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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땅 안나푸르나로 떠납니다.
안나푸르나는 저에게 혹독한 자연의 원초적 힘이 살아있는  미지의 세계이지만,
그곳에 터잡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일구어 가는 안락한 삶의 보금자리입니다.

많은 바같세상 사람들이 안나푸르나를 찾는 이유는 어쩌면 
안나푸르나가 간직한 원시적 생명력이 주는 어떤 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구화된 문명에 적응해 살아가면서도,
나름의 고유한 문명을 일구고 살아온 사람들의 원초적 삶에 대해 목말라 하고, 안락한 삶에 겨워 그와는 또 다른 원시적 건강성에 기반한 삶에 대한
새로운 욕망에 들떠 있는 이중성이 그 이유일까 두렵습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어올까 생각해 봅니다.
위대한 자연앞에 서서, 그 위대한 자연에 순응해서
작게, 낮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주해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무엇을 버리고 또 다른 무엇을 얻어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2월 29일 인천공항에서 밤을 새고 30일 카트만두에 들어가
불불레서부터 트레킹을 시작 마낭을 거쳐
토롱라를 넘어 묵티낫, 고레파니까지,
다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걷고 포카라에서 걸음을 멈출 계획입니다.
1월26일 인천에 돌아와 우리가족의 삶의 터전인 비나리마을에 돌아오면
세상은,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합니다.

2011년 12월 29일 아침 집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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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설픈 겨울의 흔적을 마지막 씻고 내려가는 비가 내린다.

밭 장만이 끝나고 채 고추를 심지 못한 농부들은

애간장이 타 들어가고,

고추를 심어 한숨을 돌렸던 어르신 역시  고추모 쓰러지고,

밭둑 떠내려가는 장대비에 가슴을 졸인다.

농사가 없어 날품을 파는 사람은

하루 벌이가 없어 딱 그만치 가벼워진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마당에 듣는 비소리에 이끌려

유념의 달콤한 꿈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봄비 같지 않은 비가 봄의 대지를 적시는 날 아침,

나는 창을 열고 산천을 내다보고,

나의 삶을 들여다 본다.

비가 와서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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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끝났다. 돌아오는 카멜리아호에서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바라본다.

나는 망망대해를 보고 싶었다.
별이 쏱아지는 밤바다를 보고싶었고 바다위에서 일출과 일몰을 맞이 하고 싶었다.
그모든 것을 다 누리고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다.

세상은 떠나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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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주년 첫 가족 일본여행을 떠나며...

나는 호젓이 떠나는 여행을 꿈꾸고, 혼자만의 시간을 그리워한다.
여행은 모든 익숙한 것들로 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다.
멀리서 바라다 보는 '나',  '나'를 둘러싼 삶터,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
길을 나서면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것이 된다.
'나'는 '그'가 되고 그는 고개를 들어 멀리 수평선 넘어 번지는 석양을
그 자신의 눈으로 바라다 본다.


낯선 눈으로 익숙한 것을 바라다보는 생소함이 내가 꿈꾸는 여행의 묘미다.
하지만 그 생소함은 너무 친숙해서 느끼지 못하게 된 사물들을 발견하게하고,
익숙함의 궁극을 나타내는 나자신을 회복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존재의 상처받은 신비를 치유하는데 묘약이 될 것이다.

객관화된 자신을 '그'의 눈으로 바라다보면서 '그'가 산 삶을 되짚어보고,
'그'가 살아갈 앞날의 삶을 꿈꾸는 여행은 결국 떠난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이다.
나는 더 멋진 유랑을 꿈꾸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여행일뿐이다.
여행은 길고 지루한 인생이라는 길위에서 잠시 느티나무 그늘로 스며들어
낡은 운동화나마 벗어 먼지를 털고 다시 신는 그런 시간이다.
나는 운동화를 고쳐신고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번져오는 햇살과
파란 하늘을 바라다 보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여행이 단순한 '소비행위'일뿐인 시대에
그래도 굳이쇼핑센타를 가지 않고 배낭을 매고 길을 나서는 것은 
단지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나
몸에 베어있어 버리지 못하는 타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도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 그 신비를 잃지 않길 바라고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여행이 설레임으로 가득차길 빈다.
세상의 모든 작은 여행들이 우주여행의 황홀함을 나눠갖는다면
사람들은 좀더 따뜻하고 충만한 의미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난생 처음으로 가족일본 여행을 떠난다.
우리 가족은 규슈에서 5박6일의 짧지 않은 시간을 부유할 것이다.
유후인의 거리를 지나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마을 속으로 스며들고
후쿠오카 빌딩 숲의 한 모둥이에 쳐박혀 잊혀져가는 가게에서 우동을 먹으며,
익숙한 가족의 의미와 인연의 깊이를 되짚고 
우리가 살아있는 이 세계의 신비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고싶다.
그리고 다시 진부한 일상으로 돌아와 진부하지 않은 삶을 도모하고 싶다.
익숙한 모든 것을 그리워하기 위한 떠남에서 돌아야
모든 존재와 모든 관계에 스민 사랑을 회복하고 싶다.


