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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연극 활동중인 [나무닭움직임연구소]
http://namoodak.wordpress.com/ 에서 연락이 왔단다.
국제환경연극 프로젝트에 참가해 [움직이는 전설]이라는 타이틀로
한여름 연극예술잔치를 가지게 되었는데
일정이 임박해져 소품 제작을 도와달란단다. 
8월 9일,그림을 그리는 아내덕에 오랜만에 청송으로 달렸다.
청량산을 가로질러 부슬비가 내리는 몇개의 지방도를 달리고
영양과 청송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게되어 경찰관에게 참고인으로 명함까지 남긴뒤
어렵게 청송에 도착했다.
 

주어진 과업은 고래두마리를 채색하는 일!
우리가 채색할 고래는 어미고래와 새끼고래 각 1마리로
종류는 귀신고래라고 했다.
찾아보니 귀신고래의 국제적 명칭은  Korean Gray Whale로
유일한 한국계 고래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울산 장생포가  오염되고 뱃길이 분주해지면서
벌써 삼십몇년동안 귀신고래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단다.
무려 45톤이나 나가기도 하는 대형고래면서
귀신같이 바위사이를 잘 빠져다녀
이름 붙었다는 귀신고래가 
이제는 한국의 환경재앙을 상징하는

슬픈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료가 없어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출력한 조그마한 사진에 의존해
귀신고래를 그렸지만 오후 늦게 빗발이 날리기 시작할 때까지 
어미고래 한마리만 겨우 완성을 하고,
아직 천도 씌우지 못하고 있던 새끼고래는 
시작도 못하고 청송을 떠나와야했다.


근 2년만에 들른 '나무닭'은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온
흔적을 구석구석 간직하고 있었다.
2년전에 비해 훨씬 정리된 주변환경도 그렇고
이런저런 소품들도 그동안 상당히 늘어나 보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무닭연구소가 사용하고 있는 폐교 건물공간마다
지역의 어린이들부터, 멀리 남미에서 온 연극인,
타지역의 대안교육기관의 학생들까지
사람의 온기가 넘쳐난다는 사실이었다.


지역에서 온갖 열악한 조건을 다 감수하면서
지역문화예술을 일구는 장소익 선생과 동료분들의 열정에 탐복하고,
폐교를 꽉채운 지역주민과 어린이, 연극인의 열기와
아름다운 소품들을 사진기에 담았다.


'연극'이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기척 자체도 귀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귀한 농촌에서
연극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정을 나누고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너무나 귀하고 아름답다.
개인적인 욕망을 접어둔채 청송의 작은 마을에서
연극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닭]의 활동에 한량없는 부러움과 존경심이 일었다.
하루낮의 나무닭 순례를 마치고
나의 삶의 터전인 비나리마을로 돌아온 저녁

나는 황량한 벌판을 처음 마주한 얼치기 농부의 마음으로
나의 삶과 나의 마을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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