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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전도사 박원순 변호사가 이웃 영양군에 있는 우리손산촌유학센타에 [상생의 농촌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기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왔다. 이번 강연은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기념으로 전국 50개 지역을 순회 강연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영양에서 지역활동을 하시는 분의 연락을 미리 받고 내가 사는 봉화군 지역사회에 이 소식을 전하자 명호면의 젊은 친구들이 자비를 들여 자발적으로 강연을 알리는 플랭카드를 만들어 달기까지했다. 그리고 오늘 명호의 젊은 친구들은 2대의 차로 나누어 타고 출발을 하고, 봉화자활센타에서는 아예 관광버스를 전세내어 50여명의 자활사업 참여자를 이끌고 영양으로 향했다. 


평일 오전에 열린 강연은 예상했던대로 참여가 저조해 봉화에서 간 사람들이 영양 주민들보다 휠씬 많은 것 같았다. 원래의 강연장소는 영양군청의 비협조로 우리손 산촌유학센타로 정해졌다가 봉화자활센타의 단체 참여로 영양성당으로 급히 변경되었다.  갑작스런 강연 장소변경에 따른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경북 북부지역사회의 정치적 낙후성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았다.  박원순 같은 시민운동가에 대한 관의 시대착오적인 대우도 그렇고 지역주민의 대책없는 보수적 편향, 극우적 정치성향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어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지역공동체활동을 하는 우리 지역사회의 낮은 주체적역량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9시30분에 시작하는 강연에 늦지않기위해 8시에 비나리마을을 출발했다.  918번 지방도를 따라 봄농사준비로 기지개를 펴는 영양의 봄 언덕을 1시간여 달려 영양읍에 도착했다. 역시 남루한 농촌의 소도읍인 영양읍을 가로질러 강연이 열린 영양성당에 도착했다.  참 오랜만에 성당경내에 들어선 때문인지 카토릭신자였던 어린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고, 또 종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종교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중에서도 가톨릭교회의 물량적 성장과 보수화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영양군내에서 이런 일에 장소를 제공해줄 기관이나 단체가 성당밖에 없다는 사실이 고맙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대중강연이 다 그렇겠지만 강연의 내용은 평이하고 단순했다. 박원순씨 자신의 삶의 역정을 보여주며 어떻게 살것인가, 어떤 가치에 기반한 삶을 살것인가는 말씀을 이어나갔고, 그리고 '커뮤니티 비지니스'의 여러 성공사례를 들어 우리 농촌사회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미래를 맞이하자는 내용의 강연을 이어갔다. 편안하고 친근한 화법,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 박원순같은 대중활동가만이 갖는 자질이 부러웠다. 


한시간정도의 강연을 이어 질의 응답시간을 한시간 정도 가졌다. 중1아이의 어머니께서 아이 교육에 대한 질문도 하고, 희망제작소와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연대와 결합방식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방앗간'을 운영하는 명호의 나무아빠가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박원순씨의 생각도 묻다보니 11시조금넘어 강연은 끝이났다.


강연을 끝나고 성당 마당엘 나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단체별로 박원순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성당을 나섰다. 일터로 바삐 돌아와야할 형편이었지만 주체측에서 식당을 예약한 탓에 원하지 않는 8,000원 짜리 비빔밥을 억지로 먹고 오후일과를 위해 명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강연에서 박원순님한테 하고싶었지만 주제와의 관련성때문에 하지 못한 질문을 생각해봤다. 박원순씨는 전 정부시절 정부비판에 날을 세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극단적인 반환경 반인권 반민주 반노동 정권인 MB정권하에서 오히려 비판의 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혹시 최근 골몰하고 있는 '사회디자인'과 '정치'를 분리하여, 사회디자인의 고유 영역에 몰두하고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를 갖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저녁 시간 '희망제작소의 무상 인턴사원' 논란 뉴스를 접했다. 많은 논란거리가 있지만 나는 자식이 대학졸업후에도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아가며 인턴사원을 한다는 것에 대해 정서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았다. 결국 '희망제작소'같은 비영리 사회단체에 인턴사원이 되기위해선 생활비 걱정이없는 부자집 자식이 되어야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때문이다. 비록 사기업과 다른 비영리사회단체일 지라도 자원봉사자와는 다른 인턴 사원에게 하루 5000원의 식비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비, 교통비, 용돈 정도는 주는것이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한 의지조차 지나치면 독선의 길로 빠지기쉽고, 내적 확신에 충만하다보면 타인의 작은 삶들을 보지못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는게 아닐까 쉽다.  
  
책으로만 접했던 박원순변호사를 가까이서 접하고 농촌에서 희망만들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진 날, 나는 또 숱한 고민을 덤으로 안고 일터로 돌아왔다. 언제나 출발점에 머물러 있는 마을 사업도 그렇고 마을사업을 진행 하는 과정에서 갖는 나의 역할에 대한 진전없는 생각들도 꼬리를 물었다.

