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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다 죽여 놓고 조사는 뭔다고 하노?”

기사승인 2016.01.06  09: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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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어업총조사 조사원이 본 우리농촌

 
 
▲ 송성일(경북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

배추농사를 끝내고 마지막 남은 콩 수확은 밀쳐 둔 채 농림어업총조사 조사원으로 나섰다. 내가 조사해야할 가구 수는 몇 달 전 있었던 인구총조사에서 농가로 분류된 2개 리의 70여 가구였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대상 가구 중 적지 않은 농가는 조사가 불가능했다. 그 몇 달 사이 돌아가신 분이 세 분이나 계셨고 한 해 농사를 억지로 끝내놓고 몸져누워 대화를 나눌 수 없거나 병이 위중해져 병원에 계신 경우도 여러 집이었다.

조사를 시작하고 한 집 한 집 농사살림을 들여다보니 더 놀라웠다. 같이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막연히 느끼고 있던 그 이상으로 우리 농촌의 살림이 철저히 무너지고 있었다. 50대 이하의 농민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60대 이상 농민 대부분은 일 년 벌이라고 해봐야 500만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 500만원조차 비닐, 농약, 비료대 제하고 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도 노인네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저 밭을 놀리면 우야노? 살아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부쳐야제.”

물려받은 내 논밭 묵히지 않고, 도시에 있는 자식들한테 고추며 깨라도 한줌씩 보내주는 재미에 견뎌내고 계셨다. 평생 논밭을 일궈 우리 먹거리를 공급해 오신 늙은 농부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 세상에 분통이 터졌다.

농사 뒷정리를 하고 있는 밭에서 만난 한 어르신으로부터는 정부를 대신해 타박을 들었다.

“농촌 다 죽여 놓고 조사는 뭔다꼬 하노? 조사해봤자 도움 주는 거 아무것도 없더마는….”

집으로 마을회관으로 돌며 겨우 수소문해서 만난 할머니 한분은 영감님 돌아가신 뒤 혼자 수박농사를 지으신다며 산골짜기 밭까지 찾아온 조사원을 반갑게 맞으셨다. 논은 묵힌 지 오래되었지만 밭을 올해까지 어떻게든 농사를 지었는데 내년에는 남에게 줘야겠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하는 사람구경에 이런저런 묵힌 이야기 나누고 싶은 눈치였는데 애써 무시하고 돌아서고 나니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나마 젊은 귀농자가 있어 마을이 보전되고 있는 경우도 전업으로 농사를 짓는 분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법적으로 300평 농사만 지어도 농민으로 분류가 되지만, 실제로 농사를 지어 밥 먹고 살고 자식 키우는 전통적인 의미의 농민은 몇 명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임종직전의 병들고 쇠락해진 농촌현실을 날것 그대로 마주할 수 있었지만 결코 절망감만 느낀 것은 아니다. 사람의 정, 마을공동체의 온기를 보전하고 있는 늙은 농부의 거친 손은 우리가 절망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손사래 치고 있었다. 우리 농민이 꿈꾸는 세상은 바로 그와 같은 온기가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키고 우리 농촌 공동체를 가꾸는 일이 더욱 절실히 다가왔다.

송성일(경북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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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 농민회는 2월 27일 봉화장날 봉화읍 농협 봉화군지부앞에서 집회를 시작해,
2월 29일 춘양장날에는 춘양농협앞에서,
그리고 오늘 3월 2일은 봉화군청앞에서 3차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6년간 비료제조업체들의 담합으로 농가가 짊어져야했던 1조 6천억원을
그 부담자인 농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라
길게는 16년간 비료값 담합으로 취한 부당이익에 대해
828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그로인해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했던 농민에게는 아무런
배상책이 나오질 않고 있다.

이에 전국 농민회는 소송인단을 구성하여
농민들이 부당하게 부담해야했던 비료값을 돌려받기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더불어,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 농업 농촌에 마지막 치명타가 될
한미 FTA에 반대하는 농민의 뜻을 결집하기 위해 집회를 열게 되었다.

