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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영양군의 수비를 중심으로 작은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책마실'이라는 이 모임은 수비의 아동센타나,
복지관련 종사자는 물론 지역 농민들도 같이하고 있다고합니다.
이 모임은 그동안 농촌공동체나 생태 등과 관련한 책을 읽고 
정기적인 독서토론회를 가져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농한기를 이용해 '필자초청강연회'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책마실 모임의 모임지기이신 '더불어숲'님의 연락을 받고 
비나리 마을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오고가다 마주친 지역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한 끝에 지난 11월 15일 첫 강연회에 
어른 5명, 아이 2명해서 총 7명의 봉화군 명호 주민들이 참석을 하였습니다.

사실 봉화 명호에서 영양 수비까지는 
험하고 외진 산길로 1시간이상 차를 달려야만 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녁시간에 갖는 강연회에 
누가 참석하겠다고 쉬 나서겠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자 이웃 '다정불심'님이 문자로 공지를 하고
전화 독촉까지 해서 외롭고 지루했을 영양가는 길을
마을의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정감넘치고 신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오후5시에 일을 마치고, 나무보일러에 불을 때고, 씻고 나니 이미 출발 약속시간인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내가 권하는 저녁밥도 뿌리치고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일행과 더불어 수비로 달려갔습니다.
일행 모두 저녁을 먹지못해 가는 길에 식당이라도 들를 생각이었지만 가도가도 식당을 고사하고 가게하나 만나질 못했습니다. 강연 시작까지는 조금의 시간을 남겨두고 도착한 '우리손 농촌유학센타'는 이미 어둠에 싸여 주위 경관을 둘러볼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면소재지로 나가 저녁을 해결하고 오기에도 어중간한 시간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강연이 진행될 강당에 들어가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계신 주형로님 등과 인사도 나누며 속속 도착하는 분들과 더불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년 7시 30분이 되자 이번 강연회를 준비한 책마실 모임의 '더불어숲'님의 진행으로 이번 강연회의 준비과정과 취지에 대해 듣고 참가자들 간에 간단한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강연에 앞서 준비된 생태가수 박창근님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과문한 탓에 이날 처음 듣게된 가수 박창근의 노래는 모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애착과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박창근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우리손농촌유학센타'의 작은 공간에 에 가득 넘쳐나자 처음의 어색했던 자리가 화기애애한 사랑방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박창근님의 공연에 같이한 아쟁 연주자의 성함을 잊어버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냥 강연이 아니라 저녁내내 들어도 아쉽지 않을 공연이 마무리되고 이어서 이날 초청 강사인 주형로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책마실의 첫 초정강연의 초대손님인 주형로님은 문당환경농업마을을 일궈오신 농민입니다. 풀무농업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을 넘게 친환경 농업이라는 한길을 걸어오시며, 날로 무너져 가는  한국 농업, 농촌을 지켜낼 하나의 모델을 일궈낸 대단한 일꾼이십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하다못해 '좌익 사상'으로 까지 매도되고 핍박받던 시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오리농법을 도입하여 지역사회전체를 친환경 농업마을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삶은 '희망제작소'의 대안적 희망찾기의 과정에서 발굴되어  <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푸른나무 펴냄)>라는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날 강연회는 바로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를 읽은 책마실 회원들의 초정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주형로 선생님은 이미 농업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뵙고 그분의 활동과 문당마을의 사례에 대해 들어왔습니다. 농사가 참으로 어렵지만,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나 그 어려운 친환경 농업을 또 그에 못지 않게 힘든 공동체 사업과 결합해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신 그 분의 삶을 생각한다면 가슴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번 들은 사례지만 다시 한번더 그분의 삶과 우리 농촌의 희망을 생각해 보는 귀한 강연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를 소개하면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날 강연회를 통해 받은 단편적인 인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멀리 홍성에서 부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동반해 강연에 임해주신 주형로 선생은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강연히 단지 세치 혀로 하는 강연이 아니라 그분의 삶 전체를 담아 드러내는 진실된 자기고백의 자리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세한 비판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드물고 돈도 귀한 산골 수비에서 이렇게 독서모임을 꾸리고 지역사회의 가치를 보전하고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모색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농사지어 밥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현실에서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농촌공동체를 생각하고, 먼 미래의 우리 농촌 나아가 인류의 삶 전체를 고민하는 젊은 일꾼들의 활동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강연회를 준비하고 솔선수범하시는 책마실 회원님의 노고가 일궈낸 이날 자리는 봉화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저를 포함한 지역의 젊은 일꾼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강연회를 파하고 먼길을 돌아오는 내내,그래서 우리마을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어렵고 곤혹스런 물음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같이 했던 명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온 현실은 또 한번 부쩍 늘어난 과제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이날 같이한 명호친구들과 아빠손에 끌려 힘드고 지루한 자리를 내내 같이한 청년이 시연이 두 꼬마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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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봉화송이축제장에서 비나리미술관은 자연미술체험 부스를 운영했습니다.매년하는 행사다보니 프로그램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위해 올해는 솟대나 잠자리만들기를 하지않고, 나무토막과 실, 스팡클, 아크릭 물감, 색종이, 가죽끈 등의 재료를 가지고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미니 장승 만들기 처럼 이전에 했던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어린이와 학부모님에게 큰 호응을 얻어 미리 만들어갔던 나무가 3일만에 동이나 마지막 날은 급히 새로 준비한 나무를 들고 갔지만 이마저도 오후5시가 되기전에 다 소진되어 버렸습니다.

