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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월 대보름..

모두들 오곡밥은 드셨나요?

지난 가을 정성껏 거두어두었던 오곡으로 밥을 짓고

무우며, 냉이며 가지가지 나물로 국을 끓여

몸과 마음을 보하는 것이 대보름 오곡밥의 의미인 것 같은데

게으른 저는 한번도 오곡밥을 직접 지어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매년 정원 대보름이 되면

한번도 거르지 않고 오곡밥과 나물국으로

마음을 뎁히고 몸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웃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앞집 형님 내외께선 저희집 게으른 걸 너무나 잘 아시기에

챙겨주시지 않으면 오곡밥을 거르고 말것라고 걱정되시어

한해 두해도 아니고 이날 평생 보름아침이면

나물 한냄비와 오곡밥 한 대접을 꼭 가져다 주십니다.

 

어제도 집에 밀린 식빵이 있어

빵으로 아침을 떼울뻔 했지만

형수님은 올해도 잊지 않으시고

오곡밥과 나물국을 나눠 주셨습니다.

 

무엇으로 보답드릴 지 가슴먹먹하지만

정이 넘치는 이웃과

이렇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늘 받기만하고 베풀지 못하지만

긴긴 인생 살아가면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인심좋은 비나리마을에 살아가는 저희가족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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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농사꾼을 자칭한지 십수년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 멀어도 한참을 멀었습니다.
본농사라는 것도 묵어 수풀에 덮혀버리기 예사고
사시사철 먹어야할 야채도 키워서 먹는 것보다
시장에서 사먹는 게 훨씬 많습니다.

이웃 형님들을 보면 본 농사일에도 늘 허덕이며 살아가시지만
꼭 가까이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1년먹은 마늘이며 양파며, 계절마다 각종 채소며 어느것 하나
돈주고 사 드시는 것 없이 알뜰하고 체계적으로 농사를 지어 드십니다.

몇일전 게으른 이웃 아우에게 앞집 형수님이
양파를 한소쿠리 들고 오셨습니다.
계절마다 절기마다 새 야채가 나오면
이렇게 얻어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고,
다른 이웃분들로부터도 매번 얻어먹기만 하고 살아온 지가
벌써 15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얌채라고 내치지 않고 여전히 챙겨주시는 이웃 어르신,
형님들의 사랑에 우리 가족은 산골사는 어려움을 잊고 삽니다.

양파 한 소쿠리에 태산같은 이웃의 정을 실감하고
나도 모르게 그분들의 삶앞에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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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앞집 형님이 송이 따러 산에 갖다오셨다며 우리집엘 들렀다.

한손에 커다란 봉투를 들고 오셨는데, 우리집 마당엘 들어서자마자

들고 오신 까만 비닐봉투를 펼쳐보니 능이버섯이 가득 담겨있었다.

 

'"자네 능이버섯 먹을 줄 아는가?"

"예? 왠 능이요???"

"아이고 귀한 능이를 뭔다꼬 들고 오셨니껴?

팔아서 돈만들어야지예."



형님 말씀이 능이는 서로 모여 자라기 때문에

한번 발견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딸수 있는데

이날도 송이는 별로 못따고 능이만 한 가방 가득

딸 수 있었다고 하셨다.

능이를 받는 저가 미안해 할까봐 하신 말씀이겠지만

양이 많아 아들한테 한 박스를 택배로 붙이고

형님 내외가 드실만치 남겨두고도 많아서

저에게도 한 보따리 주실수 있게 되었다고 하신다.


그런데 능이버섯은 5~6년전에 한번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맛과 향이 그렇게 좋았던 것 같지가 않았다.

많은 이웃분들이 능이 버섯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 향이 얼마나 좋은지 항상 송이버섯과 견주어 말씀해 오시는 걸 듣곤 했는데

요리를 한줄 모르는 것이 문제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능이를 들고 온 형님께 그 조리법 마저 여쭸다.

 

"건데 행님, 우째 해 먹는지 잘 몰라가지고..."

 

형님한테 들은 조리법에 따르면 일단 능이를 끓는 소금물에 잠시 데쳤다가

찬물에 씻고 물을 짜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육고기랑 양념을 해서 볶아 먹으면 맛이 죽여준다고 하신다.

 


물가는 비싸고 먹을거는 없는 시절에

앞집 형님 덕에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능이버섯을 한보따리나 얻어 절반은 또 다른 이웃에게

선심도 쓸 수 있었다.


