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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더위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처서를 코앞에 둔 초가을.
가을 수확기에 앞서 머슴을 배불리먹이던 풍습이었던
'풋거먹는날'이 지나자마자 비나리마을은 본격적인 고추 수확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첫농사를 지은 이웃 민서네는 벌써 초벌 수확을 끝내고
비닐하우스 한쪽 구퉁이에 귀한 고추를 늘어놓았숩니다.
가을장마도 지나고 이제 맑은 날씨거 계속될 예정이라고 하니
잘 마른 멋진 태양초가 될것 입니다.

여름 해를 닮아 빨갛게 익은 고추 하나하나가 다 귀하고 이쁘기 이르데 없지만,
한 푸대 두 푸대 양이 늘어나고, 비닐하우스 가득 펼쳐놓다보면,
고추의 가치는 근당 얼마라는 가격으로만 남습니다.

텃밭 농사를 지을 때 탐스럽던 고추가
밭마지기 수가 늘어나자마자 원수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고추농사 몇년하다보면 고추만 봐도 허리가 아파올 지경입니다^^*

올해 우리집 고추 농사는 약2마지기 600여평입니다.
혼자 따기에는 많고, 품을 사기에는 적은 애매한 양이지만
늦은 감자 수확을 내일까지 하고나면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고추수확에 나설 예정입니다.

올해 햇고추값이 약세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출하기가 되면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제발 올해 고추값이 좋아서 비나리 농부님들 얼굴에 주름살이 펴지고
함박웃음이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고추수확... 두어달 동안 계속될 고행의 시작이지만
값이라도 좋아 신나고 즐거운 고행일 수 있기를 천지신명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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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산골짜기에도 어제 처음으로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났습니다.
중복과 말복사이 여름의 한가운데 걷혀버린 요 몇일은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아침저녁에 농사일을 조금씩 한다고는하지만
해가 뜨자마자 등판은 뜨거워지고, 땀은 팥죽같이 흐르고
또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밭으로 나가려고하지만
오후 네댓시가 되어도 한낮의 열기는 쉬 식지 않습니다.

그래도 산골마을에 사는 덕에 열대야가 없어 해만 떨어지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한 여름이라도 이불없이는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다른 분들의 부러움을 살만할 것입니다.

한여름의 불볕속에 속을 익혀온 수박이 곧 도시로 팔려갈 채비를 하고 있고,
싱싱한 풋고추가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마당가 텃밭에는 참외, 옥수수, 토마토 그리고 가지며 오이가 넘쳐납니다.
양대콩 꽃은 붉게 피고 연두빛 사과는 초록빛이  짙어갑니다.
그렇게 한여름의 햇빛은 자연을 풍요롭게 했지만
여름이 그 절정에 달할수록
우리는 가을이 더 가까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덥다 덥다해도 이번 주말이면 벌써 입추고 말복이랍니다.
그리고 다음절기인 처서를 맞으면 여름의 자취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하늘은 더 높고 청명해지고, 공기는 더 맑고 시원해질 것입니다.

 




여름의 끝자락, 비나리마을의 새벽녘,
동녘하늘을 붉히는 여명이 가을의 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해의 여름은 또 가고
비나리마을 농부들은  풍요로운 가을 들녘에서
지난 여름을 추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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