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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포럼 발제


주민의 삶이 곧 자원이다

: 봉화 지역문화자원의 산업화에 대한 몇 가지 단상

‘문화산업’이라고 하면 문화생산물을 상품화하는 현대의 산업형태를 말한다. ‘지역문화자원의 산업화’란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을 지역주민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역문화자원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상품화 혹은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이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두가지 중요한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취사선택 가능한 ‘지역문화자원’의 외연을 확정하는 문제로 지역사회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의 가치를 발굴하거나 부여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구체적 상품 아이템 개발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 문제는 ‘산업화’의 성공 여부를 확정짓는 핵심적 측면으로 그 지속가능성과 ‘산업화의 결과가 초래할 지역주민의 변화된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문화 자원의 산업화 과정은 ‘지역 문화자원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하되, 전 과정에서 어떻게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주역주민의 이해에 입각해 사업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과제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입장을 가진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지역‘축제’와 봉화를 대표하는 ‘청량산’, 봉화의 최대 문화 자산인 ‘마을’ 그리고 근래에 붐이 되고 있는 ‘걷기 길’만들기 사업과 봉화군이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봉화정자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자원 산업화 과정을 되짚고 동시에 각각의 단위 사업들과 관련한 단상을 정리해 본다.

축제

봉화군의 은어축제와 송이축제는 상당한 성공사례로 많은 상도 타고 봉화를 상징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적 평가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반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부정적 입장은 면단위 간 혹은 농업/상업 간의 이해관계 대립에 연원한 측면도 있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들 양대 축제가 지역의 핵심 산업인 농업 자원에 기반 하지 않고 있고, 특히 ‘은어축제‘의 경우 지역 주민의 삶과 밀착된 파급력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데 있는 것 같다.

다시말해 봉화의 대표적 축제가 외형적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지역민의 삶과 괴리되어 지역민의 삶을 고양하지 못하고 지역민의 경제적 이해와도 일정정도 분리된 채 진행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은어축제, 송이축제는 현재의 성공에 머물지 말고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주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민밀착형’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해야 할 것같다. 나아가 이들 대표 축제와 병행해서 이를 보완할 보다 주민밀착형인 작은 ‘마을축제들’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

둘러보면, 우리 지역의 특유한 장례문화, 동제, 풋거 먹는 날(머슴의 날), 초롱계 등 마을축제화 할 수 있는 자원이 산재해 있다. 이들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하면 농촌공동체의 행복한 삶, 아름다운 마을살이를 드러내고, 주민의 삶을 고양하는 축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축제의 최종 목적이 주민의 행복한 삶이고, 주민의 행복한 삶이 바로 관광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비나리초롱축제’가 성공가능할까?)

현재까지 봉화군에 여러 걷기길이 생겼고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길을 만들고 관리하고 홍보하는데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에 비해 가시적 성과는 크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실 걷기가 붐이 되는 트렌드에 맞춰 걷기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미 선점된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는 방식으로는 그 성공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차라리 상품화된 ‘큰길’이 아니라 봉화지역에 맞는 무수한 작은 길을 만드는 사업이 보다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은길’은 예산중심 사업이 아니라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으로 ‘돈’보다는 ‘공’이 더 들어가야 하는 사업이다. 나아가 걷기 트렌드를 이끄는 가치(반개발주의, 자연과 일치하는 삶, 마을공동체에 대한 그리움 등)에도 더 부합한다.

봉화만의 작은 길 만들기는 지금은 단절된 마을간 실핏줄을 잇는 작업으로 마을간 소통을 통해 침체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면서 동시에 농촌과 도시를 잇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이 되지 않을까?