 

산골마을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맛을 가슴깊이 느끼며,
가슴 따뜻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준 앞집형님께

마음으로나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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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비나리마을이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앞집 창목이 형님내외가 이번 여름내내 비지땀을 흘리며  가꾸어 온 수박이 
출하를 몇일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어제 창목이 형님 내외분은 모처럼 시간을 내어
봉화은어축제장에 놀러가셨습니다.
수박농사도 그러저럭 다 마무리되어
수집상에게 820만원에 팔기로 계약을 맺었고,
계약금으로 이미 500만원을 받아쥔 상태인데다가 ,
이제 고추수확만 하면 1년 농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모처럼  내외분이
바람을 쇠러 은어축제장엘 나가신 것입니다.


해거름이 다되어 내외분이 돌아오는 길에 집에 거의 도착하기전
길 모퉁이에
수박을 가득싣은 대형트럭이
ㄱ자 길을 빠져나가지 못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수박을 싣은 트럭이랑 일행으로 보이는 차량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이웃 재학이 형님도 나오시고, 해서
'오라이' '스톱' ' 왼쪽으로'  '오른쪽으로'를 외치며
한참을 동네가 시끌씨끌한 중에
창목이 형님도 같이 거들고, 저 역시 밭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동네가 시끄러워 나갔다가 같이 구경을 했습니다.
가까스레 트럭이 빠져 나가고,  
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서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이웃 재학이 형님이 창목이 형님한테 말씀하셨습니다.
'형님 인자 수박 나갔으니 속이 시원할씨더~'
재학이 형님 말씀이 떨어지자 말자 놀란 창목이 형님은
'방금 그 차가 우리 수박 싣은차라꼬?'라며 되물었습니다.
창목이 형님은 자신의 수박을 싣어가는 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혼란에 빠진 창목이 형님은
아직 잔금도 안받았는데 수박을 싣어갈 수가 있냐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고,
우리들 역시 잔금을 통장으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전화 한통없이 수박을 싣어갈 수가 있냐는 둥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는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식탁에 앉아 막 밥을 먹으려는 순간
갑자기 앞집 형수님이 헐레벌떡 달려오시더니 급한 목소리로  
빨리 경찰에 신고 좀 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황스런 상황에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형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수박을 계약했던 수집상에게 전화를 걸어
잔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전화도 없이 어떻게 수박을 싣어갈 수 있는지 물을 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수집상은 자신은 지금 서울에 있고,
수박밭은 건드리지도 않았다며
빨리 경찰에 신고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순간 창목이 형님은 다시 한번 확인하러 수박밭으로 달려가고
형수님은 경찰에 신고를 부탁하려 가장 가까운 이웃인 저에게로 달려왔던 것입니다.

창목이 형님댁으로 내려가니 이웃들도 여럿 나오시고 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여러각도로 짐작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동네 수박재배농가들 마다 전화를 걸어 혹시
오늘 수박 싣어내기로 했던 집이 있는지 확인도 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밭을 혼동하여 엉뚱한 수박을 싣어낼 수도 있지 않나해서
확인해 보았지만 한 집도 이날 수박을 싣어내기로 한 집이 없고,
상황자체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낮에 10여명 이상의 사람과 대형트럭을 포함헤 서너대의 차량을 이용해
수박을 훔쳐간다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가능성은 더 없어보이고
결국 112로 신고를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전화는 곧바로 봉화경찰서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수박밭 절도 사건이 일어났으니 '부산'번호의 대형트럭을
길목에서 차단좀 해 주십사 부탁을 했더니
곧 순찰차를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도 순찰차가 오질 않아 급한 마음에
다시 명호파출소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는 순찰차로 바로 연결이 되었고 차는 벌써 동네에 들어와
이미 창목이 형님 집 근처까지 와 있었습니다.


 
경찰이 오자마자 상황설명을 했고 경찰에선 곧바로  절도혐의 트럭을
경북도경에 연결하여 수배를 내렸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급히 검거업무를 위해 되돌아가고
우리는 앞집 마당에 남아 수박을 싣어간 사람들이 정말 도둑놈일까 아닐까,
도둑놈이라면 거리마다 있는 CCTV를 미리 알고
다 피해가거나 어디 한적한 동네로 들어가
수박을 소형 트럭에 나누어 싣는 등의 방법으로

검문에 걸리지않고 빠져나갈 것이다,
어쩌면 창목이 형님 수박을 계약한 그 상인이 범인들과 한통속인지도 모른다.
동네안에 오늘 창목이형님 내외분이 출타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안나는  등 별의별 생각들을 주고받으며
만약  도둑을 잡지 못하게 되며 창목이 형님이 감수해야될 피해가 어떨지
모두들 걱정을 나누며 한참을 머물다가
저는 늦은 저녁을 먹으로 집으로 왔습니다.