비나리미술관이 진행하는 [자연미술체험]은 마을에서 가장 흔한 나무 재료등을 미술체험용으로 가공하되, 가능한한 거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사용하도록 합니다. 요즘 유행하고 있 칼로 빗은듯 깔끔하게 잘 다듬진 '인스탄트 체험재료'와는 거친 나무껍질, 거친 표면 그대로 사용해서 샌드페이퍼를 이용해 스스로 다듬어 사용하도록 합니다. 이들 재료를 이용해 미술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숨결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것도 중요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물을 이용해 얼마든지 다양한 재료와 장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고 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정해진 장소에서 조건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나가는 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축제장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직접 미술 재료를 들이나 산에서 산책을 즐기며 채취해서 미술체험실로 모여 만들기를 하는 방식과는 달리 너무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고, 미술 재료도 좀 단순하고 단조로워야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체험객이 스스로 체험을 해 나갈 수 있을 만치 쉽고 흥미로워야 합니다. 나름대로 그런 조건에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진행한 이번 프로그램은 다행히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지만 몇가지 문제점도 노출되었습니다. 이들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다음 미술체험 행사에는 좀더 원활한 진행과 풍부한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먼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미술재료만 제공해주고 알아서 자기를 표현해라고 하면 대부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따라서 할 수 있는 셈플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정도의 친절은 반드시 필요한듯 합니다. 물론 그 셈플이 아이들의 표현력, 상상력을 한계지우는 족쇄가 될 위험이 뒤따르지만 최소한 이 셈플들은 아이들이 나름대로 형식이나 표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셈플이어야합니다.

