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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농민기본소득지원 최종 토론회> 토론문

일 시 : 2021.04. 08. 14:0016:00

장 소 : 안동시 농업인회관(3)

(054-853-5557) 안동시 공단로 126(수상동 820-118)

주 관 : 안동시의회 농촌사랑연구회

참석인원 : 50여명(시의회, 농민단체, 시민단체, , 전문가 등)

주요내용 : 조례제정 및 지원정책 도입을 위한 의견수렴토론

안동에서 시작하는 한국농정의 전환

농민기본소득 조례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는 바로 역시 안동이다!’였다. 한국 농민운동의 성지이자 가장 전형적인 농도인 안동에서 누구도 전면적으로 다루지 못한 농업보조사업을 소환하고 이를 농민기본소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가 시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말 많고 탈 많은 농업보조사업은 낮은 실효성도 문제지만 농민 주체성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다. 보조대상 농기계의 가격 왜곡, 보조 농자재의 과다투입, 보조 작목의 과다입식과 그에 따른 가격 폭락(단양 아로니아 사태)은 차라리 작은 폐해인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보조사업을 미끼로 해 농민을 줄 세우고, 다방 농사하는 관변농업인을 양성해 농민의 자립성을 죽이고 자조의 정신을 고갈시켰다는 것이다. 농업 경쟁력 강화라는 보조사업의 원래의 취지가 시행과정에서 왜곡되어 그 본연의 취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조사업을 바로 잡는 과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수혜를 집중해서 받는 일부 대농의 반발과 행정의 편의주의, 이해 업자의 저항도 우려될 뿐 아니라 보조사업에 길들여진 일부 중소 농민들의 저항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봉화군 농가경영안전자금 도입 사례

봉화군농민회는 2018년 군수 선거를 계기로 군수후보 초청 농정 토론회를 개최했고, 다행히 두 후보 다 초청에 응했고, 봉화군농민회가 농업보조사업의 폐해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제시한 농민수당제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후 조례 제정 과정에서 일부 농민단체가 농민수당명칭 사용을 반대하여 경영안정자금으로 결정되었고, 여성농민 중심의 농민당 개별 지급요구도 제기되었지만 묵살되었다. 농민수당제 도입 과정에서 지역 내 농민 단체 간 힘겨루기 양상을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가구별 지급과 경영안정자금을 수용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지급금액은 지역상품권으로 해서 2019년에는 가구당 50만원, 2020년에는 70만원이 지불되었고, 올해 2021년에는 8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지급효과를 살펴보면 먼저 농민수당을 받는 농민이 이를 농업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 혹은 농민보너스로 받아들이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비농민 주민의 반발은 미미했고, 지역 중소상의 매출 증가에 따른 농민수당 지급에 대한 지지 여론이 많았다. 진행과정에서 일부 농업보조사업 축소 등 농업예산의 전용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농업 예산의 순증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는 예산 편성상 꼼수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농업보조사업과 농민수당(농민기본소득)이 연동되는 것에 대한 농민집단 내 합의가 불충분함을 보여준다.

 

안동시 도입예정인 농민기본소득제에 대한 촌평

안동시가 시도하는 농민기본소득은 복지예산의 추가 투입이나 농업 예산의 증액 없이 기존의 보조사업 중심의 농업예산에서 이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 농민들에게 직접 지불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유럽 등 선진 농업국의 경우도 농업 예산의 많은 비중을 직접지불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보조사업중심의 농정 폐해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직접지불로 정책적 귀결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보조사업 집중 수혜자의 반발이 있겠지만 기존의 농업 보조사업을 정리하여 농민기본소득으로 지불한다는 취지라 비농민의 저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 된다.

농민기본소득제 도입 후 기대되는 변화는 당장 농민의 직업적 자긍심이 고양되고, 삶의 안정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이농 감소와 귀농 증가까지 기대해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민 삶의 안정성이 커지는 만치 작목전환이나 신기술도입, 새로운 투자에 대한 개개인의 욕구가 증대하고, 장기적으로 합리적 경작체계가 정착할 것으로 기대되고 동시에 농촌마을 공동체의 활성화도 뒤따를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3~400개에 이르는 보조사업을 처리한다고 산더미 같은 서류에 묻혀 지내는 현장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그만치 농민에 대한 기술지도, 마케팅 지원 등 중심으로 업무 재배치가 일어나 농민들은 이중으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생존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농사일은 하는 농민은 비료와 농약을 과다투입 하던 착취농업에서 벗어나 생명을 가꾸는 즐거움을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정책적 준비

교과서적으로 말해 농민기본소득은 실패한 농정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다. 따라서 농업예산을 투입하는 농업 정책이 아니라 거대한 사회 개조를 위한 사회실험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복지예산이든 농업예산이든 농민에게 일정 금액이 안정적으로 지급됨으로써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 장기적 발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 중앙정부 주체로 시행중인 공익형직불제와 지자체 주체로 시행예정인 농민수당그리고 농민기본소득제는 개념규정과 상호 관계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부분의 국민은 농민은 공익형직불에 더해 농민수당도 받는데 농민기본소득까지 달라는 말인가 반문할 지도 모른다.

공익형 직불제와 농민수당, 그리고 농민기본소득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현실적으로 농민수당이 기본소득적 성격을 가지게 설계되어 있고, 기본소득이 수당적 성격을 가지게 설계되어 서로 개념이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보상인 농민수당 혹은 공익형 직불제와 농민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적배당인 농민기본소득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농민수당과 공익형직불제는 주체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로 구분되는 점 말고는 농업의 다원적이고 공익적인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거의 동일선상의 제도다. 따라서 이 둘은 통합하여 지방정부가 주체가 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단일 정책으로 자리매김 될 필요가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보편적 국민기본소득으로 나가는 과정상, 재원의 준비나 국민적 합의 수준에 따라 도입되는 범주형 기본소득으로 개념적 정립이 되어야한다. 따라서 농민기본소득제는 농민수당(공익형직불제)과 병행하여 시행되어야 하고,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었을 때 농민기본소득제는 일정한 경과기간을 거친 뒤 자연스레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시에서 시도하는 [농민기본소득제]는 개념정의상 농민수당에 가깝다. 농업 예산의 합리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나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측면에서도 농민수당에 해당한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도조례에 따른 농민수당과 매칭되어 시행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농업 예산을 재원으로 한다는 면에서 비농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금까지 시행된 타시군의 농민 수당이 월 5만원 수준에 머문 것에 비해 실제적으로 소득적의미가 있는 금액으로 설계되고 있고, 정기성 등 기본소득제의 기본정신에 부합하게 설계되었다는 측면에서는 농민기본소득이라 불러도 좋다.

(농민수당 + 농민기본소득) 과 공익형직불제로 설계하든 농민기본소득과 (농민수당+공익형직불제)로 설계하든 수혜 농민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몇 가지 더 바란다면 먼저 안동시가 도입을 시도하는 [농민기본소득]이 보편적 기본소득을 앞당기는 문명전환의 출발점의 의미를 획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 조례에 따른 농민수당을 도입하는 것과 별도로 농민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것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나아가 소득적 의미가 크도록 지급액이 가능한 높게 설계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 농민들의 바람대로 가구당 지급이 아니라 남녀 농민 모두에게 인당 지급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들 요구를 충족하는 안동시 농민기본소득조례는 아마도 한국 농업정책의 전환을 넘어 사회개조를 향한 거대한 발자국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안동시농민기본소득 조례 재정 노력에 한명의 농민으로서 큰 박수를 보낸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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