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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3일 자정, 또 한번의 비나리마을 동제가 있었다.

마을의 주민이 된지 17년... 벌써 몇번의 동제에 참석했는지 이제 기억도 없다.

단지 동제의 변화된 풍경이 주마등 처럼 지나갈 뿐이다.

사실 한해 한해 표나지 않게 동제의 형식도 간소화되고, 

또 참가하시는 사람들도 바뀌고 줄었다.


올해 역시 유사를 맡아 잡은 돼지를 싣어오고,

하루종일 당나무를 지키며 추위에 떨다가 자정에서야 동제를 올리고

뒷정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올해는 삶은 돼지고기를 가구수로 나누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돼지 한 마리를 비나리 마을 온 가구에 한토막씩이라도 돌아갈 수 있도록 나누다보면

날이 훤히 새기 일쑤다.


올해는 돼지를 직접 잡지도 안았고, 날씨도 좋고 바람도 없어 덜 고생스러웠다.

동네에 이런저런 번잡한 일도 없어 

동제의 신성함을 지키기에 아무런 흠이 없는 좋은 날이었다.

제사를 올리고, 소지를 올리고

한해 풍작과 마을의 화평, 그리고 모든 생명가지 것들의 안녕을 빌었다.

 

그래도 다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동네 형님과 넋두리를 했다.


"한것 없이 힘드네요 형님."

"힘들고 말고제. 그라이 다 안할라안카나."


이런 현실에서 그래도

같이 하신 주민, 당주 이하 제관과 유사님들

그리고 돼지를 보내준 이슬이 아빠며 여러 찬조자님이 고맙다.

가난한 산골 마을에 이 정도라도 성대한 당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모두의 정성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올해 동제를 마치고, 꼭 무엇인가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컴앞에 앉았지만

막상 무엇을 기록할지 모르겠다.

올해 동제가 다른 해와 달리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직 내 머리가 복잡하고

나의 발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냥 기록할뿐!!














* 당주 : 신영록  / 축관 : 강진희 / 유사 : 권희대, 안태랑, 유창목, 정재학,송성일

* 돼지희사 :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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