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농사꾼을 자칭한지 십수년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 멀어도 한참을 멀었습니다.
본농사라는 것도 묵어 수풀에 덮혀버리기 예사고
사시사철 먹어야할 야채도 키워서 먹는 것보다
시장에서 사먹는 게 훨씬 많습니다.
이웃 형님들을 보면 본 농사일에도 늘 허덕이며 살아가시지만
꼭 가까이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1년먹은 마늘이며 양파며, 계절마다 각종 채소며 어느것 하나
돈주고 사 드시는 것 없이 알뜰하고 체계적으로 농사를 지어 드십니다.
몇일전 게으른 이웃 아우에게 앞집 형수님이
양파를 한소쿠리 들고 오셨습니다.
계절마다 절기마다 새 야채가 나오면
이렇게 얻어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고,
다른 이웃분들로부터도 매번 얻어먹기만 하고 살아온 지가
벌써 15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얌채라고 내치지 않고 여전히 챙겨주시는 이웃 어르신,
형님들의 사랑에 우리 가족은 산골사는 어려움을 잊고 삽니다.
양파 한 소쿠리에 태산같은 이웃의 정을 실감하고
나도 모르게 그분들의 삶앞에 숙연해집니다.
'비나리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오면 개가 제일 좋아한다나 어쩐다나.. (4) | 2012.02.01 |
---|---|
기타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던 한해 (4) | 2011.12.27 |
49살 맞은 아내의 생일 케익 (7) | 2011.10.13 |
119번을 돌린 3번의 아픈 기억 (4) | 2011.08.20 |
꽃잎 (0) | 2011.06.29 |
일상의 빈곳을 채우는 봉화문화원 기타교실 (2) | 2011.06.17 |
부석사 저녁예불로 마음을 씻고.. (4) | 2011.06.14 |
봉화장, 사람사는 맛과 멋이 넘쳐납니다. (3) | 2011.05.25 |
부처님 오신날 생각하는 고통, 그리고 공감의 범위 (6) | 2011.05.14 |
비 (0) | 2011.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