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일하고 싶어 안달하던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왔습니다.

하루종일 봄비가 오락가락 게으른 사람은 낮잠자기 딱 좋은 날씨에

부지런한 저희는 비닐하우스로 집결했습니다.

비오는 날은 비닐하우스에서 호박파종하기로 해 놓은 계획에 따라

5,000알의 밤호박,

800알의 일반 단호박,

600알의 누렁호박(멧돌호박)을 50공 포트에 한알한알 담았습니다.

풍요한 가을 살림 넉넉한 겨울을 꿈꾸며

정성을 다해 올해 첫 파종을 마쳤습니다.

올 농사 대풍을 예고하는 듯 춘양 도래기제 형님내외,

존경하는 이웃 송선생님 등 비닐하우스는 정겨운 이웃의

발길과 손길로 북적거렸습니다. 

이제 모종관리하면서 4월 한달은 밭에서 살아야합니다.

작년 농사 뒷설거지부터, 새밭장만을 5월초 까지 끝내야하기 때문입니다.

밭주변 묶은 풀을 베어내고, 고라니를 막던 그물망도 걷어내고

비닐도 걷고 그리고 퇴비를 뿌리고 로타리를 치고 두둑을 만들어 비닐을 씌우는 작업까지

사실 할일은 많고 부르는 데도 많고....

정신없는 한달이 예고됩니다.

 봉글봉글 맛난 봉봉밤호박을 위하여

파이팅!!

 

 

 

 

 

 

 

 


반응형
반응형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후딱 지나가길 학수고대했던

비나리 5월도 어느새 다 끝나갑니다.

아직 콩 파종이며, 수수 같은 여러가지 잡곡 파종도 남아있고,

더러는 고구마며 야콘도 더 심으셔야히지만

그럭저럭 한해 봄 농사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감자는 벌써 꽃이 맺히고 알이들려고 하고,

고추며 수박은 살음을 끝내고 힘차게 새순을 밀어내고 있는데,

하늘하늘 어설픈 벼이싹도 뿌리를 내리고 재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봄농사가 무르익어가는 만치 마을 풍광도 바뀌어 왔습니다.

회색 가지끝에 연두빛 새순이 피어나고

삭막했던 밭들도 서서히 정리되고 고추가 심기면서

검정 비닐 밭이랑에 초록빛이 늘어났습니다.

산은 벌써 연두빛이 줄어들고 짙은 검초록빛이 가득합니다.

마당가에 과실나무들도 다 꽃을 떨어뜨리고 잎을 피운지 한참이고

게으르기 짝이없는 대추나무마저 새잎을 피워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겨우내 살도 오르고 한결 깨끗해졌던 농부들의 얼굴은

거친 봄햇살과 봄바람속에서 살도 다 빠지고 검게 타버렸습니다.

부드러워졌던 손마디도 거칠어지고

손바닥에는 쇠가죽같은 굳은살이 늘었습니다.

겨우내 '아야아야'하시며 물리치료 받으려

침맞으려 보건소며 의료원을 들락날락하시던 할머니들도

정신없는 봄농사에 무릅아프시고 허리아프신 줄 잊어버렸습니다.

일로 골병든 몸에 일이 또 제일 좋은 물리치료인가 봅니다.

이제 비나리할머니 할아버지께선 허리를 자주펴고

거친 얼굴 가득 눈웃음머금고 하늘도 보고 먼산도 보시며

도시에 사는 아들 딸이며 손주들 생각도 자주하시지만

그렇다고 여름농사가 거저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너른 고추밭에 막대도 바고 줄도 치고,

막자라기 시작한 수박 순도 쳐 줘야하지만

또 장마가 오기전에 밭골에 풀도 잡고

팥이며 녹두며 참깨같이 이제 곧 파종을 시작해야 하는 것들도 줄을 서 있습니다.