그리고 미술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술외적 교육적 배려도 좀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미술체험 시간만이라도 어른의 통제를 받지 않고 마음껏 자유스럽게 자기를 표현하는 기회를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입과 간섭'을 원칙으로 삼고 지금까지 미술체험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강제와 압박 외에는 너무나 자유스럽게 키워지고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직 '공부'만이 중요하고, 공부만 하면 나머지는 너 마음대로하라는 식의 여건에서 잘못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전혀 아낄 줄 모르고, 같이 미술체험을 하는 친구나 뒷 사람을 배려하지도 않고, 하다못해 미술체험을 진행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경우는 오히러 드뭅니다. 체험을 마치고 부스를 떠나면서 간혹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남기는 아이들을 만나면 쫒아가서 안아라도 주고 싶을 만치 감동스럽습니다. 물론 통제나 강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공감하는 방식이 무엇일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 등으로 부터 미술재료비나 인건비를 지원받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일지라도 가능하면 작은 금액이라도 유료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자기가 누리는 것에 대한 댓가(물론 금전적 댓가가 가지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를 지불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고, 또 공짜 판촉물 나눠주듯이 베푸는 체험프로그램은 그 '교육적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런 판단이지만 작은 액수라도 체험비를 받을 경우 자기작품을 완성시키고저 하는 의지와 책임감을 부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행자의 입장에서 체험부스가 도떼기 시장같이 난장판이 되고, 아이들이 미술재료를 마구쓰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상황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무토막이 아이들의 손을 통해 하나의 작은 '예술작품'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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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문을 닫아 운동장 가득 개망초만 무성했던
충북 제천시 수산면 대전리 분교가
[마을 이야기 학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한때 650여명의 아이들의 뛰어놀던 '대전리분교'가 있어 
대전리 농민들은 힘든 농사일도 신나게 할 수 있었고,
암담한 현실에서 꿈과 희망, 자긍심을 잃지않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마을의 심장이었고, 마을의 모든 이야기는 학교를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산업화와 합리화라는 풍파에 밀려
농촌의 아이들은 마을을 떠나고, 마을의 심장은 멋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 학교는 잊혀졌고 마을은 그렇게
사라져버릴듯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마을'을 잃고 '학교'를 잊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살 수 없었습니다.
마을이 없는 세상의 모든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삶의 향기를 잃어갔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마을을 잊어버릴 즈음
조용한 마을에 사람의 온기 가득한 마을의 미래를 담은 풀씨가
하나 둘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 '폐교'로 불리우던 대전리분교에도
김정헌, 박명학 그리고 김송이라는 풀씨가 날아들었습니다.
이들 풀씨는 잊어져가는 마을의 이야기를 찾아,
예술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마을의 심장인 학교를 일구고  삶의 향기 넘쳐나는
풍요로운 마을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꿈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14일,
대전리 분교에 그 풀씨가 작은 마을 영화제라는 싹을 틔웠습니다.
그 싹이 어떻게 자라나서 어떤 꽃을 피우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의 관심과 사랑뿐 아니라,
흥이 넘쳐나는 마을 주민들의 표정속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 이야기 학교]가 있는 대전리는
세세년년 삶들이 이어져 내려가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마을로 이어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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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관광박람회에서 있은 두번째 애피소드는
시군 관광 홍보와 이를 돕기위한 체험프로그램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들어 각 시군은 자신의 시군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아이템과 연관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홍고관련 행사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구경북 관광박람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동시는 회회탈 골격에 색깔있는 스치로폼 알갱이 뭉치를 이용해
형상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하회탈춤은 안동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로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프로그램의 세부적 내용을 바꿀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안동에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울진군은 나뭇가지를 이용한 
곤충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인상에 남는 것은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 
체험선생님이 다름아닌 울진군의 공무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공무원이지만 문화체험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 배워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이 문제가 되는 공직세계에서
아주 드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군에서 곤충체험관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울진의 이미지와 곤총이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러시군에서 탁본찍기, 비누만들기,
등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사실 이런 박람회장 등에서 진행하는 체험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체험프로그램이 너무 인스탄트화 되어
체험의 진정한 학습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말해 간단히 참가해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만
체험프로그램이 경도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비나리미술관만 고집스럽게 
좀더 거칠고 자연적인 체험의 성질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니
항상 우리부스가 제일 지저분하고, 제일 분주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참가하는 사람의 만족도는 엄청 좋은데
체험을 한번 시작한 사람이 기본적으로 30분
길게는 1시간씩 버티니 하루종일 두명이 진행해도
참가자가 최대 150명을 넘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이와같은 시군홍보와
체험프로그램의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부스에서 은어만들기 체험을 하던 어떤 아주머니가 
갑자기 울린 전화를 받으며 하는말  한마디가
지금까지 가졌던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저의 생각을 확 바꾸어버렸습니다.

마우머니 왈
"아까 거미만들기한 부스있제? 바로 그 앞 부스에서 물고기 만들기 하고 있다. 
억수로 재밌다. 니도 얼릉 이리 온나."  

