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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번은 정말 고마운 번호고, 꼭 필요한 번호지만 가능하면 걸 일이 없는 것이 제일 좋은 그런 번호다. 어쩌다 기사를 보면 술취한 시민이 자기 집을 못찾겠다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장난으로 허위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119번은 평생 걸일이 없이 사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그런데 평생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걸 일이 없었던 119번을 
최근 몇년 사이에 3번이나 걸게 되었다.  그것도 나 자신이 사고를 당하거나 한 경우가 아니라 3번다 내 눈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119번을 걸게 된 것은 의정부에 사는 친구집을 찾아가던 밤늦은 시간에  바로 내차 앞에서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 때문이었다. 나의 왼쪽 차선을 달리던 봉고차와 그뒤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거의 동시에 내차 앞으로 차선을 바꾸었다. 순식간에 봉고차와 오토바이가 측면으로 부딪치게 되었다. 잠시 잠깐이지만 오토바이와 사람이 붕 날라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3바퀴정도 굴러서 도로가로 튕겨나갔다.  나는 급정거를 했고 사고를 낸 봉고차의 운전자도 급히 차를 세우고 뛰어나왔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경황이 없었다. 부상을 심하게 당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얼굴에 피를 흘렸지만 의식이 있었고, 봉고운전자가 부상자를 돌보는 사이 나는 급히 119로 전화를 했다.
 
평생 처음 당한 일이라 응급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 가슴졸이고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때 더 황당했던 것은 현장에 제일먼저 도착한 차가 119 구급차가 아니라 렉카차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음 사설 응급차가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그날 자정이나 되어 도착한 친구집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에 대해 성토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번째 역시 차를 운전하는 중에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추락사고 때문이었다. 강변 국도를 따라 달리는데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내앞에서 달리던 승용차가 다리를 건러려고 죄회전하다가 다리 난간을 치고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급히 차를 세우고 10여m 다리밑을 내려다보니 차가 뒤집어져 강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일단 119에 전화를 하고, 강둑이 낮은 곳까지 달려가 겨우 강으로 내려섰다. 이때 강 반대편에서 사고를 목격한 한 분이 달려오고 있었다. 두사람이서 물에 반쯤 잠긴 승용차를 세워보려고 발악을 했지만 불가능했다. 같이 구조에 나선 그분은 혼탁해진 강물 때문에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깨어진 창문으로 손을 넣어 차량 탑승자가 운전자 한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미 의식이 없는 부상자의 머리를 물 밖으로 들어올려 혹시라도 슴이 붙어 있다면 호흡을 할 수 있게 하는 사이에도 구조대원들은 쉬 오지 않았다. 파출소가 사고지점에서 2km도 되지 않았지만 10분이 휠씬 지난 후에야 경찰과 119대원들이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안타깝게도 사고자는 끝내 목숨을 건질 수 없었다.

그날 같이 구조에 나섰던 그분은 지역사회에서 자주 마주칠 기회가 있는데 나는 그분을 만날 때마다 지금도 존경과 감사의 정을 느낀다. 온몸이 후덜거리는 그런 끔찍한 사고 현장에서 무서움을 억누르고 사력을 다해 낯선 사고자를 구조하려 애썼던 그분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히 기억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분의 아내를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 나는 그날 이후 한 3일 정도 팔다리가 쑤시는 정도의 고생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분은 몸살이 나서 몇일을 들어누워 지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주 청송을 가는 길에 영양의 한 삼거리에서 내 앞을 달리던 오토바이가 좌회전을 하다 좌쪽에서 직진하던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목격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우측을 주시하다가 좌측에서 온 차량 한대가 지나가자마자 뒤따라오던 트럭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삼거리에 진입하면서 일어난 사고 같았다. 순식간에 오토바이와 운전자가 트럭에 부딪히면서 엉퀴어 도로를 몇바퀴 구른 뒤에 멈춰섰다. 운전자는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신데 헬멧밑으로 피가 흘러내리고 다리도 뒤틀린것 같았지만 다행히 의식이 있어 보였다. 무조건 119로 전화부터 걸고 차에서 내렸다. 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와 뒤따라오던 차량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곧바로 경찰이 도착했다. 사고로 인해 차량도 밀리고, 더 이상 할 수있는 일이 없어 구급차가 오는 것도 못보고 사고를 수습하는 경찰관에게 명함만 건네고 목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이날 119에 전화를 걸었을 때 사고 위치를 물어 인근 주유소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 답을 드렸는데, 곧이어  핸드폰 위치추척을 한다는 문자가 들어왔고, 몇분 지나지 않아 현장에 출동한 대원으로부터 온 전화인지 사고 위치를 묻는 전화를 또 받았다. 그리고 이후 영양경찰서에서 최초 목격자인 나에게 사고의 경위에 대해 묻는 전화를 2번 받게 되었다. 다행히 사고자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준 경찰관이  고마웠다.

사실 우리사회의 응급체계에 대한 말을 하고 싶었는데 사고경험만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몇번의 사고 경험을 통해 119구조대원같이 세상에 곡 필요하지만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시는 분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지금보다 현격히 개선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그런 분들이  대접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물론 인원도 늘려 근무조건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적한 농촌같이 소방서나 경찰서로 부터 먼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응급체계의 헛점을 보완해서 매번 사고때마다 경험했듯, 발만 동동 구르며 응급차가 오기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지금보다는 좀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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