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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시작한 기타에 빠진지  벌써 서너달이나 지났다. 

봉화문화원에서 기타반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대책없이 먹은 나이가 민망해 망설이다가
불쑥 등록을 하고 수강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두번 수업이 진행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기타 배우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휴일도 따로 없이 오직 먹고 사는 일에 일주일 내내 쫒기다
기타수업이 있는 수요일만은 그래도
아침부터 다른 날과는 다른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작은 설레임으로  시작한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고
오후 6시 30분이면 봉화문화원에 도착한다.
미리 나와 연습하시는 수강생도 계시고,
수업이 시작한 뒤 늦게 수업에 합류하는 사람도 계시지만
하나같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타수업에 참가하시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행히 45명가량의 수강생중에 나와 비슷한 연배가 몇분 계시고
이미 정년퇴직을 하셨거나, 예순이 다 되어 가는 분도 계시다보니
나는 쉰의 나이에 기타수업만 가면 당당히 소년이 된다.

봉화문화원 기타교실에 참가하는 수강생 모두는 거의 나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기타를 배우는 일을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얼마나 고마워하시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기타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바로 알수가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배우시는지,
얼마나 깊이 몰입해서 기타의 선율에 빠져드시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의 열의가 얼마나 대단한지 벌써 8월에 있을 봉화은어축제에
봉화문화원기타교실 수강생들로 구성된 기타합주반이
축제 부속행사에 참가해 기타연주를 하기로  결정까지했다.
누구 한분 반대하시는 분없이 흔쾌히 
연주에 참가하시겠다고 승락하시는 걸 보고 놀래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수요일 저녁이면 기타를 처음 배우는 소년의 설레임으로
2시간 30분동안 기타  수업에 몰입를 한다.
학창시절에 잠시잠깐이나마 공부에 몰입한 이후 참으로 드물게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그 재미에 빠져본다.
나는  세상사가 아무리 복잡하다고해도
그시간만은 참으로 단순한 감각으로 세상을 느낀다.
먹고사는 일이 아무리 고달프다고해도
꼭 그 시간만은 나는 마냥 평화로운 마음으로,
순진무구한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기타반에서 어제는 늦은 스승의날 파티를 열었다. 
그동안 수강생 모임을 꾸리겠다고 나서는 분도 없었고
수강생 상호간은 물론 수강생과 강사분간에 인간적 유대가 소홀했는데
늦게나마 모임이 꾸려지고 수강생들끼리 자발적으로
작은 돈을 거두어 강사선생님께 드릴 작은 선물도 준비하고
처음으로 수강생 상호간에 인사도 나눌 피티를 열게 된 것이다. 

어설픈 자리지만 준비가 늘 부족한 수강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강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뒤,
수강생 한분한분의 자기 소개와 질문을 이어가며
봉화문화원에 웃음이 넘치는 즐거운 파티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급기야는 조선화 강사님의 기타연주를 청해
작은 파티를 풍성하게 마무리했다.

조선화 강사님은 영주시 하망동에서 소리누리라는 음악학원을
부군과 함께 운영하고 계시단다.
음악학원이 번창하길, 아니 우리사회에 음악이 넘쳐나고,
음악을 배우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사회로 거듭나길 빈다. 

요즘 나는 봉화문화원 기타교실에서 기타를 배우는  재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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