이 대화를 엿듣게 되면서
먼저 '억수로 재밌다. 니도 얼릉 이리 온나.'는 발언에 순간적으로 고무되었습니다.
다음, '물고기 만들기 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조금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봉화은어 만들고, 여름휴가를 은어축제가 열리는 봉화에서 지내세요'라고
호객행위까지 하며 체험객을 끌어들였건만
많은 사람들이 홍보내용에는 무관심하고
홍보와 분리된 체험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실망을 여기서 그친게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절망시킨 구절을 바로
'거미만들기 한 부스'라는 발언입니다.
우리 앞부스는 영덕군입니다.
영덕군은 영덕대게를 홍보하기 위해 '대게 케릭터' 아이템과 더불어
'대게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 고객은 '대게'에서 '영덕군'을 분리한 것은 물론이고
'대게'도 '거미'로 변신을 시켜버렸습니다.
다시한번 더 정리하면 최소한 그 고객은
'영덕군'이나 '영덕대게'에 전혀 문관심했고
단지 무엇인가를 무료를 만드는 재미로
'영덕대게만들기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냥 웃자고한 이야기지만 사실 앞으로
홍보와 체험프로그램의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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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일부터 오늘 4월4일까지 대구 엑스코컨벤션센타에서열린
대구경북 국제관광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봉화군 문화관광과의 요청으로
행사장내 봉화군 홍보부스의 한켠에서
봉화은어축제 홍보를 위해 은어만들기
미술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각지자체와
여행사나 리조트 증 관광관련 업체별로 부스를 열고,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나라들도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고
자국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행사중에 대구 경북 일원의 관광관련학과를 다니는 
대학생들의 단체 참가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교적 관람객도 많아
우리 부스도 부부 둘이서 체험을 진행하기애
벅찰 정도로 정신없이 4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정동안 너무 바빠 타 시군 부스를 세밀히 관찰하지 못했지만
날이 갈수록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여타 홍보 준비도 치밀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동시의 안동하회탈 만들기 체험과
영덕의 찰흙을 이용한 게만들기,
나무재료를 이용한 울진의 곤충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있었고
우리 봉화는 나무토막을 이용한 은어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부부가 진행한 [은어만들기]는
얇게 사선으로 저민 나무토막을 몸체로 해서
아크릭물감으로 은어를 그리고
색종이로 꼬리와 지느러미을 만드는 체험입니다.
은어를 만드는 과정에 [봉화은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올 여름 휴가를 봉화은어축제로 오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손님이 우리부스 근처에 오면
'은어 한마리 만들고, 올 여름휴가는 봉화은어축제에서 보내세요'라고
홍보를 했습니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사를 갈 때마다 느끼는 점 하나는
홍보전단부터 기념품까지
각 주체로 부터 엄청난 물량공세가 이어지지만
그냥 스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비용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홍보책자나 기념품을 그만한 물량씩이나
들이부을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체험이 여행상품의 필수 요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왠지 일시적인 유행이거나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행이나 관광에 꼭 체험프로그램이 있어야하나,
그리고 특히나 학습과잉인 시대에 여행까지 가서도
무엇인가 배워야한다는 강박도 일시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쉬는 여행. 아무것도 하지않고
먹고, 걷고,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고 관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6월 4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동일한 행가가 다시한번 더 진행된다고 하는데
아마 참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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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소식은 없고, 아침까지 눈발이 날리는
늦은 3월의 토요일, 멀리 예천에서 봄보다 먼저
봄손님이 오셨습니다.

[예천동화읽기어른모임] 가족이 비나리미술관에
지연미술체험을 하러 오셨답니다.
어린이 12명과 부모님해서 스무명이지만
두어시간 미술체험시간을 가지고
미술관 테크에서 미리 준비한 김밥을 먹고
한참을 놀다가, 오후 2시 비나리어린이의
토요미술체험시간이 다 되어 동네 아이들이 몰려올때까지
비나리마을을 보고 느끼고 즐기다가 가셨습니다.
 
오전에 예천가족들이 붐비던 미술관에
채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시 비나리 아이들이
들이닥치니 모처럼 눈비로 주눅든 봄이 
소란스런 아이들 웃음소리에 다시 활기를 찾는것 같았습니다.
아직 마을을 들어오지 못하고 길을 서성이는 봄이
아이들 웃음소리가 궁금해서 금방이라도 쫒아올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마당엔 눈발이 날렸지만  봄햇살보다 더 따뜻한 아이들 웃음소리 넘쳐난
비나리미술관은  완연한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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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비나리미술관에서 어린이 미술교실이 있었습니다.