또한 작년 이상기후로 인해 폐농되다시피한
농가들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경상북도 도지사에게 요구했지만 
고작 200억의 예산으로 한 농가당 200만을 연리 3%로로
1년간 융자해 주는 것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
그것도 200만원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포함한 온갖 서류를 요구해
사실상 아무도 융자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봉화군 농민회는 피해금액을 800만원으로 현실화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서류도 간소화해
실제적으로 피해농가가 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추가 요구안을
집회를 마무리하면서 봉화군과 경상북도에 제출했다.

우수도 지나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해야하는 시점에
바쁜 일손을 멈추고 집회를 여는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면 치미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춘양장날 집회에는 장을 보러 나오신 농민들께서
모두 쉰명이 넘게  농민소송인단에 가입원서를 내고 1만원이라는 참가비용을 
내 주시는 걸 보고 힘이났지만
우리 농민형제들이 늘상 밭이 아니라 이렇게 거리로 나서야되는
우리의 농촌 현실이 참으로 원통했다.

하지만 재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미끼로 던져지는 한국 농업, 한국 농촌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시는 농민회 동지들의 
희생적이고 실천적인 삶이 있는한 아직 한국농촌에는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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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한 뒤 방치하다가
100여일전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번달에 드디어 초대장 5장이 생겼습니다.

저가 처음 티스토리를 알고 참여하고싶어 안달하면서
초대장을 얻을려고 노력할 때가 생각납니다.
구구절절 사연을 적고 어떻게 하다보니
토대장을 받긴 받았는데, 블로그 개설만 해 놓은채
먹고 사는 일에 바빠 깜빡 잊어 버렸습니다.
다시 겨울이 되어 상대적으로 한가롭게 되어
티스토리가 하고 싶어 다시 초대장을 받겠다고
여기저기 신청하다가 초대장을 영 못받게되자
혹시하고 다시 살펴보니 블로그를 개설해 놓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저가 이제 드디어 초대장을
배포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꼭 필요하신분, 이왕이면 연세가 많으시거나,
농업, 농촌관련 블로그를 계획하시는 분 우선으로 배포할 생각입니다.
고작 5장밖에 되지 않으니 필요하신분만
댓글과 이메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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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농촌이 희망이다]
박진도 저
한울, 2005년 12월



농촌에서 농사로 밥벌어 먹고 살고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고 새삼 느끼고 깨달은 점이 많아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리뷰를 쓰게 되네요^^* 이 책의 많은 부분은 한국 농촌의 참담한 현실을 만들어온 개발독재 페러다임이 어떻게 지금껏 작동하면서 우리 농촌의 미래까지 발목잡고 있는가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사실 보수언론이나 신자유주의 지식인들에 의해 철저히 매도당하고, 무시당해온 농민의 입장에서 지금 농촌의 피폐함이 농민의 게으름이나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치 못하는 보수성, 무능력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편에서 추진되어온 국가적인 농업희생 정책에 기인한다는 필자의 분석만으로도 가슴이 다 시원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필자는 지금의 피폐한 농촌 현실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하는데 거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농촌공동체를 향한 열정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특히 서울공화국의 해체-지방이 살아야 농촌도 산다는 인식에 근거한-, 경쟁력 지상주의에 기반한 선도농 육성 정책의 폐지 등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농촌문제의 기초는 농협의 혁파에서 오고 농협의 혁파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에서 온다는 일관된 주장은 특히나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이책을 농업 종사자, 농협관계자, 농업농촌정책을 담당하는 많은 분들이 읽고 우리 농촌을 아름답고 넉넉한 복지 공동체로 거듭나는데 기여토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상깊은구절]
농업 농촌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은 지금보다 분명히 증대하고, 농촌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자.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첫째, 농촌은 생활공간으로 발전해야한다. ... 농촌 주민도 도시인 못지않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생활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농촌은 경제활동 공간으로서 발전해야 한다. 농촌 지역의 기간산업인 농업의 발전뿐 아니라 농민과 비농민에게 다양한 경제활동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셋째, 농촌은 환경 및 경관 공간으로서 발전해야 한다 . ... 넷째, 농촌 지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주체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지역의 주체역량이야말로 농업 농촌 발전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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