그래도 아직 일한 밭이 있고, 같이할 젊은 친구들이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겠지?
또 삽이나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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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영양군 수비면에 있는 [우리손배움터]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부활을 추동하는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님을 모시고 같이 배우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답니다.

이번 자리를 준비한 영양의 젊은 일꾼들이 부럽기도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피폐해가는 농촌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지역의 젊은 일꾼들이 한분이라도 더 참가하여 좋은 뜻을 나누고 같이 배우는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마을만들기'를 설파하지만 너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라서 쉬 농촌 주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농촌 마을 밖에서는 마을만들기를 외치지만 정작 마을안에서는 반향이 없고, 생태나 환경에 대한 논의들도 마을안으로 파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유는 마을 안과 밖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또한 그로인해 마을밖에서 마을에 바라는 요구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할 것입니다. 이런 갭을 해결하는데 박원순님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비나리마을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나가려는 전망을 세우고 있는 마을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시없는 좋은 교육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가치지향으로나 실무적 지침으로나 큰 힘을 얻는 귀한 기회가 될 이번 강연에 경북 북부지역 시군의 농민들이 많이 참여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봉화 명호지역의 젊은 일꾼들은 당일 강연이 있는 영양 수비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하고 더불어 [박원순의 희망열차]에 우리의 작은 힘이나마 더한다는 의미에서 봉화지역에 2~3장 정도의 플랭카드를 우리 힘으로 제작해 게시할 계획입니다.

농촌! 농민들 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민을 포함한 모두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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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환경 농업 마을 하면 가장 먼저 문당리가 떠오른다. 나아가 문당리는 환경농업 말고도 여러가지 정부 지원 마을 사업을 시도하고 지역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가장 대표적 사례의 하나다. 화천의 토고미마을, 이천의 부래미 마을, 그리고 단양의 한드미 마을까지 성공적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온 마을 을 보면 어느 마을이나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 문당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환경 농업의 메카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로 주형로선생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오늘의 [문당환경농업마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는 희망제작소에서 기획된'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 중 9번째 책이다. 희망제작소는 주로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지역사회나 농업, 그리고 퇴직자 등에 주목하고 그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대안적 희망을 모색해 왔다. 그와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는 그동안  옥천신문을 만든 오한흥님, 장성 한마음공동체를 만든 남상도님, 바보군수라 통하는 완주군수 임정엽님 등을 취재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왔다.



이 책은 어떻게 인간 주형로가 농부가 되었는지, 그것도 환경농업을 선도하는 환경농업운동가로 변신하여 문당리를 중심으로한 지역사회일원을 환경농업단지로 만들고 전국적으로 환경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확산시키는데 몰두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준다. 또한 그가 매 순간의 선택의 귀로에서 어떻게 옳은 길을 선택했고, 그렇게 선택한 길을 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아가는 만치 작은 농부 주형로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고, 한명의 훌융한 농촌운동가의 삶에는 또 다른 수많은 동반자가 같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와 함께한 동반자중에는 누구보다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자식들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의 뜻을 함께한 이웃 농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작은 농부 주형로를 바른 삶의 길로 인도하고, 좌절의 순간 일으켜세운 스승 홍순명을 빼고는 오늘의 주형로, 오늘의 문당리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스승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스승 홍순명과 제자 주형로의 관계는 스승도 드물고 제자다운 제자 역시 귀한 세태에서 큰 귀감이 된다. 거의 극적이다시피한 오리농법의 도입 계기가 바로 그의 스승 홍순명선생에 의해 주어졌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 그와같은 계기로 도입된 오리농법이 고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봉하마을에 도입되는 과정 역시 감동적이다. 의인은 의인을 알아본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모두가 버리다시피한 농업/농촌에서 새 희망을 찾아 먼길을 걸어온 주형로의 발자취를 정리한 이책에서 주형로에 의해 오리농법이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데 있어서 스승 홍순명의 극적인 역할 못지 않게 감동적인 것은 바로 [문당리 100년 계획서]다. 이 역시 일본의 농촌에서 벤치마킹해 온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마을의 미래를 구체화한 '꿈'을 담고 정리하는 노력이 향후 마을 공동체의 이상을 구현하는 데 있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아챈 주형로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래가 없다는 농촌에서 한권의 보고서로 구체화된 마을의 꿈은 지친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지표를 상실한 마을 공동체에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함으로써 동력을 일으켜세우는 지대한 역할을 해내었을 것이다.

