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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들른 봉화장은

연두빛 머금은 봄나물 향기가 넘쳐나고

막 농번기를 끝낸 산골할머니의 여유로운 발길이 모여듭니다.

함지박 가득 미나리며, 철늦은 두릅이며,막 캐온 도라지가 넘쳐나고

멀리 남쪽지방에서 올라온 햇마늘이며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풋고추가 작은 소쿠리에 이쁘게 담겨

산골할머니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봉화하고도 한참을 더 들어간

산골짜기 끝 어느 마을에서

평생을 호미질로 산전을 일궈 자식 먹이고 가르쳤을

등굽은 할머니께서도

봄산 가득한 뻐꾸기 소리에 가슴 울렁이고

갑자기 세상사 궁금한게 늘어나

굽은 지팡이 딛고 산굽이 걸어,

한참을 기다린 버스를 타고 봉화장엘 나왔습니다.


할머니 살아 생전 인연들이 갈수록 줄고,

이제 귀도 눈도 어두워, 기억마저도 가물거리지만

그래도 남은 기억의 한 자락을 움켜지고

먼 친구들의 안부를 나누고,

이제 인적이 사라지고 녹음방초만 우거진

친정마을 소식을 더듬어 봅니다.

     

한번씩 들러는 봉화장에서

나는 눈을 씻고 마음을 씻고

다시금 사람사는 맛과 멋을 되찾는 의식을 치룹니다.


늦은 봄, 봉화장에서 여러분을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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