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농민회는 613지방선거를 맞아 봉화군수 후보를 초청해 농정토론회를 가졌다. 취지는 분명했다. "군수라는 직위는 지방농정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데 반해 그 선출과정은 토론을 통한 정책 및 후보 검정 없이 정파적이고 연고적인 투표행위에 좌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소한 농정공약에 관한한 깜깜이 선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봉화군 농민회는 다가오는 613지방선거에 참가하는 봉화군수 후보를 한자리에 초청해 각 후보의 농정철학과 공약을 농민들과 토론할 기회를 마련해 농민 유권자에게 합리적인 후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농업중심의 지자체인 봉화군에서 민선 6기에 이르도록 단 한번도 농민조직 주관의 군수후보초청 토론회가 열린 적이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관변의 수많은 농민 단체가 있긴하지만 누구하나 총대를 매지도 못했고 순수한 자치조직인 농민회는 무력했다. 후보자 역시 토론보다는 점조직 기반의 선거전략이 더 주효하다는 판단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4년전 민선 6기 선거를 맞을 때도 문제의식이 없지는 않았지만 실제적으로 이를 실행할 조직은 농민회밖에 없었고, 그때까지도 봉화군 농민회는 조직적 준비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경쟁후보없는 한나라당 군수 단독후보로 무투표 당선이라는 기괴한 상황으로 선거국면이 진행되면서 유권자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선택권을 잃었고, 농민단체들 역시 단독 후보에 대한 검정을 진행할 의욕을 상실했다.
이번 선거는 달랐다. 미리부터 고민했고 준비했다. 비록 농민회 자체 후보를 조직적으로 배출하고 지원하는 결정을 할 수있는 조직적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지만, 최소 실천인 농민회 중심의 후보 검증이나마 제대로 하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한 군수후보초청 농정토론회 준비가 무르익어갈 무렵, 봉화군 농업회의소 주관의 동일한 토론회를 준비한다는 연락이 있었다. 28개의 단체가 가입해 있는 봉화군농업회의소 주관의 농정토론회라지만 봉화군농민회 입장에서는 '공정하고 공평하면서 진보적 아젠다를 다룰 수 있는' 농정 토론회를 할 수 있는 조직은 오직 우리 농민회뿐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농업회의소와 별개로 봉화군농민회 단독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결정했다.
봉화군농어업회의소 주최 군수후보초청토론회 무산을 알리는 신문기사
우려했던대로 봉화군농어업회의소 주관의 토론회는 공정성을 문제삼는 후보측의 불참 등으로 토론회 당일에 무산되었다. 토론회 3일전에 장소와 일시가 결정되고 그때부터 각 후보에게 사전 질문지가 전달되고 지역 농민에게 홍보가 시작되었는데 더 중요하게는 토론회 추진 핵심인물들이 특정후보의 지지자라는 혐의가 무산의 원인이 되었다. 사실 유무를 떠나 좁은 지역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셈이다. 결국 봉화군농민회 주관의 군수후보초청 농정토론회만이 봉화군 농민 유권자의 목소리를 군수후보들께 전달하고 그분들의 농정 공약과 철학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 되어버렸다.
선거토론회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고 사실 유무를 떠나 오해의 소지 조차 사전에 차단해야한다는 입장에서 먼저 토론회 준비단위에서 지방의회 선거 출마자인 봉화군 농민회 임원들을 배제했다. 그리고 각 후보에게 준비진행상황을 알려가면서 봉화군농민회가 준비하는 농정토론회가 의심의 여지 없는 가장 공정한 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피력했고 후보가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봉화군농민회 주최 군수후보초청토론회 개최 알림 기사
그리고 드디어 6월 1일 봉화군 청소년 센타에서 유력한 두 봉화군수 후보를 모시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예상밖으로 많은 방청객이 청소년센타를 채웠고 일부 군민은 자리가 없어 서서 방청할수밖에 없었다. 350여석의 공간이다보니 중간에 들고 난 인원을 고려하면 약 500여명의 방청객이 참여 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토론회 진행은 이전 정책의 평가나 상호비판 보다는 봉화군의 공통된 과제를 중심으로 두 후보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봉화농업의 미래를 위한 군민의 지혜를 모으는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역동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한정된 주제를 중심으로 입장 표명과 반박, 심층 질문과 추가 발언의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야했지만 지지자를 포함한 많은 방청객이 참여하고 선거방송같이 제어 장치도 없는 공개적인 장에서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격한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봉화군에서는 처음있는 의미있는 토론회기 때문에 사실 내용적 완결성이나 흥미로움 보다는 안정적인 진행이 더 소중했다.
따라서 사전 질문 5개조차 첨예한 봉화군의 현안이지만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공동의 지역 현안을 같이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시했고 토의 과정에서도 같은 취지의 맥락을 잡아나갔다. 기본소득을 위한 직불금제도 도입, 공장식축사 문제, 비합리적인 농업보조금 제도 개혁, 여성농민 지위향상, 농업인력부족 문제 해소책 등 5개의 사전 질문조차도 전현직에 따라 불리하거나 유리할 수 있는 방식을 최대한 배제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방청객 질문으로 친환경농업 육성방안과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를 다뤘다. 자칫 축사와 영풍제련소 문제를 현직 군수에게 불리한 이슈로 느낄 수 있음을 고려했다. 영풍문제의 경우 발언 방청객이 안동시민이고 녹색당 사람이라는 점을 들어 일부 야유가 나왔지만 사실 특정후보에게 불리한 주제가 아니냐는 항의로 이해되었고 따라서 영풍제련소 문제는 40년된 고질적인 문제고 특정후보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설득하여 주제는 살리고 발언자만 바꾸어 진행을 문제없이 이어갔다.
이런 노력 덕분에 토론회는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편파성에 대한 문제제기나 진행상의 미숙, 내용적 미비에 대한 지적은 없었고 토론회를 개최한 봉화군농민회에 대한 격려와 지지만 쏱아졌다. 봉화군 농민회의 회원들은 이번 군수후보초청 농정 토론회를 개최한 것에 대한 대단한 자긍심을 느겼다. 지역사회내 농민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성과는 신규회원 가입으로 드러났다.
이번 613지방선거 봉화군수 후보 초청농정토론회의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군수후보에게 농민이 농정을 묻는 봉화군 최초의 토론회가 되었다.
- 향후 군수후보는 자신의 농정 공약을 농민앞에서 제출하고 검증받아야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 봉화군농민회는 이해집단이 아니라 지역내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농민조직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 민선 7기에는 농업기본소득의 단초가 될 농업경영안정자금을 농가당 년 100만원씩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방만하고 낭비적이고 불공정한 농업보조금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후보들의 약속이 있었다.
- 여성농민의 지위향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고 이를 위한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기로 약속했다.
-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후보들은 영풍석포제련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일부 인정했고, 한 후보로부터는 군민이 폐쇄를 원하면 군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발언을 받았다.
- 친환경 농업 육성, 동물복지 농장, 농촌일손부족 등의 주제(과제)에 대한 군수후보들의 인식을 높혔다.
- 무엇보다 다음 선거는 농민회 주관의 토론회가 필수가 될 것임을 군민과 정치 지망생에게 인식시켰다.
자화자찬이 심했다. 그래도 봉화군 농민회가 있어 모든게 가능했다. 동지들이 자랑스럽고 내 스스로가 봉화군농민회의 일원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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