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직 봄소식은 없고, 아침까지 눈발이 날리는
늦은 3월의 토요일, 멀리 예천에서 봄보다 먼저
봄손님이 오셨습니다.

[예천동화읽기어른모임] 가족이 비나리미술관에
지연미술체험을 하러 오셨답니다.
어린이 12명과 부모님해서 스무명이지만
두어시간 미술체험시간을 가지고
미술관 테크에서 미리 준비한 김밥을 먹고
한참을 놀다가, 오후 2시 비나리어린이의
토요미술체험시간이 다 되어 동네 아이들이 몰려올때까지
비나리마을을 보고 느끼고 즐기다가 가셨습니다.
 
오전에 예천가족들이 붐비던 미술관에
채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시 비나리 아이들이
들이닥치니 모처럼 눈비로 주눅든 봄이 
소란스런 아이들 웃음소리에 다시 활기를 찾는것 같았습니다.
아직 마을을 들어오지 못하고 길을 서성이는 봄이
아이들 웃음소리가 궁금해서 금방이라도 쫒아올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마당엔 눈발이 날렸지만  봄햇살보다 더 따뜻한 아이들 웃음소리 넘쳐난
비나리미술관은  완연한 봄이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와이프가 지난 한해 봉화문화원 미술교실을 맡아 강의를 해왔는데
 [봉화문화]의 청탁을 받고 그 아름다운 시간을 정리한 글입니다.


아름다운 시간들

-류준화

긴장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미술 반 첫 수업이 벌써 일 년 전이 되었다.

작년 초, 그해는 개인전이 잡혀 있는 터라 다른 스케줄은 뒤로 하고 그림에만 올인 해볼 거라고 나름 일 년의 계획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미술 강좌 하나 맡아 달라고 하시면서 ‘바쁘면 더 열심히 살면 되지요. 바쁠수록 더 많은 일을 한답니다.’ 그러시는 문화원 사무국장님의 전화 한 통화에 일 년 계획을 다시 세웠던 기억이 난다.

막상 수업을 하기로 하고 나니 바빠진 일정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수업해할 지가 오히려 더 고민되었다. 무작위 다수를 향한 오픈된 미술수업은 처음이여서 어떤 분들이 강좌신청을 할지도 파악 되지 않았고 대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 년 과정의 미술 강좌를 꾸린다는 게 덜컥 겁이 나기도 했었다.

또 한편으로는 미술의 경험유무와 상관없이 넘쳐나는 시각문화의 홍수 속에서 미술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미술이 어떻게 다가가야 되는지, 개개인의 미적 감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를 몸의 총체적 감각 안에서 새로운 소통과 체험들로 변화된 시각문화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도 싶었다. 물론 이런 수업은 보다 체계적이고 훈련된 수업준비가 많이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으로만 그쳤지만 미술교육을 고민하는 입장에선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이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술이 누구에게라도 주눅 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오래된 습관처럼 우리의 미술수업은 늘 기능중심의 수업이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사물과 똑 같게 표현되어지는 것이 기준이었고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을 구분 짓기만 하는 전혀 창의적이지도 미적이지도 않는 수업이었다. 아마 그래서 그림에 재주가 없는 아이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대다수의 어른들은 학교를 떠남과 동시에 미술과는 벽을 쌓게 되었고 자신의 미감을 절대 발설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것이 지금까지 보아 온 내 주변의 대다수 어른들이 미술을 대하는 태도였다. 몸의 세포 수만큼이나 다양한 감각의 층을 우리의 미술교육은 묘사력 하나로 정리해 버렸다.  

미술은 자유로움이고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어떤 창작품이든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미술로 놀고 미술로 표현하고 삶과 함께 일상 속에서 미술은 즐겨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적어도 나의 수업의 목표는 미술로 인해 주눅 들게 했던 벽을 허무는 것이길 원했고, 두려움을 없애고 나를 즐길 줄 아는 시간이 되길 원했다.

나의 예상대로 수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 이후 거의 미술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셨다. 우리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첫 수업시간에 내게 물었다.

그렇게 첫 수업에서 보였던 두려움은 몇 번의 수업 후 금방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그녀들을 억압했던 두려움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켰다. 난 벽을 허물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던 열망들이 곧 열정이 되었고 오히려 내가 학생들의 열정을 따라가기 바빴다.