봉화를 대표하는 산은 청량산이다. 청량산은 유불선 문화의 보고로 알려져 있고 숱한 명사들이 다녀갔던 산이다. 그러다보니 100여 편의 유산기와 1,000여 편의 시가 전해져 내려올 정도로 풍부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청량산에 대한 개발을 주로 하드웨어적인 개발에 머물렀고 그 문화적 내용을 자원화 하는 데 소홀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산행 중심의 단일한 방문객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공원 상가에서 매출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지역 농민들은 더더군다나 불만을 가지거나 무관심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청량산의 문화적 자원을 상품화하여 방문객을 다양화하고 등산객의 체류시간을 늘이기 위한 작업이 좀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유산기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청량산을 불교 성지화 하는 작업 그리고 다양한 성씨의 역사적 명사들이 다녀간 길을 따라 안내문 등을 설치하여 문중 순례지 등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청량산을 단지 등반용 산이 아니라 문화적 명승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청량산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청량산 박물관은 청량산의 문화적 자원을 집대성하여 ‘상품화’를 위한 기초 자료를 생산해내는 역할과 더불어 청량산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단위로 거듭나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량산 박물관을 관리사무소 부속 기관에서 독립시키고 대폭적으로 인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청량산 박물관이 청량산의 자연자원, 문화자원에 대한 조사, 각종 연구 및 전시, 방문객이 참여 가능한 상설 프로그램,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수행하는 실행기관으로 청량산 방문객이 반드시 들러봐야 하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청량산 도립공원”이라는 상품에 마을을 결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들마을이 보고 싶어, 아름다운 윗뒤실이 보고싶어’ 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 날 수 있도록 ‘청량산’에서 차지하는 마을의 위상을 제고해야한다. 사실 도립공원내 주민들은 ‘도립공원 청량산’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일 경우까지 있다. 도립공원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안될 뿐아니라 불편마저 초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이와같은 현실을 타개하기위한 사업들이 시작되고 있다. ‘북곡리 명품마을 사업’과 공원내 ‘농산물 홍보판매장 설치’ 등이 그것이다. 바람직하고 꼭 필요한 사업임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더 나아가 ‘마을’을 청량산이라는 상품에 결합시키기 위한 작업들은 보다 더 심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봉화 정자 투어

봉화 정자투어는 대표적인 봉화 관광 투어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봉화가 전국 최다의 정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립가능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정자를 단일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힘들다. 정자들 간 투어도 성공적이지 못하다. 다시생각해보면 정자라는 ‘건물’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을 수는 없다. 따라서 봉화의 훌륭한 자산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정자가 마을살이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을과, 마을사람의 삶과 결합된 의미의 정자를 생각한다면 부가적인 보조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정자’가 아니라 정자가 있는 ‘마을사람의 삶’이 상품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에 덧붙여 ‘정자’를 현대화해서 현대인에게도 친밀한 공간으로 되살려낼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요구된다. 특히 유교와 연관된 유무형의 자원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현대적 ’해석‘이 꼭 필요하다. 유교가 ‘충효교육’이나 ‘예절교육’에서 풀려나 스마트한 유교가 될 때만이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 과자축제 : 닭실 마을과 후토스 동산, 전통한과와 현대식 과자의 기묘한 결합이 가져온 작은 성공!)

마을

봉화의 최대 자산은 전통마을들이다. 이골 저골 아름답지 않은 마을이 없다. 앞으로 봉화의 최대 관광자원이 바로 이 마을들이 될지도 모른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공동체가 해체되면 될수록 전통적 마을 공동체에 대한 향수는 늘어날 것이다. 유럽인에게 네팔이나 티벳여행은 일생 일대의 꿈이다. 이곳은 현대문명에 반한 곳이고, 심원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지역이면서 동시에 ‘불행한’ 현대인 자신들과는 달리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봉화의 많은 마을들은 충분히 도시인의 로망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마을의 상품화는 이제까지 진행되어온 ‘체험마을’ 등과는 또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행복한 주민의 삶이 전제되어야만 진정한 행복을 찾는 도시인의 발길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마을이 어떻게 보전되고 어떻게 ‘변화’되어야할지 고민해야한다.

“주민의 삶이 곧 문화자원이고, 문화자원의 산업화의 주체는 지역주민이다.” 충분한 자료를 검토하고 세련된 입론에 입각하지 못했지만, 가능한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고, 나름대로 봉화 문화자원을 이용한 관광산업화 과정을 전반적으로 되짚어 보았다. 잘못되고 부족한 생각을 토론과정에서 바로잡고 채울 수 있길 빈다.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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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지방'을 살리는 힘의 원천을 '지역문화'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이미 서울 공화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지방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고 더 이상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지 않은 불모의 땅이 된지 오래이다. 돈과 사람을 무제한적으로 흡수하는 블랙홀에 다름없는 서울은 그 대척점에서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지방을 식민통치한다. 그러다 보니 인적 물적 자원은 물론 교육, 행정, 의료, 나아가 문화, 예술 같은 정신적 자원마저 모두 서울로 흡수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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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아 관객상을 수상한 ‘워낭소리’가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강릉시 포남동 자비복지원 소극장에서 앵콜 상영된다.(사잔=강릉씨네마떼끄 제공)/ 박진완기자 jwpark@newsis.com <관련기사 있음>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그것도 부족해 국토의 불균형 발전에서 오는 이익을 독점하는 세력은, 모든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 가져오는 폐해를 막고, 전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만든 '수도권규제' 법률마저 무력화하려는 욕심을 드러낸다. 그들의 논리를 따르면, 이미 산업, 교육, 문화의 경쟁력을 상실한 지방은, 그들이 생산한 산업과 문화의 상품을 구매하고, 아직도 흡수되지 않고 남아있는 인적, 물적, 문화적 자원을 공급하며 서서히 그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입장에서 지역은 여전히 삶의 터전이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강구해서, 계속적으로 유지 발전되어야 할 생활공간이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가능성을 찾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산업이 번성하면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면 더 많은 산업이 유치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더 모이는 만큼 생활기반 인프라를 비롯한 교육, 행정, 의료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그들의 순환논리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지역의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문화'가 아닐까. 어떻게 문화가 고사 직전의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전략적 영역이 될 수 있는가? 먼저 문화는 우열의 차이가 없는 고유한 삶의 양식으로, 기술경쟁에서 비켜선 비경쟁적 가치를 가진 정신적 자산이다. 따라서 '지역문화'는 중앙의 지배-종속관계에서 자유로운, '대안적 삶의 전망'을 제시해주는 역동성의 근저가 될 수 있다. 중앙의 경제적 지배를 넘어설 힘의 원천을 가진 지역 문화는, 경제적 소외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삶의 풍요로움과 비례해 지역을 활기 있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 지표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주관적' 생활 만족도, 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은 의외로 많다. 미국에 비해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가 그렇고, 서울에 비해 봉화나 영양 주민의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자기만족이 정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정체성'의 확보는 변화와 발전을 추동할 전제이자,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단지 그 가능성을 열어줄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할 뿐이다.