1월22일 봉화출발 / 부산발 카멜리아호
1월23일 하카다항 도착 유후인으로 이동 / 코우노쿠라 료칸에서 1박
1월24일 후쿠오카로 이동 /하카다도큐 엑셀 호텔 1박
1월25일 야나가와로 이동/ 다자이후 관광 / 1박
1월26일 후쿠오카 관광 / 1박
1월27일 하카다항 출발 부산 귀환
1월28일 봉화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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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일부터 오늘 4월4일까지 대구 엑스코컨벤션센타에서열린
대구경북 국제관광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봉화군 문화관광과의 요청으로
행사장내 봉화군 홍보부스의 한켠에서
봉화은어축제 홍보를 위해 은어만들기
미술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각지자체와
여행사나 리조트 증 관광관련 업체별로 부스를 열고,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들도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고
자국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행사중에 대구 경북 일원의 관광관련학과를 다니는 
대학생들의 단체 참가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교적 관람객도 많아
우리 부스도 부부 둘이서 체험을 진행하기애
벅찰 정도로 정신없이 4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정동안 너무 바빠 타 시군 부스를 세밀히 관찰하지 못했지만
날이 갈수록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여타 홍보 준비도 치밀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동시의 안동하회탈 만들기 체험과
영덕의 찰흙을 이용한 게만들기,
나무재료를 이용한 울진의 곤충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있었고
우리 봉화는 나무토막을 이용한 은어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부부가 진행한 [은어만들기]는
얇게 사선으로 저민 나무토막을 몸체로 해서
아크릭물감으로 은어를 그리고
색종이로 꼬리와 지느러미을 만드는 체험입니다.
은어를 만드는 과정에 [봉화은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올 여름 휴가를 봉화은어축제로 오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손님이 우리부스 근처에 오면
'은어 한마리 만들고, 올 여름휴가는 봉화은어축제에서 보내세요'라고
홍보를 했습니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사를 갈 때마다 느끼는 점 하나는
홍보전단부터 기념품까지
각 주체로 부터 엄청난 물량공세가 이어지지만
그냥 스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비용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홍보책자나 기념품을 그만한 물량씩이나
들이부을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체험이 여행상품의 필수 요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왠지 일시적인 유행이거나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행이나 관광에 꼭 체험프로그램이 있어야하나,
그리고 특히나 학습과잉인 시대에 여행까지 가서도
무엇인가 배워야한다는 강박도 일시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쉬는 여행. 아무것도 하지않고
먹고, 걷고,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고 관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6월 4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동일한 행가가 다시한번 더 진행된다고 하는데
아마 참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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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일본 규슈를 4박5일동안 다녀왔다.
농업 선진지 연수라는 테마로 지역 주민15명 가량이 같이한 여행이었다.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로, 아소산에서 쿠로가와온천으로, 그리고 뱃부와 유후인을 다녀왔다. 동선을 보면 관광여행처럼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각 관광지 인근의 농촌마을을 탐방하고 농촌관광과 관련한 일본 관광의 풍토변화를 느껴보기 위한 연수과정이었다. 

나에게 이번 연수는 난생 처음 해보는 일본 여행이었지만, 개인여행이 아니라 단체 연수라는 성격때문에 별반 설레임도 없이, 사전준비도 아무 것도 없이 무작정 따라갔다온 여행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여행이 재미없거나 무의미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국의 거리를 혼자서 걷는 가슴두근거리는 자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다음에 닥칠 난관이 무엇일지 모르는 그 불안한 설레임은 없었지만 그것 빼고는 다 있었다.