농촌마을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온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마을 사업의  방향성마저 잡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독자의 한 사람에게 다가온 작은 농부 주형로의 삶이 시사하는 바가 참 많지만 우선은 마을사업의 과정에서 받는 고통 그리고 즐거움은 이루다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과정이 글의 행간을 넘어 뼈져리게 느껴져 오는 것은 같은 농업인으로서 가지는 동병상린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주형로님은 유별난 구석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결기와 고집으로만 똘똘뭉친 그런 사람은 아닌것 같다. 사실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그런 사람이 사람사이에 통로를 만들고, 의기를 투합시키고, 더불어 마을 공동체를 일구어나가는 일은 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형로선생은 희망제작소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 유명인사다. 그동안 수많은 상을 타고, 언론에 노출되어왔고, 무엇보다 같은 입장의 농민들에게는 하나의 멘토로 자리잡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때 주형로선생에게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에 선정된 것은 다른 모든 보상을 합치고도 남을 경사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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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영양군의 수비를 중심으로 작은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책마실'이라는 이 모임은 수비의 아동센타나,
복지관련 종사자는 물론 지역 농민들도 같이하고 있다고합니다.
이 모임은 그동안 농촌공동체나 생태 등과 관련한 책을 읽고 
정기적인 독서토론회를 가져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농한기를 이용해 '필자초청강연회'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책마실 모임의 모임지기이신 '더불어숲'님의 연락을 받고 
비나리 마을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오고가다 마주친 지역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한 끝에 지난 11월 15일 첫 강연회에 
어른 5명, 아이 2명해서 총 7명의 봉화군 명호 주민들이 참석을 하였습니다.

사실 봉화 명호에서 영양 수비까지는 
험하고 외진 산길로 1시간이상 차를 달려야만 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녁시간에 갖는 강연회에 
누가 참석하겠다고 쉬 나서겠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자 이웃 '다정불심'님이 문자로 공지를 하고
전화 독촉까지 해서 외롭고 지루했을 영양가는 길을
마을의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정감넘치고 신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오후5시에 일을 마치고, 나무보일러에 불을 때고, 씻고 나니 이미 출발 약속시간인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아내가 권하는 저녁밥도 뿌리치고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일행과 더불어 수비로 달려갔습니다.
일행 모두 저녁을 먹지못해 가는 길에 식당이라도 들를 생각이었지만 가도가도 식당을 고사하고 가게하나 만나질 못했습니다. 강연 시작까지는 조금의 시간을 남겨두고 도착한 '우리손 농촌유학센타'는 이미 어둠에 싸여 주위 경관을 둘러볼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면소재지로 나가 저녁을 해결하고 오기에도 어중간한 시간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강연이 진행될 강당에 들어가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계신 주형로님 등과 인사도 나누며 속속 도착하는 분들과 더불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년 7시 30분이 되자 이번 강연회를 준비한 책마실 모임의 '더불어숲'님의 진행으로 이번 강연회의 준비과정과 취지에 대해 듣고 참가자들 간에 간단한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강연에 앞서 준비된 생태가수 박창근님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과문한 탓에 이날 처음 듣게된 가수 박창근의 노래는 모든 생명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애착과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박창근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우리손농촌유학센타'의 작은 공간에 에 가득 넘쳐나자 처음의 어색했던 자리가 화기애애한 사랑방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박창근님의 공연에 같이한 아쟁 연주자의 성함을 잊어버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냥 강연이 아니라 저녁내내 들어도 아쉽지 않을 공연이 마무리되고 이어서 이날 초청 강사인 주형로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책마실의 첫 초정강연의 초대손님인 주형로님은 문당환경농업마을을 일궈오신 농민입니다. 풀무농업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을 넘게 친환경 농업이라는 한길을 걸어오시며, 날로 무너져 가는  한국 농업, 농촌을 지켜낼 하나의 모델을 일궈낸 대단한 일꾼이십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하다못해 '좌익 사상'으로 까지 매도되고 핍박받던 시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오리농법을 도입하여 지역사회전체를 친환경 농업마을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운 삶은 '희망제작소'의 대안적 희망찾기의 과정에서 발굴되어  <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푸른나무 펴냄)>라는 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날 강연회는 바로 <작은 농부의 100년계획서>를 읽은 책마실 회원들의 초정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주형로 선생님은 이미 농업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뵙고 그분의 활동과 문당마을의 사례에 대해 들어왔습니다. 농사가 참으로 어렵지만,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나 그 어려운 친환경 농업을 또 그에 못지 않게 힘든 공동체 사업과 결합해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신 그 분의 삶을 생각한다면 가슴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번 들은 사례지만 다시 한번더 그분의 삶과 우리 농촌의 희망을 생각해 보는 귀한 강연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작은 농부의 100년 계획서>를 소개하면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날 강연회를 통해 받은 단편적인 인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멀리 홍성에서 부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동반해 강연에 임해주신 주형로 선생은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강연히 단지 세치 혀로 하는 강연이 아니라 그분의 삶 전체를 담아 드러내는 진실된 자기고백의 자리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세한 비판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드물고 돈도 귀한 산골 수비에서 이렇게 독서모임을 꾸리고 지역사회의 가치를 보전하고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모색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농사지어 밥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현실에서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농촌공동체를 생각하고, 먼 미래의 우리 농촌 나아가 인류의 삶 전체를 고민하는 젊은 일꾼들의 활동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강연회를 준비하고 솔선수범하시는 책마실 회원님의 노고가 일궈낸 이날 자리는 봉화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저를 포함한 지역의 젊은 일꾼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강연회를 파하고 먼길을 돌아오는 내내,그래서 우리마을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어렵고 곤혹스런 물음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같이 했던 명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온 현실은 또 한번 부쩍 늘어난 과제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이날 같이한 명호친구들과 아빠손에 끌려 힘드고 지루한 자리를 내내 같이한 청년이 시연이 두 꼬마에게 존경과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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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톨톨이가 옛날에 정짓담살이 혔지

