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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여름이 깊어갑니다.

장마비가 계속되고

그 사이사이 퇴약볕이 내리쬐는 비나리마을 길모퉁이마다

붉은 접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지난 겨울 몸을 드러냈던 거친 산전은

무성한 고추잎으로 덮여 초록빛이 가득합니다.


산은 더 검푸른 빛을 띠고,

바람은 또 그만치 더 시원해져가는 비나리 여름은

이번 비가 그치면 여름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겠지요.


긴 수박밭골에 앉아 비와 퇴약볕을 번갈아 맞아가며

막바지 수박 순치기로 여름을 맞는

비나리 농부들의 등짝이 애닮프지만

그렇게 또 절기가 지나 가을이 오면

이 모든 고역은 다 보상받고도 남을

넉넉한 수확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장마비가 계속되는 비나리마을 아침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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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만나기 전까지 '접시꽃'은 그냥 펑범한 시골 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백합처럼 우아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농촌마을 어디에나 돌담이 있으면 바로 그 옆에 다소곳이 기대어  수더분하고 소박한 미소로 다가오던 접시꽃이었습니다.

이제 접시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우리곁에 다가왔습니다. 늘 옆에있어 소중한지 모르고, 꾸미지 않아 아름다운줄 몰랐던 '오래된 아내'같은 접시꽃이지만 그 꽃의 원래 꽃말이 '열렬한 사랑'이랍니다. 생의 모든 열정을 숨기고 긴 세월 살아왔던 우리네 여인들모양 지금은 그 흔적을 감추고 있지만 그 내면에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듯, 접시꽃은 그렇게 속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우리 농촌의 꽃입니다.


비나리마을에 접시꽃이 넘쳐납니다.
정보센타를 돌아 집으로 올라가는 모둥이 돌담을 돌 때
접시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풍경이 나의 가슴을 적십니다.
살벌하고 삭막한 세상이라 한탄하는 마음도
접시꽃 만발한 돌담길을 지나면서 다 녹아내립니다.
접시꽃이 있어 비나리는 더욱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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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어제 오전 비나리마을 청년들이 모여

마을길에 접시꽃을 심었습니다.

올봄 일찍 포트에 파종을 하고 접시꽃 모종을 길러 왔습니다.

고추 정식도 끝나고 모종 하우스가 비어가는데, 마지막 남은 접씨꽃 모종 포트를

트럭에 싣고 마을 안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빈터마다 심었습니다.

온 동네가 모내기에 정신이 없었지만 자신의 일을 잠시 뒤로 미룬채

은혜아빠, 와우네, 산이네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이서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을 안길은 마을 주민 모두의 정원입니다.

그렇지만 다들 농사일에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항상 풀만 우거지고 가꿀 틈이 없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마을총회에서 마을안길 꽃길가꾸기에

사용해라고 30만원의 식대를 배정해 주셨습니다.

은혜아빠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함께 마을 길을 가꾸어 나가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올해는 우선 접시꽃으로 마을 길을 장식하지만

내년에는 길 둔덕마다 개나리를 심고

노란 국화를 심을 계획도 세웠습니다.

마을 청년들이 같이 마을길을 가꾸면서

서로 마을 일을 걱정하고,

마을의 미래상을 논의해 보는 것은

어쩌면 꽃 몇포기보다 더 가치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마을을 어떤 마을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 공통 분모를 찾아

최소한의 실천을 해 나가는 마을의 미래는 밝기만 합니다.

 

접시꽃이 활짝핀 마을길을 미리 상상해보고

마을의 인심도, 마을의 미래도 접시꽃처럼

넉넉하고 아름다운 세월을 꿈꿔봅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있고,

또 그 가치에 반해 그 삶을 닮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비나리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있습니다.

세상 모든 마을이 다 넉넉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가득 차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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