낯선 풍경과 풍물들, 낯선 사람들과 음식, 그리고 편안한 사람들과 낯선 세상을 여행하는 그 일체감같은 것이 주는 즐거움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큰 기쁨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돌아온뒤 몇일 지나지 않아 책을 한권 샀다.
그것도 다름아닌 [규슈100배줄기기]를!

기가 막힐 노릇아닌가? 진즉에, 일본으로 출국하기 한달쯤 전에 사서 달달 외우다시피, 책 모서리가  뭉개질만치 읽었어야 되는 책이 아니든가?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산 [규슈100배 즐기기]는 규슈여행의 새꿈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언젠가 (물론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닐것이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규슈가족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시코쿠 순례로 이어지는 코스로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수와 여행이 다르고, 여행과 순례는 또 다른 차원이지만, 꼭 한가지 길을 떠난다는 점에서 똑같고 따라서 길떠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똑같을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에 일정한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의 주관심사는 어떻게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깊이 느낄 수 있을까하는 점일 것이다. 물론 덤으로 더 싸게 그러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최소한 규슈여행에 국한 해서 본다면 이책 [규슈100배즐기기]가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너무 후한 평일까? 일정한 돈과 여권, 이 책 한권이면 규슈주민 같지는 않더라도,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에 놀러오거나 경상도 사람이 함경도 쯤에 놀러간 정도의 긴장만 있으면 먹고 놀고 보고 즐기에 충분할 것 같다.
덧붙이자면 물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희망사항인지 모르지만, 이 책이 내용을 아무 것도 버리지 않고도 조금 얇아지고 기벼워질 수 있지않을까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내용적으로 편집을 다시 해 그날그날 필요한 부분만 들고 다닐 수 있는 분권형태로 책을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을 들고 규슈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드는 생각이다.

나는 참 욕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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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여행이 보편화된 것이 언제부터일까?

조선시대 팔자좋은 양반들은 머슴 등에 식량과 의복을 지우고 팔도의 명승을 찾아 '유람'을 다니기고 했고, 일생에 유산록 몇편은 기본으로 남겨야 선비 소리를 들었다고한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드디어 해외여행허가제가 풀리고 88올림픽 등을 통해 외국의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고 일반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그래도 배를 채우고 조금 여유가 있는 수준이 되고 나서야 비로서 '여행' 특히나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을 것이다.

다시말해 주머니 사정이 '여행'이 가능할 만치 넉넉해진 뒤에야 사람들은 너나 할 것없이 '여행'의 멋과 맛을 찾아 '단체'로 몰려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지 주머니 사정만이 보편화된 여행 풍토를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넉넉해진 주머니 사정에 반비례해 궁핍해져가는 정신, 깊어가는 존재의 목마름이 사람들의 등을 떠밀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단체 여행객이 홀로걷는 여행으로, 여행이 순례로, 관광이 치유로 바뀌는 동안 세상은 그만치 또 변했고 사람들 역시 변해 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쏱아지는 여행기, 여행안내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여행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대리만족을 위해서도, 여행을 떠날 사람들을 위한 정보제공을 위해서도 풍성한 양식이 되어 주었다.

이 책 [사람풍경]은 흔해 빠진 단순한 여행 안내서나 여행기가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사람풍경]은 변화된 시대를 앞서 구현한 새로운 양식의 여행서 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로마로 오클랜드로 피렌체로 물리적 공간 이동을 계속하지만 더불어 필자의 여정은 무의식에서 콤플렉스로, 불안에서 동일시로 이어지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여행지는 배경일뿐이고, 내면의 여정, 자아찾기의 먼 길을 헤멘 작가의 정신이력이 이 책의 주 테마일것이다.

