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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자를 뒤집어 쓴 귀신이다.
유교적 덕목이라는 오래된 집에 사는 귀신이다.
그 집에 나의 자리는 없었다.
나는 슬며시 스며들어 나를 배척했던 그 집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는 禮이고 廉이고 義이다.


염(廉), 2010



(), 2010


의(義), 2010


문자도란 것이 있다.
조선 지배 이데올로기인 유교의 도덕관을 대표하는
8자의 한문자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초기에는 권력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지배양반계급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용되었지만 ,
18세기 이후 신분질서의 경계를 넘어 민간에 보급되면서
민화화한 문자도로 완성된다.
문자도가 민화화함으로서 문화예술적 성격을 가진 장식물로 자리매김 된다.

유교적 도덕덕목을 나타내는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여덟 글자는 바뀌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 본령을 잊고 장식적 요소로 강등되어 일자무식한 여염집 사랑방을 장식하는
조형적 요소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그와 같은 문자도의 계급문화적 성격 변화는 
문자도가 가진 유교적 도덕관의 표현이라는 틀을 깨고,
글자의 획에 따라 연관된 고사속의 장면 등을 그려넣기도 하는 등
장식성이 강한 자유분방한 형식의 발전을 야기했다.
이렇게 문자도는 부가된 다양한 민화적 상상력을 통해
민중의 생활관념이나 정서, 신앙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적 매체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대중화는 곧 '희소성을 기반으로한 고급문화'로 부터의 추방을 의미한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문자도는 시골 장터의 '혁필쟁이'를 통해
명맥이 유지되곤 했지만 그 빛을 잃어버린 게 사실이다.
 
류준화는 문자도의 민화적 상상력을
현대적 감수성을 통한 여성적 패러디에 이용한다.
죽은 문자도가 시대정신의 세례를 받고
유교적 덕목에서 철저히 배제된 여성적 가치와 더불어 부활한다.

그렇다고 류준화는 반 여성적인 유교적 덕목을
폭로하고, 모멸하고, 격하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배제된 여성성을, 근엄한 유교적 도덕관에 스며들게 한다.
그 무기는 다름아닌 색과 꽃과 여성적 선이다.
류준화는 문자도의 그 조형적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여성성이 배제된 유교적 덕목을 표현코자했던 문자도가
공교롭게도 가장 여성적 조형미를 담지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섹션인종 - 작가 : 류준화 

 

인종은 지극한 효성과 너그러운 성품을 지녔으나 역대 조선왕 중 최단 기간 재위했던 불운한 왕이다. 어려서 생모인 장경왕후를 여의고 계비인 문정왕후에게 모정을 향한 애절함과 지극한 효성을 보여준다. 그는 조선왕도의 근간인 성리학을 중하게 여겼으며 선비의 고고한 성품을 지닌 왕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알력과 문정왕후의 지속적인 계략 속에 일찍 삶을 마감했다. 특히 자신의 아내인 인성왕후를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계모를 위해 스스로 절손하였는데, 문정왕후의 친자를 세자로 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류준화

류준화 작가는 인종의 효심과 고고함에 주목하였다. 문정왕후가 생모는 아니었지만 부모자식간의 도리를 다하였으며, 이기심과 모략의 덧없음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비롯한 지고한 희생과 초연함을 보였던 인물로 평가하였다. 작가는 전통적인 문자도를 작품형식의 토대로 삼아 작가적 시각을 담아내었으며, 인종의 선한 인간성과 타인에 대한 진정한 예의가 고통과 감내의 슬픔 속에 피어나는 꽃처럼 슬프지만 고운 빛깔로 구현되었다.

[출처] 섹션3 인종 - 류준화|작성자 고양아람미술관

<전시정보>


-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
- 왕릉의 전설전 
- 2010년3월18일 ~ 6월 13일
- 연계 프로그램으로 조선왕실문화와 전통제례문화 체험관 운영
- 조선왕조에 대한 학술 강연 진행 
- 일반 3천원, 19세 미만 2천원.
- 문의:(031)960-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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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의 전설展

조선 왕족들의 미술관 행차

  • 기간 : 2010년3월18일(목) ~ 2010년 6월 13일(일)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 시간: 화, 수, 목, 일요일 오전10시-오후6시/금, 토요일 오전10시-오후8시

