리에 모였다. 
남녀 노소가 어우려져 같이 기타를 배우는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풍경속에 같이 들어가 이제 경우 계이름을 익히려드는
40~50대 아저씨 아줌마들과 같이 기타의 울림속에 잠겨드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삶의 기쁨, 살아있음의 희열을 준다.

사실 쉰살이 되어 계이름을 익히기 시작하는 수강생들이 언제 로망스라도 칠까,
그리고 평생 아람브라 궁전을 쳐 보기나 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마 다 아니라도 좋을 것 같다.
그냥 배우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 만으로도
나도 그렇고 그분들도 그렇고 다 충분히 보상을 받은 것이니깐!

내 삶 속으로 다시 들어온 기타가 내 삶의 끝까지 동행하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천지신명께 빈다.
 





기타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인연을 제공해 주신
봉화문화원 강영선 사무국장님과 기타교실의 강사이신 조선화님께 감사드립니다.

* 수업시간 : 매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약 2시간
*  현재 수강생 약 35명 / 학기당 2만5천원의 수강료
*  문의처 : 봉화문화원 054-673-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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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때문에 겨우내 철시되었던 봉화장이 얼마 전부터 문을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장터에서 사람구경도 하고 봄을 알리는 산나물도 사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어 오다가 저번 장날에나 시장 구경을 갈 수 있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찾은 봉화장은 아직 구제역의 여파 때문인지 썰렁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봄은 문턱까지 왔다지만 장을 쓸고 지나는 바람은 아직 차갑고, 괭한 장터에 사람발길조차 드뭅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보다 장에 물건을 팔러 온 할머니들이 더 많은 봉화장터엔 지난 가을 거두어 두었던 말린 무청이며 겨우내 잘 간수해온 사과랑 고구마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펼쳐놓은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은 돈 욕심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어 보입니다.

그래도 장터를 쓸고 지나는 찬바람 사이에 봄 내음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길에 첫 선을 보인 한소쿠리 씩의 냉이와 달래 때문입니다. 장터를 거닐며 새삼 깨닫게 됩니다. 봄은 결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봄은 그렇게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길 덕분에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언 땅에 호미질을 하시며 냉이를 캐는 할머니의 손길이 언 땅도 녹이고, 천지신명의 언 마음도 녹일 것입니다. 그렇게 강이 풀리고 햇살이 풀려 마을 안길에 사람의 발길이 늘고, 마을을 가로 지르는 개울에 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잠든 나무를 깨우고, 깊은 잠에서 깬 개구리가 마실을 나오기 시작합니다. 마실 나온 개구리 소리에 산수유 꽃봉우리가 깨어나고 봄꽃 향기에 나비들이 날아들면 세상천지에 봄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봄을 만들어 가는 할머니의 손을 다시 봅니다. 달래를 다듬는 할머니의 거친 손이 가슴 아프지만, 그 거친 손으로 생애 내내 이루었을 많을 것들을 생각합니다. 그 거룩한 손으로 이룩한 창조물들은 참으로 크고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거친 할머니의 손은 어떤 예술가의 손보다도 더 거룩한 손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섭리는 할머니의 위대한 손이 만들어 낸 창조물들을 천시합니다. 할머니가 지고 오신 광주리에 담긴 농산물을 다 팔아봤자 돈으로는 정말 몇 푼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지고 온 광주리에 담긴 농산물들이 다 팔려 좀 더 가벼운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멀린 도시에서 자라고 있을 손주를 생각하며, 차창 넘어 봄이 오는 먼 산을 보시는 할머니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또 한번 주어진 봄의 의미를 생각하고 충만한 하루하루의 삶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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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혹독한 겨울이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지만 소돼지같은 짐승들에겐
다시는 없어야될 참혹한 시절이었습니다.
수천 수만마리 소와 돼지가 오직 구제역이라는 전염병이 번져
고기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위한다는 이유로
마무가내로 생매장되고 대량 살육되었습니다.

인간이 참 죄가 많습니다.
신이 없기에 다행스럽긴하지만,
인간의 죄를 누가 물을까 두렵습니다.


이웃 마을까지 구제역이 번져 이웃 소들이 살처분되는 와중에도
비나리 소들은 다행히 구제역 참화를 비켜났습니다.
전래가 없는 대량 살육의 와중에 태어난 송아지가 이만치 자라
어미의 사랑속에서 따사로운 봄햇살을 맞고 있습니다.
생명의 안스러움과 그 애틋함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간디가 그랬답니다.
"문명사회의 척도는 그 사회에도 동물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이다"
잡식성 동물인 인간이 육식을 회피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채식주의자들이 있긴하지만 인류의 0.1%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기를 위해 짐승을 키우고, 그 고기를 죄책감없이 취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한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좀더 경건해져야할 것입니다.
저 애틋한 송아지의 맑은 눈을 바라다보면서 
지금 당장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가능한 육식을 줄여 나가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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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딸아이가 방학중에도 학교 기숙사에 남아있는 바람에
우리 부부와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강아지 초롱이
 이렇게 세식구가 긴겨울을 나야할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의 초입 아무도 모르게 거실로 스며들어
우리 부부와 함께 겨울나기를 원하는 또 하나의 생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청개구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없는 겨울 거실에서 연약한 청개구리 한마리가
긴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는 날이 가고 겨울이 깊어가면서 점점더  개구리 울음소리는 약해져만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개구리 소리는 사라지고 저의 관심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고, 설을맞고 입춘을 맞고 정원대보름과 우수가 지난 몇일전
갑자기 우릉찬 개구리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반가운 마을에 아내가 카메라들 들고 화분을 뒤져
긴긴 겨울을 이기고 당당히 울어재끼는 청개구리를 담았습니다.


개구리가 살아남기에는 참 혹독한 환경이었을 거실에서
긴 고난의 시간을 잘 버텨낸  개구리가 너무나 기특합니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경칩입니다.
드디어 거실을 벗어나,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연두빛 마당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고 외로운 겨울내내 우리집 한 식구로 같이 지낸 청개구리의 안녕과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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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에 산 화분을 겨울이면 다 얼려 죽였지만 올해는 다행히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치기전에 화분들을 거실에 들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화분을 들여놓은지 몇일 지나지 않아 화분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화분근처에서 나는 소리를 새소리로 알고 화분은 물론 천장까지 온 집안을 다 뒤졌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소리의 원인을 알아내는 일을 포기하고 한참을 지난 몇일전, 화분의 풀잎에서 조그만 움직임을 느꼈습니다. 왠일인가싶어 화초를 뒤적거리다보니 한겨울에 난데없는 개구리 한마리가 화초덩쿨 사이에서 나타났습니다. 깜짝놀란 개구리가 거실을 뛰어다니다 나의 손에 잡혀 다시 화초속의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온 식구를 혼란스럽게 했던 원인 불명의 새소리가 다름아닌 이 개구리 소리였던 것입니다. 겨울단잠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거실 온기에 봄이라도 온줄 알고 깨어난 개구리는 친구를 찾아 목놓아 울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채 그렇게 울기만 했는가 봅니다.

그날 이후 우리집은 화분에 물 주는 일이 화초를 위한 것이 아니고 개구리를 살리기 위한  일이 되었습니다. 주전자로 물을 주던 것을, 개구리가 살 수 있는 습기를 유지해 주기위해 없던 스프레이까지 사서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 화분을 떠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는 개구리가 기특하지만 긴 겨울을 잘 이기고,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연두빛 마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길고 외로운 겨울내내 우리집 한 식구로 같이 지내게 된 개구리의 안녕을 빌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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