너무나 즐겁고 신나게 수업을 하느라 학생들 개개인에게 미술이 무엇인지 미술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녀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감성들을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해내는 것에 자유로웠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손끝에서 나오는 희열들을 맘껏 즐기고 있었고 의도대로 그려지든 그렇지 않든 자기 몸의 모든 감각들이 한곳에 집중되는 쾌를 느끼고 있었다. 잠재되어 있던 오감들이 팽창되어 한껏 부풀어 오른 열정으로 충만했고 나는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았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인 미술수업은 나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오히려 내가 미술을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우는 중이였다. 미술반 강의실 앞을 지나가던 누군가는 미술반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고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핀잔 아닌 질투를 보이기도 했었는데 그 유쾌함이 좋았다. 같은 그림을 반복 또 반복하며 최상의 것을 만들려는 노력과 자신의 감성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와 함께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과도 같은 긴 일 년의 수업과정을 끝내고 그간의 결과물들을 모아 소박하지만 커다란 울림이 있는 전시회를 가졌다.

우리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첫 수업시간에 했던 질문을 아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잘 그렸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 버린 지도 모른다. 이미 모두들 아름다운 시간들이 무엇인지 알아 버렸고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그림들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은 씨앗을 뿌린 기분이었다. 불과 일 년 만에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을 쏟아 놓으니 다음의 전시가 기대된다. 작은 씨앗 속에 큰 나무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행복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누구도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는 나의 교육목표는 이룬 듯하다.

2010.03.02

반응형
반응형

비나리미술관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미술관입니다.
말이 미술관이지 일종의 마을 커뮤니티센타 같은 공간입니다.
2003년에 농림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40여평의 건물로
처음에는 도시민의 농촌 문화체험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간의 성격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유명하신 화가분들의 개인전도 있었지만,
더 값진 지역주민의 전시와 지역아이들의 전시가 있었고
그리고 3~4년전부터 지역 아이들을 위한
토요미술교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봉화뿐아니라, 안동 영주에서까지 
참가자가 오시기도 할 만치 인기가 있었는데    
작년에 사정이 있어 1년 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다시 수업을 재개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미술수업을 하는 동안
기다리시는 부모님은 도예 체험 등의 활동도 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공지하오니
많이 알려주시고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
비나리미술관에서 알립니다. 

긴 겨울이 가고 벌써 봄이랍니다.

부지런한 개구리도 보이구요.

한낯의 햇살이 따끈따끈합니다.

겨울 핑게, 작업 핑게 등등으로

그동안 쉬었던 아이들 미술교실을

다음주 토요일부터 시작하려합니다.

시간은 오후2시부터 1시간 30분정도구요.

참가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교육비는 미술관 관리비로

가족당 월 1만원으로 정하겠습니다.

우리 마을은 원체 다동이네가 많아서 1인당으로 하면

안그래도 쌀값많이 들어가는데...

교육비까정 많이들어가면 안되잖아요^^*

 

혹 억울하신 분 계시면 지금이라도

아이 많이많이 놓으시구요~~

오랜만에 비나리미술관식구여러분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강일시 : 3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연락처 : 017-523-6234

수강료 : 지역주민 가족당 월 1만원 (미술관유지관리비로 쓰입니다)
           체험도시민 1인/회당 5,000원
   
준비물 : 없음


반응형
반응형

왕릉의 전설展

조선 왕족들의 미술관 행차

  • 기간 : 2010년3월18일(목) ~ 2010년 6월 13일(일)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 시간: 화, 수, 목, 일요일 오전10시-오후6시/금, 토요일 오전10시-오후8시

  • 입장료: 일반 3,000원 / 초중고 2,000원 / 20인 이상 단체 1천원

  • 주최: (재)고양문화재단

  • 문의전화: 아람미술관 031-960-0180

  • 입장연령: 제한없음

    2010년 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조선의 왕릉'이라는 고양시 지역의 주요한 역사적 이슈를 전시의 테마로 채택하여, 예리한 시각을 지닌 뛰어난 미술작가들의 시선으로 이를 새롭게 표현한 왕릉의 전설을 선보인다. 현대의 젊은 미술인들이 조선 왕조를 예술적 시각으로 재인식하고 표현하는 이번 작업은 신선하고 고무적이다. _김언정(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 컨템퍼러리 미술, 조선 왕조를 화두로 삼다 

      최근의 작가들은 예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역사의 굴레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든, 혹은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은 채 말하고 표현하기를 즐긴다. 이것이 바로 컨템퍼러리 미술의 징표이자 특징이다. 이러한 작가들로 하여금, 시기적으로는 멀지 않으나 동시대와는 문화적 간극을 지닌 조선 왕조를 화두로 삼도록 한 것은 당장 세 가지의 이유에서다.