'내안의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필자가 붙인 서문제목에서 보여지듯, [사람풍경]은 철저히 치유와 명상, 구도의 과정을 담고 있는 십우도이거나 십자가의 길이다. 십자가의 길 14처는 한단계 한단계 고양되어가는 정신의 부양을, 영적인 순례 여행을 나타내지만 [사람풍경]은 어떤 절대적인 정신의 고양단계를 향한 여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복잡하게 얼켜있는 인간 내면세계의 미묘한 감정들, 양태들을 엉킨 실타래 풀듯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풀어헤친 불안과 우을을 내려놓고, 자기애와 공감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은 그래서 쉽게 이해되고 공감되는 편안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도 구도의 길은 작가의 글을 통해 대리 체험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그런 지식이나 감상의 산물이 아니다. 읽은 책을 놓고 다시금 철저히 자신만의 길로 정진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 결국 인간 존재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사실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하나... '여행자'와 여행을 통해 글을 쓰는 '여행작가' 중 누가 더 깊은 여행의 맛과 멋을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일화'를 특정한 관념, 혹은 감정에 연결지어 심리적 의미부여와 해석을 하다보니 가지게 되는 작위성이 조금은 거슬린다면... 작가의 존엄을 침해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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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고
드디어 마지막날이 밝았다.
전날 저녁 난생 처음으로 일본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저녁늦게 까지 호첼객실에서 2차 술자리를 한 탓으로
몸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일본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다 즐겁고 값지게 보내야된다는
기대때문인지 아니면 의무감때문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식당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곧이어 몇몇 외국인이 줄을 서고 뒤이어 우리 일행들이 한명 두명 내려왔다.
아침부페를 간단히 들도 곧바로 우리 일행은 새벽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향했다. 

아사쿠라농산물도매시장은 인구 120만 도시인 후쿠오카에 있는 다섯개의 농산물 도매시장 중 하나라고 했다. 규모나 시설로 봐서는 사실 이웃 안동농산물 도매시장보다 훨씬 초라한 모습이었다 시장은 노천에 지붕만 씌운 시설에 불과했고 경매시스템도 현대식 전자경매가 아니라 재래의 방식 그대로 였다.
하지만 우리 공판장과 다른 모습도 확인할 수 잇었다. 우리나라 공판장에 가면 주변에 농산물 포장재로부터 폐농산물 까지 주변에 쓰레기가 늘려 있는데, 아사쿠라도매시장 바닥 어디에도 한개의 쓰레기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  그리고 출하된 농산물의 상태는 그대로 슈퍼 진열대에 올려놓을 수 있는 완벽한 선별과 세척 그리고 소량포장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일행중 몇몇분이 '뭐, 일본도 별거아니네.'라고 하시면서도 농산물의 선별포장 상태에 대해서만은 감탄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실 고급스런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정성으로 완벽한 선별포장을 한 일본사람의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4박5일 여행내내 일본사람이 소리를 지르거나 씨끄럽게 떠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농산물 도매시장에 와서야 처음으로 일본사람이 고함을 지르고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참 다른 일본인과 한국인^^*) 


