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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나무닭움직임 연구소 장소익선생님과의 인연 덕분

이번에 두번째 남미 인형극 공연을 비나리마을에서 가지게 되었다.

난생 처음 비나리마을에서 남미 인형극 공연이 있었던 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비나리마을에는 번듯한 시설이 들어섰고,

마을을 문화 예술적으로 풍요로운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주민들의 의지도 상당히 고양되었는데

아쉽게도 지역의 명호초등학교 아이들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훨씬좋은 시설에서 공연을 가지게 되었지만

열기는 그때만하지 못해 못내 씁쓸한 기분을 피할 수 없었다.

사실 공연시간이 다가오는데 찾아오는 아이들은 없어 무척이나  가슴졸여야했다.

그래도 다행히 공연시간에 임박하자 다른마을 분들을 포함해

명호면 내의 여러마을에서 아이들 손을 잡고도착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한창 진행중일 때 세어보니 

아이와 부모를 포함해 약 쉰 가량의 주민이 공연에 참가했다.

아름다운 공연, 귀한 공연을 이웃과 같이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날 공연작은 파랄라마노극단의 2인인형극 [징글버]였다.

거리의 천사, 거지들이 맞는 성탄절 이야기를

인형극의 형식에 노래까지 곁들여

처절한 아름다움 혹은, 가혹한 가난속에 피어나는

희망 같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배우가 미리 직접 만들던 소품하나하나에 묻어있는

볼리비아의 민속예술 감각하며

전체 진행과정에서 진지함을 잃지않고

공연에 임하는 두 배우의 겸허한 자세 등 어느것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대사를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도

인형의 동작하나하나가 전해주던 정서적 공감은  

가난한 삶에 임하는 인간의 공통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가혹한 삶의 여건 속에서도 잃을 수 없는

삶의 숭고한 가치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

아마도 볼리비아인 두 배우는 그런 메시지를 가지고

우리를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의 초입, 비나리마을학교에서

주민과 함께 한 볼리비아 인형극이 남긴 울림은

오래도록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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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연극 활동중인 [나무닭움직임연구소]
http://namoodak.wordpress.com/ 에서 연락이 왔단다.
국제환경연극 프로젝트에 참가해 [움직이는 전설]이라는 타이틀로
한여름 연극예술잔치를 가지게 되었는데
일정이 임박해져 소품 제작을 도와달란단다. 
8월 9일,그림을 그리는 아내덕에 오랜만에 청송으로 달렸다.
청량산을 가로질러 부슬비가 내리는 몇개의 지방도를 달리고
영양과 청송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게되어 경찰관에게 참고인으로 명함까지 남긴뒤
어렵게 청송에 도착했다.
 

주어진 과업은 고래두마리를 채색하는 일!
우리가 채색할 고래는 어미고래와 새끼고래 각 1마리로
종류는 귀신고래라고 했다.
찾아보니 귀신고래의 국제적 명칭은  Korean Gray Whale로
유일한 한국계 고래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울산 장생포가  오염되고 뱃길이 분주해지면서
벌써 삼십몇년동안 귀신고래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단다.
무려 45톤이나 나가기도 하는 대형고래면서
귀신같이 바위사이를 잘 빠져다녀
이름 붙었다는 귀신고래가 
이제는 한국의 환경재앙을 상징하는

슬픈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료가 없어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출력한 조그마한 사진에 의존해
귀신고래를 그렸지만 오후 늦게 빗발이 날리기 시작할 때까지 
어미고래 한마리만 겨우 완성을 하고,
아직 천도 씌우지 못하고 있던 새끼고래는 
시작도 못하고 청송을 떠나와야했다.


근 2년만에 들른 '나무닭'은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온
흔적을 구석구석 간직하고 있었다.
2년전에 비해 훨씬 정리된 주변환경도 그렇고
이런저런 소품들도 그동안 상당히 늘어나 보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무닭연구소가 사용하고 있는 폐교 건물공간마다
지역의 어린이들부터, 멀리 남미에서 온 연극인,
타지역의 대안교육기관의 학생들까지
사람의 온기가 넘쳐난다는 사실이었다.


지역에서 온갖 열악한 조건을 다 감수하면서
지역문화예술을 일구는 장소익 선생과 동료분들의 열정에 탐복하고,
폐교를 꽉채운 지역주민과 어린이, 연극인의 열기와
아름다운 소품들을 사진기에 담았다.


'연극'이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기척 자체도 귀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귀한 농촌에서
연극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정을 나누고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너무나 귀하고 아름답다.
개인적인 욕망을 접어둔채 청송의 작은 마을에서
연극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닭]의 활동에 한량없는 부러움과 존경심이 일었다.
하루낮의 나무닭 순례를 마치고
나의 삶의 터전인 비나리마을로 돌아온 저녁

나는 황량한 벌판을 처음 마주한 얼치기 농부의 마음으로
나의 삶과 나의 마을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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