  • 입장료: 일반 3,000원 / 초중고 2,000원 / 20인 이상 단체 1천원

  • 주최: (재)고양문화재단

  • 문의전화: 아람미술관 031-960-0180

  • 입장연령: 제한없음

    2010년 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조선의 왕릉'이라는 고양시 지역의 주요한 역사적 이슈를 전시의 테마로 채택하여, 예리한 시각을 지닌 뛰어난 미술작가들의 시선으로 이를 새롭게 표현한 왕릉의 전설을 선보인다. 현대의 젊은 미술인들이 조선 왕조를 예술적 시각으로 재인식하고 표현하는 이번 작업은 신선하고 고무적이다. _김언정(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 컨템퍼러리 미술, 조선 왕조를 화두로 삼다 

      최근의 작가들은 예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역사의 굴레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든, 혹은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은 채 말하고 표현하기를 즐긴다. 이것이 바로 컨템퍼러리 미술의 징표이자 특징이다. 이러한 작가들로 하여금, 시기적으로는 멀지 않으나 동시대와는 문화적 간극을 지닌 조선 왕조를 화두로 삼도록 한 것은 당장 세 가지의 이유에서다.

      먼저 최근 유네스코가 조선 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의미 있는 일이 있었기에 미술인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였다. 두 번째로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근대로의 숨 가쁜 전환점을 마련하느라, 민족적 본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통을 자연스럽게 내려받지못한 채 우리 것에 대해 스스로 거리감을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크게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조선 시대의 중심을 살다간 권좌 위의 존재들이 현재의 후손들에게 남긴 전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마음을 모아 들여다보고자 함이었다. 이는 서로 간의 시대를 뛰어넘어 하나로 흐르는 진실한 모습을 발견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8명 왕족들, 젊은 미술인들에게 말을 건네다

      왕릉의 전설은 조선 왕조 500년을 이끌어왔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가장 화려한 삶의 중심에 섰으면서도 권력과 명분의 획득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주전장(主戰場)에서 혹독한 고독과 괴로움을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들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들 왕족 가운데 고양시에 소재한 서오릉과 서삼릉에 누워 있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전설의 주인공 8을 고심 끝에 선정하고, 작가들이 각 인물들과 시각적 대화를 시도하여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8명의 왕족으로는 왕실의 내명부를 대표하는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서 내훈(內訓)을 통해 왕실과 모든 조선의 여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수대비, 왕의 사랑을 후궁들과 나누기를 거부하며 시대의 여성관을 본능적으로 무너뜨리고 결국 사사되어 연산군이라는 폐주를 낳았던 폐비 윤씨, 지극한 효성과 너그러운 성품을 지녔으나 역대 조선 왕 중 최단 기간 재위했던 불운한 왕 인종, 서양 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고 일찍이 조선의 개혁을 꿈꾸었으나 의문을 죽음을 맞아 이슬처럼 사라진 소현세자, 당파싸움으로 인해 약화된 왕권을 남인과 서인에 대한 적절한 견제로 극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뛰어난 책략가였으나 자신의 여인들에게는 냉정한 지아비였던 숙종,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던 조선에서 한미한 출신을 극복하고 자식을 왕으로 만들며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정열의 여인 희빈 장씨, 정략적으로 맺어진 정조의 다른 여인들과 달리 사랑으로 이루어져 후궁이 되었으며 애절한 연가를 남긴 의빈 성씨, 멸문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여 무지렁이의 삶을 살다가 한 순간 허수아비 왕이 되나 진실한 사랑도 잃어버린 채 구중궁궐의 허무함 속에서 일찍 시들어버린 철종 등이다.


    [류준화, '怫', 2008]


    조선의 왕릉, 마저 이루지 못한 꿈의 전설을 전하다

     왕릉이라는 신()들의 정원에는 그들이 마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인간의 삶이 언제나 그러하듯 온전하게 충족되지 못한 애절한 마음은 후손인 우리의 심정을 흔들어 생각을 일으킨다. 사실 조선 왕조의 역사적 의의가 갖는 무게에 비해 현대인들의 그에 대한 관심은 가벼웠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그 표현의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치열한 꿈의 허상을 새로운 예술적 형식으로 보여줄 것이다.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라는 드라마틱한 존재성은 마치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부여한 특별한 권좌는 권력과 존귀함을 갖고자 하는 우리들의 환상이 탄생시킨 꿈이며, 영원할 수도 온전할 수도 없는 추상적인 허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모습을 달리하여 끊임없이 권좌를 꿈꾸며 살아간다. 왕릉의 전설은 삶과 죽음이 끝나지 않는 하나의 순환임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응축된 욕망의 꼭대기에서 신비한 전설처럼 우리 참모습을 일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 본 기사에 소개된 작품 이미지는 참고용이며 출품작은 신작으로 구성됩니다. ^ . ^

    ※ 또한 '누리지'란 고양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로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교육 소식에 전반적인 문화 컨텐츠로 가득합니다.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PDF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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