농사가 시작되면 첫눈오기전까지는 눈코 뜰새없는 게 어쩔 수 없는 농부의 삶이지만

그래도 그네들의 삶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고 넉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올해 농사는 밭에서 돌을 캐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농로와 도수로를 확포장하는 일명 [밭기반 공사]를 한다고
농로 여기 저기 길을 파더니 올 해동이 되자마자 
온 동네에 본격적인 공사판을 벌였습니다.
마을 앞산의 북쪽 사면에 위치한 밭을 대상으로하는 이번 공사는 
나의 사과밭도 대상지에 포함되어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쪽으로 바라다볼 때 밭 왼쪽 끝에는
밭으로 올라가는 길이 포장되고 도수로가 들어섰습니다.
밭 오른쪽 끝에는 이웃들의 밭으로 가는 길과
도수로가 역시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길포장은 끝나지 않았지만 여하튼 이번 공사로 인해
밭 양끝 100여 미터가 5미터폭으로 완전히 돌밭이 되었습니다.
작은 돌을 호미로 캐서 주워내고,
큰 돌은 쇠박대를 지렛대로 이용해 억지로 캐내어
도수로 위에 작은 석축도 쌓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지나달 밭에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파다보니 밭이 온통 돌밭이 되었습니다.
원래 돌이 많은 밭인데다가, 심겨져 있던 두충나무를 캐내고 보니
흙보다 돌이 더 많은 자갈밭이었는데 지난 2년동안 열심히 돌을 주워내어
그럭저럭 밭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밭을 파헤치다보니
또다시 원래의 돌밭이 되어버렸습니다.
돌이 나뒹굴고, 포크레인에 다져진 밭을
돌을 주워내고 경운기로 억지로 로타리를 친다고 
지난 한주를 다 보내다시피 했습니다. 



이왕지사 돌로  흥한 봄, 돌로 망해 볼까나~~
밭에 돌일만해도 보통이 아닌데 올 봄 괜한 욕심에
집마당에 석축까지 쌓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하고, 이 높이까지만 하고.. 뭐 그런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결국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고 끝장을 내어버렸습니다.
일을 마무리한 것은 좋은데
다 쌓은 석축을 바라다보는 흐뭇한 시간도 잠시
일을 마치고 나니 손끝은 물러지고, 허리도 절리고, 어깨는 천근입니다.
마누라도 끙끙 몇일째 아침마다 앓는 소리를 하면서 일어납니다.


몇일째 비는 주적거리고, 날씨는 겨울로 돌아가버려
바쁜 농사일이 돌연 무한 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내일이라도 비가 그치면, 사과밭 고랑에 마저 돌을 주워내고 
로타리를 치고, 곧 골을 짓고 비닐을 씌워 우선 감자를 심어야합니다.
늦어져버린 감자파종만 끝내놓으면 지금 날씨로 보아
5월10일이나 되어야  고추를 심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가롭게 야콘이며 고구마모종을 돌보고,
땅콩이나 속청 등을 포트에 파종하면서
5월을 맞을 생각입니다.

돌로 시작한 올해 농사,
이제 고생은 다 끝나고 가볍고 소소한 일들만
남은것 같습니다.
초봄에 고생한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 한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겨울 한철 노는 재미가 농사짓고 사는 가장 큰 이유인데
왜 이리 겨울이 짧은지 모르겠습니다.
 
  


저가 사는 봉화는 겨울이 춥고 긴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그리도 춥고 긴 겨울이
꼭 농사일을 하는 입장으로 돌아서면 
왜 그리 짧기만한 겨울인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은 한 철인데 저의 마음속에는
긴겨울과 짧은 겨울이 동시에 들어가 있는가 봅니다. 