아사쿠라 농산물 도매시장을 나와 하카타 포트타워로 향했다.
부산에서 카멜리아호라는 여객선을 타면 도착한다는 하카타항이 내려다 보이는
별로 멋지거나 화려하지 않은 하카타 포트타워를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곧바로 태재부(다이자이후) 천만궁으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다이자이후 시에 있는 신사인 천만궁은 9세기무렵 살았던 스가하라 미치스네라는 사람을 학문의 신으로 받들고 있는데, 입시철이 되면 시험을 잘보게 해달라고 비는 참배객들로 엄청나게 붐빈다고 했다. 인근 학교에서 아예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참배를 오기도 할 정도라고 했다. 우리가 찾았던 그날도 적지않은 학생들이 소원종이(?)를 사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나무에 매달거나 신사에 헌금을 내고 복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연수가 마무리되고 김해를 향한 비행기에 오르고 부터 뇌리에 떠나지 않는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일본의 모든 것은 고사하고 일본의 농촌과 농업에 대해서 만이라도 일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지만 사실 모든 것이 겉핡기에 불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인과 인본 문화에 대한 이해, 일본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는 뒷날의 과제로 남겨두고 이번 연수를 통해 얻었던 다양한 문제 의식만은 정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도 일행과 계속 주고받은 생각들이지만 어떤 분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의 '침체'를 절감했다고도 하고, 일본농촌정책은 실패작이라는 판단도 많은 분들이 공유했다. 사실 일본여행중에 호텔 TV를 통해 JAL의 부도 소식을 접했고, 귀국해서도 도요타 사태라든지, 일본의 유명 백화점의 연쇄부도 소식 등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끊이질 않았다. 현제 일본이 막다뜨린 침체의 문제는 일본의 관료주의가 근원이라는 판단듣도 있었고,  부의 불균등한 분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피력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사실 선진대국인 일본거리의 소박함(초라함?), 낡은 호텔이나 관광시설, 거리를 메운 소형차들, 작고 초라한 주택, 화려하지 않은 일본인의 옷차림 등등 일본을 세계2위의 선진국으로 알고 선망해오던 시골분들이 이런 일본을 직접접하고는 실망과 우리 나라의 경제수준에대한 자긍심을 일정가지는 것이 당연해 보이면서도 한편 나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는 과연 일본은 침체되었는가?라는 판단이 가장 어렵다. 일본의 관료주의, 가난한 개인과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분배의 문제,  지향을 잃어버린 국가나 개인의 정체성의 문제, 불완전고용상태를 초래한 비정규직의 보편화와 고착화된계층 구조로 인한 활력의 상실 등등의 문제는 분명 일본사회가 처한 현실을 나타낼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일본의 현실이 침체인지 안정화인지 면밀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지향을 가진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일제시대 일본의 모습) 정상적인 사회인지 아니면 일상의 소소한 삶속으로 천착해 들어가는 지금의 일본인의 삶이 정상적인 모습인지 판단하는 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오직 경제성장에 목을 매고 전사회가 매진하는 지금의 거의 광적인 모습이 비정상적인 상태이고,우리 사회역시도 10~20년 내에 지금의 일본의 '침체'된 모습을 띌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나치게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싫다. 일본인같이 경제적으로 소박한 삶을 누리면서 내면의 가치를 천착하고 셰계와 삶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심화하는 그런 삶의 자세가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는 생각을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공부하고픈 몇가지 주제나 소제를 정리하는 것으로 이번 여정의 기록을 마무리하고 싶다.
1. 일본은 주체성이 강한 나라인가 아닌가?
일본인은 서양지향적인 모습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기독교식의 결혼식이 대표적일 것이다.  사실 일본은 타 종교에 대해 아주 개방적이다. 신도나 불교, 유교가 아주 자연스럽게 융합해 있고, 기독교같은 타종교에 대해서도 훨씬 개방적이다.  하지만 일본인은 우리보다 기독교의 역사가 깊으면서도 기독교 신자가 전국민의 1%도 되지 않는다. 한국은 조선의 붕괴와 함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인 유교를 내팽겨치고 서양의 사상. 특히 기독교에 바져들었다. 사실 겉은 따라가도 정신만은 놓지 않는 일본이 더 주체적인 나라가 아닌가?

2. 일본의 농촌 정책은 성공적인가?
오래전부터 한국의 몇몇 교수등 전문가 집단은 일본의 정책을 그대로 뱃겨온 사례가 너무나 많다. 사실 별거아니지만 정보를 먼저 접했다는 것 하나로 뭐 대단한 성공사례인양 소개하고, 그리고 그 사례가 우리 농촌을 구원하는 비책이라도 되는 양 피력해 온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농촌의 현실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먼저 농산물 자급률이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한국 약 30% 전후, 일본 약 20%전후) 사실  일본 농촌 공동체의 붕괴는 한국보다 훨씬 덜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적인 농촌정책때문이아니라 한국과는 다른 지방 중소도시의 활력대문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서울만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아름의 지방 도시들이 자생력을 가지고 번영하고 있다. 그와같은 지방 도시를 둘러싼 일본 농촌은 인근 도시와의 교류와 소통속에서 농촌사회의 유지 발전을 꾀할 수가 있었다. 이는 일본 농업인의 많은 비율이 투잡, 쓰리잡이라는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농민은 농한기에 인근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서울 경기만 있고 지방은 다 죽었기 대문이다. 한국 농민은 아예 농촌을 떠날 수 밖에 없다.

3. 일본 농촌 사업은 주민자치역량에 기반하는가, 고도화된 행정서비스에 의존하는가? 그린투어리즘이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잇는가?
연수중에 방문했던 많은 사업단위들에서 사실 주민의 모습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우키하마을, 오쿠니마을은 아예 공무원이 마을 사업을 주관하는 듯이 보였고, 전체적으로는 그린투어리즘에 기반한 도농교류를 통해 많은 농민이 생업기반을 가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린투어리즘이 활성화된 곳에서 마저 전체 농가의 1%미만만이 도농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린투어리즘을 한국 농촌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대단한 비책인양 여기는 정책입안자들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것같다. 그렇다고 다른 대책은 없지만 그린투어리즘에 대한 과대 평가는 조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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