밥상머리에서 와이프랑 앞집 수박을 무단으로 싣어갈 사람들이 농산물 절도단일까.
수법이 대단하다. 외모가 조폭같았다 등등 나아가 세상이 참 험하다,
여성대상 범죄며, 농산물 절도며 다 사회의  약한 부분으로 범죄가 집중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 맛을 잃어버린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박도난으로 앞집이 입을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만약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게 될 때 군청이며 농협 등을 통해 
긴급지원 모금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는 등의 생각을 나누다
앞집 상황이 궁금해 내려가 보았습니다.

마침 순찰차가 돌아와 막 우리마을에서 1시간 거리의 풍기 IC입구에서
용의 차량을 적발하여 봉화경찰서로 압송중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모여있던 몇몇 주민을 환호를 하며 그나마 범인을 잡아서 다행이라며
창목이형님 내외분께 위로 인사를 하고 저 역시 와이프에게
앞집 수박 절도범을 잡았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전개되고 창목이 형님은 피해자로 저는 참고인으로
경찰차를 타고 봉화경찰서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명호파출소엘 잠시 들렀습니다.
명호파출소에는 동네 청년들로 이루어진 자율방범대의
금동윤 회장 등도 벌써 출동해서  혹시 한적한 동네에서
수박을 나누어 싣는 경우를 대비해
순찰을 했다고 했습니다.

우리일행이  봉화결찰서에 도착해보니
잡혀온(?) 수박상인은 나름대로 팔방으로 전화를 해서
자신은 절도범이 아니면 밭을 잘못알고 수박을 싣어가는 바람에 절도법으로 몰렸음을
입중했는지 이미 상황은 거의 정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상인 분은 우리동네를 비롯해 이웃 면까지 100마지기 정도의 수박밭을 산 사람이고
이웃 수박주산지인 마을에서는 잘알려진 인사였습니다.
이날도 우리동네 다른 수박밭을 사 둔게 있는데
일정을 당겨 갑자기 싣어내게 되어 주인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전화를 안받아 그냥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밭이랑 창목이 형님 밭 위치가 비슷해 순간적으로 착각을 해서
자신들이 산 밭은 그냥두고 엉뚱한 창목이 형님내 수박을
싣어내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여튼 그 상인이 최소한 돈 1000만원도 안되는 수박밭을 그렇게 무모하게 
도둑질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일정이 바뀌어 갑자기 자신이 산 수박을 가져 간다고 해도
수박농가에 전화도 한통 안해 줄수 있는지는 끝내 의아스러웠습니다.
 전화를 했는데 밭주인이 전화를 안받아서
그냥 수박값도 완불한 밭이고 해서 수확작업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여하튼 창목이 형님과 창목이 형님 수박을 산 상인,
그리고 창목이 형님 수박을 실수로 무단으로 싣어간 상인간에
피해 처리에 대한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고 

우리 일행은 다시 경찰차로 동네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어제 비나리마을을 발칵뒤집어 놓은 수박밭 절도사건은
다행스럽게 평화롭게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사고라고는 평생가도 없는 조용한 비나리마을에
앞으로 10년은 두고두고 회자될  애피소드가 하나 늘었습니다. 
피해를 당할뻔한 앞집형님 내외분은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몇시간이지만
그동안 몇년은 더 늙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형님은 올초에 끊었던 담배마저 이날 서너가치나 피워버리게 되었고, 
연락을 받은 자제분들도 큰 걱정으로 고통받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인가 봅니다.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얼굴에 핏기가 돌아오고 다시 웃음을 띄운 형수님을 보니
지난 하루의 피말리는 사건이 다 지나간  우스개 이야기거리가 되어버린듯
까마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쪼록 수고하신 명호파출소 봉화경찰서 직원여러분께 감사드리구요.
명호자율방법대 대원님들, 그리고 재학이형님 등 이웃 여러분 덕분에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한 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피해를 당하지 않은 앞집 형님내외분께도 안도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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