 

우수가 지난 요 몇일 사이 본격적인 새해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낡은 비닐을 걷어내어 새비닐로 바꾸고,
모판을 놓을 자리를 다듬고 전열선을 깔고, 속 터널을 만들고,
그리고 상토를 담은 모판에 고추씨를 부었습니다.
터널안에 모판을 늘어놓고 또다시 비닐과 이불을 덮어주고나니
이제 곧 고추를 딸 수 있을 것 같이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올해 고추 농사는 1200립짜리 8봉을 파종했습니다.
90%가 발아하고, 포트에 이종해서 활착한다치면
약 8~9천 포기 가량을 심게 됩니다.
고추 농사를 주로 하는 이웃에 비하면 너무 작은 양이지만
사실 혼자하는 농사치고는 만만한게 아닙니다.
거기다 주로 잡곡 농사를 위주로 하면서
덤으로 하는 농사다 보니 나중에 수확기가 되면
혼자 다 따기에 버거울 정도입니다.
그렇더라도 올 한해 고추 농사 잘되어
다 딸 수 없을 만치 주렁주렁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



한해의 희망을 담은 고추씨가 
봄기운 듬뿍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길 빕니다
반응형
반응형

가을걷이가 끝나면 '이놈에 농사 다시는 안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이웃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긴 겨울 휴식을 보내고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다가오면 너도 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작하는게 농사입니다. 농사가 업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농사가 가지는 묘한 중독성도 무시 못할 이유인 것 같습니다.


농부가 씨를 뿌린다는 것의 의미는 경제 활동으로만 이해한 투자라는 개념과 조금은 다릅니다.
농부가 뿌리는 고추씨는 수확후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와는 다른, 안될 줄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어떤 숙명성 같은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항상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숙명처럼 돈 안되는 농사를 지어야되는 이웃 어르신의 삶이 솔직히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저 자신이 농사가 업이고 그래서 똑같이 가을이면 '이놈에 농사 때려치운다'고 떠들고 다니다가 이렇게 입춘이 지나고 집앞 개울에 얼음이 녹아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추 종자를 뭘로 할지, 농사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스스로 선택한 삶에 대한 괜한 집착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농사를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농사를 통한 비젼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질 못합니다. 어떤 분들은 농촌공동체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폐해를 줄이거나 치유해줄 새로운 대안공동체로 받아들이고 귀농켐페인을 사회운동차원에서 수행하시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생명을 다루는 농업이 가진 특성에  몰입해 자연파괴적이고 반생명적인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고,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획으로 농업을 받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자연 농업을 넘어 도시농업으로 까지 농업의 영역을 확대하기도 하고, 농업의 산업 경쟁력보다는 경제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자연적 사회적 순기능에 촛점을 맞춰 농업을 이해합니다. 

생태주의자를 넘어 농업근분주의자에 가까운 분들의 많은 주장이 충분이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지만 평균적인 욕망을 가진 저같은 보통사람이 실천을 하기에는 어려운, 그래서 그런 분들을 존경을 하되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냥 농사 짓는 일이 다른 직업에 비해 속박이 적고 자유스러울 뿐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이라서 선택한 것뿐입니다. 
사실 농업에 대한 수많은 가치부여는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야'라고 하기도 하고 현대에 들어서는 '농업의 발전 정도는 선진국이 되는 척도'라는 등의 농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참 좋은 말들이 많습니다. 누구는 정치적 수사로 그런 좋은 말들을 들먹였지만, 또 어떤 분들은 진정으로 건실한 농업이 번성하고 농민이 대접받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담아 그럴 말씀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좋은 말들이 농업을 경시하는 세력이나 최소한 도시민을 향해 주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경제적 문화적 소외로 고통받는 농민에 대한 위무용 립서비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농민 스스로 그런 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지 비소할 따름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농업, 자연과 환경에 순응하는 농업, 인간의 보다 고양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를 제공하는 농업, 인간을 지속가능한 삶으로 인도하는  농업... 사실 농업은 이 모든 위대한 가치를 포괄하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농업에 종사하는 저 자신의 삶에 대해 뿌듯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런 이데올로기만으로 농민을 농업에 묶어두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당하게 나는 농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사회적 보상체계가 만들어 지고,가업으로 자식에게 농업을 물려줄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마련되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농민의 삶이 그런 가치있는 삶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2010년 봄, 14해째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