희망제작소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총서 21
정병귀 외 글 / 2009.06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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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만 보고 마음대로 상상했다. 황톨톨이는 황씨 성을 가진 툴툴거리길 잘 했던 사람이고, 정짓담살이는 '정짓간'이 '부엌'을 의미하니깐 동냥질을 했다는 말인가?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되었는데 '황톨톨이'는 황씨 성까지만 맞고, '톨톨이'는 톨톨 털어서 마지막 낳은 딸이다. 다음 자식은 아들을 낳을 것이다'는 의미란다. '정짓담살이'는 남의집 식모살이를  뜻한단다.

이렇게 이책은 우리의 삶의 토대이면서 지금은 까마득히 잊혀져버린 토속적 삶을 담고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옛 선인들인 것은 절대 아니다.  이책의 주인공은 20세기 초중반에 나서 21세기초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부모 세대로 모두 현존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인공들의 삶은 그대로 한국 근대사가 되고 그분들의 세간살이는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 된다. 그것은 지난 한세기 동안 굴곡 많은 한국 근대사 때문이기도하지만, 또한 지난 개발독재시대를 지나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낡았다는 이유로 무가치한 것으로 배척되고, 먹거리에서 입을거리까지, 주택부터 교통수단, 다양한 생필품 결국 가치체계, 신앙, 덕목같은 정신세계마저 급격한 변화를 넘어 완벽한 단절과 '아메리칸 스탠다드'로 재구축된 우리의 뿌리없는 삶때문이다.


이책은 그와같은 현실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삶의 원형질을 담고 있는 농촌공동체의 토속적 삶을 발굴하고 그 삶속에 오랜 세월동안 숙성시켜 온 인류가 지켜가야할 미래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지역사회 혹은 농촌공동체는
자본의 변방이지만 세상의 변방이 아니다. 바로 그 전통적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지역사회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총서’는 희망제작소 뿌리 센터에 의해 기획되고 출판사 이메진을 통해 발간된 21번째 책이다.
 

겁나게 재미진 백운 사람들 이야기라는 부재가 달려 있는 [황톨톨이..]는 백운 이라는 농촌 마을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실 사람 사는 이야기 치고 재미진이야기가 아닌 경우는 어디있겠는가? 삽짝밖을 지나가는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붙들고 막걸리라도 한잔 건네며 할매요. 할매 옛날이야기나 함 해보소라고 해 보시라. 봇물 터지듯 구구절절 이어지는 고달픈 인생살이, 왠 사연도 그렇게 많은지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고, 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 소설책 10권도 더 될거”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은 조금의 거짓이라곤 없다.

백운 마을 사람들의 살아 온 이야기는 내가 살고 있는 비나리마을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오버랩되고, 뒤섞인다. 시집살이오기전에 꿈 같은 소녀시절, 부모형제와 오손도손 모여살며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며 살던 아름다운 그리운 시절의 추억담을 시작으로 할머니의 말씀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얼굴도 모르는 양반한테 시집이라곤 와서 사랑은 고사하고 허구한날 시어머니 구박에 서방은 노름질에 술타령이고 그래도 더러운게 목숨이라고 견디다보니 애는 왜그리 덜컹덜컹 잘 들어앉는지 10남매를 줄줄이 낳아 키우다 보니…  그리고 그 서방님은 일찌기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보고싶지 않으시냐는 나의 당돌한 물음에 '그놈에 영감 살아 돌아올까 겁난다'던 이웃 할머니도 이제 이 세상사람이 아니시다. 

이렇게 [황톨톨이
… ]는 아린 우리 부모세대의 삶을 통해, 바로 지금 한국 농촌 공동체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책은 옛날 이야기책이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한 책이다. 단지 과거를 보여주는데서 끝나지 않고 한국 농촌의 미래, 세상의 미래를 같이 생각해 보게하는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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