따사로운 봄햇살과 훈훈한 봄바람 속에
온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 그림은 조금 그렸지만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을 열고,
온동네가 시끌시끌 할 만치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올해 부터는 비나리미술관에서 주관하는 밭두렁미술학교를
봉화문화원과 봉화자활센타가 후원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봉화문화원에서는 월20만원의 강사비를 지원해주고,
봉화자활센타에서는 명호면소재지에서 비나리미술관까지
봉고차를 운영해 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전에 평균 15에서 20명 정도의 어린이가 참여를 했는데
이날은 멀리 영주나 춘양에서 오던 아이들이
연락이 늦어 참가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명호면 아이들만 근 30명이 비나리미술관을 찾았습니다.
같이 오신 부모님까지 비나리미술관을 중심으로해서
온 비나리동네가 사람사는 훈기로 가득 넘쳤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교육이 영어 등 기능교육이 중시되면서
아이들의 감수성을 개발하고 북돋우는
예체능 교육이 찬밥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산골마을 비나리에서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와 어울리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나
수업을 주관하는 강사의 입장에서나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날 수업을 위해 일찍부터 내려오셨어 미술관 청소며 수업준비를 도와주신
김종미선생님, 그리고 자활센타에서 봉고를 몰고 오신 선생님,
수업 진행에서부터 정리까지 도와주신 관용이 어머니와 용수어머니,
그리고 이날 같이 해주신 모든 학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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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지난 한해 봉화문화원 미술교실을 맡아 강의를 해왔는데
 [봉화문화]의 청탁을 받고 그 아름다운 시간을 정리한 글입니다.


아름다운 시간들

-류준화

긴장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미술 반 첫 수업이 벌써 일 년 전이 되었다.

작년 초, 그해는 개인전이 잡혀 있는 터라 다른 스케줄은 뒤로 하고 그림에만 올인 해볼 거라고 나름 일 년의 계획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미술 강좌 하나 맡아 달라고 하시면서 ‘바쁘면 더 열심히 살면 되지요. 바쁠수록 더 많은 일을 한답니다.’ 그러시는 문화원 사무국장님의 전화 한 통화에 일 년 계획을 다시 세웠던 기억이 난다.

막상 수업을 하기로 하고 나니 바빠진 일정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수업해할 지가 오히려 더 고민되었다. 무작위 다수를 향한 오픈된 미술수업은 처음이여서 어떤 분들이 강좌신청을 할지도 파악 되지 않았고 대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 년 과정의 미술 강좌를 꾸린다는 게 덜컥 겁이 나기도 했었다.

또 한편으로는 미술의 경험유무와 상관없이 넘쳐나는 시각문화의 홍수 속에서 미술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미술이 어떻게 다가가야 되는지, 개개인의 미적 감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를 몸의 총체적 감각 안에서 새로운 소통과 체험들로 변화된 시각문화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도 싶었다. 물론 이런 수업은 보다 체계적이고 훈련된 수업준비가 많이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으로만 그쳤지만 미술교육을 고민하는 입장에선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이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술이 누구에게라도 주눅 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오래된 습관처럼 우리의 미술수업은 늘 기능중심의 수업이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사물과 똑 같게 표현되어지는 것이 기준이었고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을 구분 짓기만 하는 전혀 창의적이지도 미적이지도 않는 수업이었다. 아마 그래서 그림에 재주가 없는 아이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대다수의 어른들은 학교를 떠남과 동시에 미술과는 벽을 쌓게 되었고 자신의 미감을 절대 발설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것이 지금까지 보아 온 내 주변의 대다수 어른들이 미술을 대하는 태도였다. 몸의 세포 수만큼이나 다양한 감각의 층을 우리의 미술교육은 묘사력 하나로 정리해 버렸다.  

미술은 자유로움이고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어떤 창작품이든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미술로 놀고 미술로 표현하고 삶과 함께 일상 속에서 미술은 즐겨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적어도 나의 수업의 목표는 미술로 인해 주눅 들게 했던 벽을 허무는 것이길 원했고, 두려움을 없애고 나를 즐길 줄 아는 시간이 되길 원했다.

나의 예상대로 수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 이후 거의 미술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셨다. 우리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첫 수업시간에 내게 물었다.

그렇게 첫 수업에서 보였던 두려움은 몇 번의 수업 후 금방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그녀들을 억압했던 두려움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켰다. 난 벽을 허물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던 열망들이 곧 열정이 되었고 오히려 내가 학생들의 열정을 따라가기 바빴다.

