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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딸아이가 방학중에도 학교 기숙사에 남아있는 바람에
우리 부부와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강아지 초롱이
 이렇게 세식구가 긴겨울을 나야할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의 초입 아무도 모르게 거실로 스며들어
우리 부부와 함께 겨울나기를 원하는 또 하나의 생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청개구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없는 겨울 거실에서 연약한 청개구리 한마리가
긴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는 날이 가고 겨울이 깊어가면서 점점더  개구리 울음소리는 약해져만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개구리 소리는 사라지고 저의 관심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고, 설을맞고 입춘을 맞고 정원대보름과 우수가 지난 몇일전
갑자기 우릉찬 개구리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반가운 마을에 아내가 카메라들 들고 화분을 뒤져
긴긴 겨울을 이기고 당당히 울어재끼는 청개구리를 담았습니다.


개구리가 살아남기에는 참 혹독한 환경이었을 거실에서
긴 고난의 시간을 잘 버텨낸  개구리가 너무나 기특합니다.
이제 열흘만 지나면 경칩입니다.
드디어 거실을 벗어나,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연두빛 마당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고 외로운 겨울내내 우리집 한 식구로 같이 지낸 청개구리의 안녕과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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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철 노는 재미가 농사짓고 사는 가장 큰 이유인데
왜 이리 겨울이 짧은지 모르겠습니다.
 
  


저가 사는 봉화는 겨울이 춥고 긴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그리도 춥고 긴 겨울이
꼭 농사일을 하는 입장으로 돌아서면 
왜 그리 짧기만한 겨울인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은 한 철인데 저의 마음속에는
긴겨울과 짧은 겨울이 동시에 들어가 있는가 봅니다. 

 

우수가 지난 요 몇일 사이 본격적인 새해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낡은 비닐을 걷어내어 새비닐로 바꾸고,
모판을 놓을 자리를 다듬고 전열선을 깔고, 속 터널을 만들고,
그리고 상토를 담은 모판에 고추씨를 부었습니다.
터널안에 모판을 늘어놓고 또다시 비닐과 이불을 덮어주고나니
이제 곧 고추를 딸 수 있을 것 같이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올해 고추 농사는 1200립짜리 8봉을 파종했습니다.
90%가 발아하고, 포트에 이종해서 활착한다치면
약 8~9천 포기 가량을 심게 됩니다.
고추 농사를 주로 하는 이웃에 비하면 너무 작은 양이지만
사실 혼자하는 농사치고는 만만한게 아닙니다.
거기다 주로 잡곡 농사를 위주로 하면서
덤으로 하는 농사다 보니 나중에 수확기가 되면
혼자 다 따기에 버거울 정도입니다.
그렇더라도 올 한해 고추 농사 잘되어
다 딸 수 없을 만치 주렁주렁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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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희망을 담은 고추씨가 
봄기운 듬뿍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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