      먼저 최근 유네스코가 조선 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의미 있는 일이 있었기에 미술인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였다. 두 번째로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근대로의 숨 가쁜 전환점을 마련하느라, 민족적 본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통을 자연스럽게 내려받지못한 채 우리 것에 대해 스스로 거리감을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크게 공감하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조선 시대의 중심을 살다간 권좌 위의 존재들이 현재의 후손들에게 남긴 전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마음을 모아 들여다보고자 함이었다. 이는 서로 간의 시대를 뛰어넘어 하나로 흐르는 진실한 모습을 발견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8명 왕족들, 젊은 미술인들에게 말을 건네다

      왕릉의 전설은 조선 왕조 500년을 이끌어왔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가장 화려한 삶의 중심에 섰으면서도 권력과 명분의 획득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주전장(主戰場)에서 혹독한 고독과 괴로움을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들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들 왕족 가운데 고양시에 소재한 서오릉과 서삼릉에 누워 있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전설의 주인공 8을 고심 끝에 선정하고, 작가들이 각 인물들과 시각적 대화를 시도하여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8명의 왕족으로는 왕실의 내명부를 대표하는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서 내훈(內訓)을 통해 왕실과 모든 조선의 여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수대비, 왕의 사랑을 후궁들과 나누기를 거부하며 시대의 여성관을 본능적으로 무너뜨리고 결국 사사되어 연산군이라는 폐주를 낳았던 폐비 윤씨, 지극한 효성과 너그러운 성품을 지녔으나 역대 조선 왕 중 최단 기간 재위했던 불운한 왕 인종, 서양 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고 일찍이 조선의 개혁을 꿈꾸었으나 의문을 죽음을 맞아 이슬처럼 사라진 소현세자, 당파싸움으로 인해 약화된 왕권을 남인과 서인에 대한 적절한 견제로 극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뛰어난 책략가였으나 자신의 여인들에게는 냉정한 지아비였던 숙종,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던 조선에서 한미한 출신을 극복하고 자식을 왕으로 만들며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정열의 여인 희빈 장씨, 정략적으로 맺어진 정조의 다른 여인들과 달리 사랑으로 이루어져 후궁이 되었으며 애절한 연가를 남긴 의빈 성씨, 멸문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여 무지렁이의 삶을 살다가 한 순간 허수아비 왕이 되나 진실한 사랑도 잃어버린 채 구중궁궐의 허무함 속에서 일찍 시들어버린 철종 등이다.


    [류준화, '怫', 2008]


    조선의 왕릉, 마저 이루지 못한 꿈의 전설을 전하다

     왕릉이라는 신()들의 정원에는 그들이 마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인간의 삶이 언제나 그러하듯 온전하게 충족되지 못한 애절한 마음은 후손인 우리의 심정을 흔들어 생각을 일으킨다. 사실 조선 왕조의 역사적 의의가 갖는 무게에 비해 현대인들의 그에 대한 관심은 가벼웠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그 표현의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치열한 꿈의 허상을 새로운 예술적 형식으로 보여줄 것이다.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라는 드라마틱한 존재성은 마치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부여한 특별한 권좌는 권력과 존귀함을 갖고자 하는 우리들의 환상이 탄생시킨 꿈이며, 영원할 수도 온전할 수도 없는 추상적인 허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모습을 달리하여 끊임없이 권좌를 꿈꾸며 살아간다. 왕릉의 전설은 삶과 죽음이 끝나지 않는 하나의 순환임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응축된 욕망의 꼭대기에서 신비한 전설처럼 우리 참모습을 일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 본 기사에 소개된 작품 이미지는 참고용이며 출품작은 신작으로 구성됩니다. ^ . ^

    ※ 또한 '누리지'란 고양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로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교육 소식에 전반적인 문화 컨텐츠로 가득합니다.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PDF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