너무나 즐겁고 신나게 수업을 하느라 학생들 개개인에게 미술이 무엇인지 미술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녀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감성들을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해내는 것에 자유로웠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손끝에서 나오는 희열들을 맘껏 즐기고 있었고 의도대로 그려지든 그렇지 않든 자기 몸의 모든 감각들이 한곳에 집중되는 쾌를 느끼고 있었다. 잠재되어 있던 오감들이 팽창되어 한껏 부풀어 오른 열정으로 충만했고 나는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았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인 미술수업은 나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오히려 내가 미술을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우는 중이였다. 미술반 강의실 앞을 지나가던 누군가는 미술반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고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핀잔 아닌 질투를 보이기도 했었는데 그 유쾌함이 좋았다. 같은 그림을 반복 또 반복하며 최상의 것을 만들려는 노력과 자신의 감성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와 함께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과도 같은 긴 일 년의 수업과정을 끝내고 그간의 결과물들을 모아 소박하지만 커다란 울림이 있는 전시회를 가졌다.

우리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첫 수업시간에 했던 질문을 아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잘 그렸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 버린 지도 모른다. 이미 모두들 아름다운 시간들이 무엇인지 알아 버렸고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그림들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은 씨앗을 뿌린 기분이었다. 불과 일 년 만에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을 쏟아 놓으니 다음의 전시가 기대된다. 작은 씨앗 속에 큰 나무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행복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누구도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는 나의 교육목표는 이룬 듯하다.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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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미술관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미술관입니다.
말이 미술관이지 일종의 마을 커뮤니티센타 같은 공간입니다.
2003년에 농림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40여평의 건물로
처음에는 도시민의 농촌 문화체험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간의 성격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유명하신 화가분들의 개인전도 있었지만,
더 값진 지역주민의 전시와 지역아이들의 전시가 있었고
그리고 3~4년전부터 지역 아이들을 위한
토요미술교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봉화뿐아니라, 안동 영주에서까지 
참가자가 오시기도 할 만치 인기가 있었는데    
작년에 사정이 있어 1년 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다시 수업을 재개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미술수업을 하는 동안
기다리시는 부모님은 도예 체험 등의 활동도 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공지하오니
많이 알려주시고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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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미술관에서 알립니다. 

긴 겨울이 가고 벌써 봄이랍니다.

부지런한 개구리도 보이구요.

한낯의 햇살이 따끈따끈합니다.

겨울 핑게, 작업 핑게 등등으로

그동안 쉬었던 아이들 미술교실을

다음주 토요일부터 시작하려합니다.

시간은 오후2시부터 1시간 30분정도구요.

참가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교육비는 미술관 관리비로

가족당 월 1만원으로 정하겠습니다.

우리 마을은 원체 다동이네가 많아서 1인당으로 하면

안그래도 쌀값많이 들어가는데...

교육비까정 많이들어가면 안되잖아요^^*

 

혹 억울하신 분 계시면 지금이라도

아이 많이많이 놓으시구요~~

오랜만에 비나리미술관식구여러분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강일시 : 3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연락처 : 017-523-6234

수강료 : 지역주민 가족당 월 1만원 (미술관유지관리비로 쓰입니다)
           체험도시민 1인/회당 5,000원
   
준비물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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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의 전설展

조선 왕족들의 미술관 행차

  • 기간 : 2010년3월18일(목) ~ 2010년 6월 13일(일)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 시간: 화, 수, 목, 일요일 오전10시-오후6시/금, 토요일 오전10시-오후8시

  • 입장료: 일반 3,000원 / 초중고 2,000원 / 20인 이상 단체 1천원

  • 주최: (재)고양문화재단

  • 문의전화: 아람미술관 031-960-0180

  • 입장연령: 제한없음

    2010년 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조선의 왕릉'이라는 고양시 지역의 주요한 역사적 이슈를 전시의 테마로 채택하여, 예리한 시각을 지닌 뛰어난 미술작가들의 시선으로 이를 새롭게 표현한 왕릉의 전설을 선보인다. 현대의 젊은 미술인들이 조선 왕조를 예술적 시각으로 재인식하고 표현하는 이번 작업은 신선하고 고무적이다. _김언정(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 컨템퍼러리 미술, 조선 왕조를 화두로 삼다 

      최근의 작가들은 예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역사의 굴레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든, 혹은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은 채 말하고 표현하기를 즐긴다. 이것이 바로 컨템퍼러리 미술의 징표이자 특징이다. 이러한 작가들로 하여금, 시기적으로는 멀지 않으나 동시대와는 문화적 간극을 지닌 조선 왕조를 화두로 삼도록 한 것은 당장 세 가지의 이유에서다.

