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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마을 눈덮인 빈밭이 을씨년스럽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부지런한 계절은 벌써 여름의 초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늙은 황소 느린 걸음으로 언제 그 너른 밭을 다 갈았는지,
할머니 쑤셔오는 무릎으로 언제 그 긴골에 비닐을 다깔았는지

 

비나리마을 마지막 서리가 지나간 5월 첫날이 지나자,
비나리 비탈진 밭마다 고추와 수박이 심기고,
옥수수와 땅콩이 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름비 같은 비가 내린 요 몇일 사이
비나리마을은 여름을 닮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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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많았습니다.
연초부터 일본 연수도 다녀오고,
딸아이가 진학을 해서 객지로 내보내고,
밭에는 사과나무도 심었습니다.
거기다가 집마당을 넓히고 석축도 쌓고,
밭은 농로와 도수로 공사로 적지않은 시간을 들여 고생을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평년에 하지 않던 짓을 저질렀습니다.
매년 마을에서 꼴찌로 고추를 심다가
올해 처음으로 본밭은 아니지만 마당의 텃밭에나마
마을에서 1등으로 고추를 250여포기 심게 되었습니다.
3일전 밭에서 경운기 작업을 하다가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작업이 중단되었는데
왠 마음이 갑자기 동해서 비를 맞아가며
텃밭에 고추를 심게 되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하는 일은 나름의 희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날씨바람에 조금춥긴했지만
여름같으면 땀도 나지않고, 햇살에 지치지도 않다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비를 맞으면 일을 하기를 조금 즐기기도 합니다.
단지 그마음에 이왕 옷도 버렸으니 고추나 심자고
덤벼든 일이지만 일을 마치고 나니
아직 어린 고추모가 애초롭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잘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원을 하고, 남은 골에 옥수수며 양대콩이며, 땅콩까지 호기롭게 다 심었습니다.
물론 본밭이 아니고 집앞 200여평의 텃밭에 불과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동네에서 1등으로 고추도 심고, 
여러가지로 뿌듯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고추를 심은지 이틀만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싸락눈까지 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께의 예상 최저기온은 영상1도, 다행히 고추모가 얼지 않았습니다.
어제의 예상 최저기온 역시 영상1도였지만,
기상청 정보를 보니 영하1.5도를 기록했답니다.
그래도 다행히 고추모가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아침 예상최저기온이 영하1도랍니다.
어제밤늦게 있는 비닐을 펼쳐 반정도는 덮어두었지만
나머지는 오늘아침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침에 비가내리고 바람이 불면,
서리가 오지 않아 고추모가 살수 있지만,
바람도 없이 고요한 중에 서리가 내리면 고추모는 끝장입니다.
무론 250여포기에 불과해 날이 풀린뒤 다시 심으면 그 뿐이지만
제발 애처로운 고추모가 이번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기를 
천지신명께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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