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침, 창밖이 환해져 커튼을 걷으니

밤새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우리집 테크에 가득 모였다.

어제 초저녁부터 한송이 두송이 날리기 시작한 눈이

밤새 마을풍광을 바꾸고,

우리집 풍경을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아침 밥이라도 기다리는듯

우리집 데크에 웅성이며 모여든 것이다.

화야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외친다.

'이놈들아 저리가거라.'

손님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가벼운 빗질에도

이리저리 다 날아가 버린다.

테크에 모인 불청객을 쫒아버리고 아침밥을 먹으려니

오랜만에 이장님 목소리가 창을 두드린다.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많은 눈이 왔습니다.

차량통행과 보향 안전을 위해, 9시 30분부터 각 반별로 눈을 치웁니다.

한가정에 한명씩... "

우리 이장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마을이 사람사는 마을임을 새삼 느끼게 되고,

또 우리 이장님 선한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눈 덕분에 기분좋게 시작해

이웃과 얼굴을 맞대고,

겨울내 움쳐려든 몸과 마을을 풀었다.

산골에 살면서 이렇게 눈이라도 한번씩 오지않는다면

무슨재미로 겨울을 날까?
어릴적 생각이 난다.
눈이 왔다고 쫄랑거리며 좋아하는 친구를 보면
'눈이오면 니하고 개가 제일 좋아하는구나.'며 면박을 주었다.
그래도 오늘은 나도 개처럼 좋아라고 눈밭을 뛰어다니고 싶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