      먼저 최근 유네스코가 조선 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의미 있는 일이 있었기에 미술인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였다. 두 번째로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근대로의 숨 가쁜 전환점을 마련하느라, 민족적 본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통을 자연스럽게 내려받지못한 채 우리 것에 대해 스스로 거리감을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크게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조선 시대의 중심을 살다간 권좌 위의 존재들이 현재의 후손들에게 남긴 전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마음을 모아 들여다보고자 함이었다. 이는 서로 간의 시대를 뛰어넘어 하나로 흐르는 진실한 모습을 발견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8명 왕족들, 젊은 미술인들에게 말을 건네다

      왕릉의 전설은 조선 왕조 500년을 이끌어왔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가장 화려한 삶의 중심에 섰으면서도 권력과 명분의 획득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주전장(主戰場)에서 혹독한 고독과 괴로움을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들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들 왕족 가운데 고양시에 소재한 서오릉과 서삼릉에 누워 있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전설의 주인공 8을 고심 끝에 선정하고, 작가들이 각 인물들과 시각적 대화를 시도하여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8명의 왕족으로는 왕실의 내명부를 대표하는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서 내훈(內訓)을 통해 왕실과 모든 조선의 여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수대비, 왕의 사랑을 후궁들과 나누기를 거부하며 시대의 여성관을 본능적으로 무너뜨리고 결국 사사되어 연산군이라는 폐주를 낳았던 폐비 윤씨, 지극한 효성과 너그러운 성품을 지녔으나 역대 조선 왕 중 최단 기간 재위했던 불운한 왕 인종, 서양 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고 일찍이 조선의 개혁을 꿈꾸었으나 의문을 죽음을 맞아 이슬처럼 사라진 소현세자, 당파싸움으로 인해 약화된 왕권을 남인과 서인에 대한 적절한 견제로 극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뛰어난 책략가였으나 자신의 여인들에게는 냉정한 지아비였던 숙종,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던 조선에서 한미한 출신을 극복하고 자식을 왕으로 만들며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정열의 여인 희빈 장씨, 정략적으로 맺어진 정조의 다른 여인들과 달리 사랑으로 이루어져 후궁이 되었으며 애절한 연가를 남긴 의빈 성씨, 멸문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여 무지렁이의 삶을 살다가 한 순간 허수아비 왕이 되나 진실한 사랑도 잃어버린 채 구중궁궐의 허무함 속에서 일찍 시들어버린 철종 등이다.


    [류준화, '怫', 2008]


    조선의 왕릉, 마저 이루지 못한 꿈의 전설을 전하다

     왕릉이라는 신()들의 정원에는 그들이 마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인간의 삶이 언제나 그러하듯 온전하게 충족되지 못한 애절한 마음은 후손인 우리의 심정을 흔들어 생각을 일으킨다. 사실 조선 왕조의 역사적 의의가 갖는 무게에 비해 현대인들의 그에 대한 관심은 가벼웠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그 표현의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치열한 꿈의 허상을 새로운 예술적 형식으로 보여줄 것이다.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라는 드라마틱한 존재성은 마치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부여한 특별한 권좌는 권력과 존귀함을 갖고자 하는 우리들의 환상이 탄생시킨 꿈이며, 영원할 수도 온전할 수도 없는 추상적인 허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모습을 달리하여 끊임없이 권좌를 꿈꾸며 살아간다. 왕릉의 전설은 삶과 죽음이 끝나지 않는 하나의 순환임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응축된 욕망의 꼭대기에서 신비한 전설처럼 우리 참모습을 일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 본 기사에 소개된 작품 이미지는 참고용이며 출품작은 신작으로 구성됩니다. ^ . ^

    ※ 또한 '누리지'란 고양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로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교육 소식에 전반적인 문화 컨텐츠로 가득합니다.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PDF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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