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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어제 오후 늦게

고추 정식을 마무리했습니다.

큰 면적은 아니지만 혼자서 500여평이 고추밭에 구멍뚫어 물주고,

경운기를 끄고 모종은 놓고, 북을 주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은 쉽게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민서아빠, 동네 형님 그리고 앞집 아주머니도 와서 도와주시고

잠시잠깐씩 이지만 그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일정에 늦지 않게

기분좋게 고추정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민서네 텃밭에  800여포기의 고추를 심고,

남은 고추모 40여판을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표지판과 함께

집앞 길가에 내어놓고 나니 이제 드디어 고추 모종농사 단계가 '

완전히 마무리된 기분입니다.

 

동네를 둘러봐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집 빼고는

모든 분들이 다 고추정식을 끝낸 것 같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내일 비나리마을 노인회에서는

울진에나들이를 가신답니다.

힘든 고추 농사의 첫단계를 잘마무리하고

그동안 지친 몸을 풀고 기분도 전환하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고추농사를 처음 경험하고 나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저는 절때 고추농사를 안지을거라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추 농사 지은 지가 10년이 다 넘었습니다.

그동안 일반 농법에서 저농약, 무농약 농법까지 이어오면서

친환경인증까지 받았지만 사실 고추농사는 여전히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고추만치 돈되는 농사가 없는 까닭에 우리마을 주작목은 여전히 고추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고추농사에서 벗어나고자 올해 사과나무를 심었지만

당분가 고추농사는 계속할 계획입니다.

단지 내년부터는 사과농사를 무농약으로 하기 힘들어,

사과나무 사이에 심은 고추는 친환경 인증을 갱신할 수 없게 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농사는 훨씬 쉬워질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심은 고추지만 나중에 다 심고 나서 고추밭을 보면

사람 손이 얼마나 징글징글한지 느끼게 됩니다.

고추농사를 모르는 도시 사람들도 같은 느낌인가 봅니다.

 

도시에서 온 친구왈

"저거 고추가?"

본인 왈 "그런데 와?"

친구 왈 "저거 기계로 심었제?"

본인 왈 "와그래 생각하는데?"

친구 왈 "저걸 우째 손으로 다 심노... 그라고 심은 폼을 보니깐

         간격하며 줄하며 도전히 사람 손으로 한거 같지 않은데?"

본인 왈 " 보시게. 그라이 고추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인자 좀 알겄나?"

 

몇년전에 마을에 놀러 온 친구와 나눈 대화랍니다.

 

그 징글징글한 고추 정식을 끝내고 나니

올해 농사의 또 한 고개를 넘어선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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