사실 지역문화는 좁은 의미로 지방의 '문화예술'을 말하기도 하고, 지역의 정신적, 역사적 자산 전체를 일컫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문화라는 폭넓은 저변은 몇 가지의 행정조치나, 몇몇 문화 동호인이나 예술가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어려움이 있다. 어떻게 지역 문화를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지역문화를 어떻게 지역을 성장시키기 위한 동력이 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그 가능성을 구체화하여 성과를 얻은 많은 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지역문화를 지방을 일으키는 역동성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먼저 '워낭소리'라는 한편의 독립영화가 보여준 힘을 생각해보자. 사실 '워낭소리'는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가장 흔한 삶의 풍경을 카메라를 통해 현대인의 요구에 맞게 가공한 것일 뿐이다. 워낭소리 신드롬은 현대인이 농촌이 중심인 우리 지역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하나의 사건이다. 물론 농촌이 문화적 원료를 제공하고 도시적 기호에 맞춘 가공을 통해 대박을 터트린 문화상품인 ‘워낭소리’는, 그 수혜가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

물질만능주의, 효율만능주의, 경제만능주의가 우리의 삶을 절망과 불안으로 내모는 현대인의 삶에서, 그 대안적 가치인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정서적 가치, 공동체주의는 현대인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우리 지역사회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적 삶을 향유케 하는 기본적인 가치를 '지역문화'로서 구현하고 있고, 바로 여기에 지역사회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가치가 고갈된 도시문화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지역문화는, 어느 순간 현대를 지배하는 역관계를 전도할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귀농'이 유행이 되었다. 도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귀농하게 된 사람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귀농'의 근저에는 살림의 가치. 상생의 가치를 함유한 농촌문화, 공동체 문화 즉, 지역문화에 대한 도시민의 갈구가 있다. 이렇게 '이농'에서 '귀농'으로 시대적 흐름을 바꾼 힘은 바로 지역문화에서 나온다.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갈구하는 현대인에게, 우리가 가진 지역문화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인 예는 얼마든지 있다. '안동간고등어'나 '안동버버리찰떡' '닭실한과' 등은 누가 뭐래도 문화상품이다. '안동간고등어'는 안동이 아니면 전국 어디에서도 생산할 수 없는 안동만의 고유한 문화상품이다. 흔해 빠진 고등어가 안동의 고유한 역사적, 문화적 세례를 받는 순간 값진 '안동간고등어'가 되는 것은 고등어의 힘이 아니라 안동이 가진 문화의 힘이다. 봉화 닭실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닭실한과'는, 봉화 닭실마을 아주머니들의 손맛이 만든 명품한과지만, 그 맛 역시 닭실마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서 유래한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 봉화군에서는 '전국스토리텔링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토대로,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 문화, 자연자원을 발굴하며, 지역의 새로운 성장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시도는, 서울을 떠난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지자체의 이런 노력이 바로 문화를 통해 지역을 살리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문화를 문화의 산업경쟁력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근시안은 피해야하지만, 이는 '문화적이지 못한' 문화산업적인 사고에만 한정된 문제이다. 지역을 살리는 힘은 지역사회에 없는 것을 유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유치하고, 공장을 유치하고, 관공서나 공기업을 유치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애써 찾을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주목해 보자. 지역주민의 삶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경제의 활력을 가져다줄 보고가 바로 우리가 가진 '지역문화'라고 생각한다.

 2009-05-12  경북 북부권 문화정보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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