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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나고 가을비가 그치자마자

비나리마을에 남아있던 지난 여름의 열기는

혼적도 없이 사라져 온데 간데 없고,

아침 저녁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낮 최고기온은 20도 이하로, 

아침 최저기온이 10도이하로 내려가면서

올봄에 쳐박아두었던 긴팔옷을 찾아 입고,

창문을 꼭꼭 닫고 이불을 덮고 자는 것도 부족해

우리 집은 벌써 겨울 난방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겨울에 저희 가족의 체온을 지켜줄 나무보일러입니다.

지난 여름내 자라 집을 가리던 나무가지들을 자르고

병든 대추나무도 베어 밭구석에 쳐박아 두었습니다.

우선 그놈들을 끌고 와서 가을 냉기를 면해 봅니다.



굴뚝에 흰연기가 흩날리고 나무타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니

벌써 겨울은 저만치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을 떼니 집안에 훈기가 있고

바같 풍경마저 사람사는 동네 같아 훈훈하니 좋습니다.


우선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술관에도

나무 난로를 설치했습니다.

정다운 이웃과 같이 장작이 활활타는 난로가에 앉아

같이 사는 이야기 나눌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따뜻한 난로가에 커피향기가 흐르고

낡은 오디오서 빈소년합창단이 부르는 캐롤이 흘러나올 때

꼭 그런 날이면 창문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할 겁니다.



올 겨울내내, 아니 지금 당장부터 양쪽에 나무 해 나른다고

고생 꽤나 해야겠지만,

돈이 없으면 몸이라도 부지런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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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어디에서도 마찬가지 겠지만
산골에서 겨울나기에는 꼭 필요한 두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배를 불릴 양식은 밀할 것도 없고 
몸의 체온을 지켜줄 뗄감이 그것입니다.
가을 걷이가 마무리되면 산골 농부는 본격적으로 산을 오릅니다.
죽어 말라 비틀어진 나무부터, 지나치게 우거진 숲의 잡목까지
그리고 오고가는 농로나 밭을 가리는 성가신 나무까지 
닥치는데로 베어서 집으로 나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오는 나무로는 겨울나기가 쉽질 않습니다.
사실 집만해도 옛집이 아닙니다.
기어들어가고 기어 나오는 초간 3간이 아닌다음에는
나무로 난방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뗄감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춥게 살고 아껴가며 불은 뗀다고해도
겨울 3~4달동안 1톤트럭으로 7~8대는 들어가야합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온돌아궁이가 아니고,
축열식 온수파이프방식의 난방을 하는 경우는 거의 '감당이 불감당'입니다.
우리집에도 작년 5월달에 나무보일러를 설치했습니다.
군청에서 석유연료 절약을 위해 보조금까지 주고 보급하는 덕분에 
보조 100만원 자부담 150만원짜리 나무보일러를 설치하게된 것입니다.

그전에 산을 개간하여 밭을 만들면서 베어놓은 나무들이 있어
가을에 되고 겨울이 와도 아무걱정없이 따뜻한 물을 만껏 쓰고
따뜻한 방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추위가 몰아닥치자 어지간히 나무를 해되지 않고서는
한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가 없었습니다.
미리해 둔 나무는 떨어져가고 할 수없이, 눈길을 헤치고
산속을 헤메며 나무를 하러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올 한해 겨울은 쉽게 나게 되었습니다.
마을 인근의 산들에서 숲가꾸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벌목 전문가들이 산을 돌아다니며 잡목을 베고 우거진 숲은 정리하면서
그렇게 치워진 나무를 마음대로 싣어가도록 허락했습니다.

덕분에 어제  1톤 트럭으로 2대를 포함해 7~8대의 나무를 싣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적어도 내년 가을까지는  뗄감 걱정을 들었습니다.
그냥 배부르게 먹고 뜨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봄이 오기만을 가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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