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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해하는 “식물혁명”은 식물을 바라 보는 우리 관점의 혁명을 말한다. 지금 까지 식물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의 한 종류로 물과 공기처럼 꼭 필요하지만 그리 귀하지 않은 자연 자원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필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 책 [식물혁명]을 통해 그와 같은 식물에 대한 낡은 이해를 뒤집고 식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비롭고, 풍부하고, 또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자는 이 책 [식물혁명]을 수준 높은 식물학적 지식을 담고 있는 과학책이자, 동시에 식물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끄는 ‘실용서’로 만들었다. 나아가 이 책은 지금까지의 인류역사를 이끈 문명을 ‘동물적 문명’으로 규정하고 이를 대체할 ‘식물적 문명’을 제안하는 문명 비판서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인류를 이끈 기계문명은 동물조직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사회조직조차 동물세계의 위계적이고 집중적인 권력 구조를 답습해서 채택해 왔는데, 이제 새롭게 이룩해야할 문명은 식물의 분산적이고 협력적인 구조를 원용하고, 저투입 고효율인 식물의 존재방식을 따라 새롭게 생태문명을 구현해야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류 문명은 식물적 생존 시스템을 원용하는 새로운 식물적 문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명 비판적 주장까지 이르는 과정은 풍부한 식물학적 지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스테파노 만쿠소는 식물은 의식이 없다는 편견에 대해 도전한다. 필자는 뇌의 존재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생명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식물유기체는 뇌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용기관 없이 지능이 발달했다는 점을 주장한다. 실험을 통해 미모사는 뇌 없이 기억하는 식물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이어서 지금까지 동물을 모방하는 기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식물에서 영감을 얻어 적용한 기술적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아인슈타인은 “신중하게 자연을 바라보면 모든 것을 잘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인간은 동물을 중심으로 보고 식물을 소홀히 다뤘다고 본다. 필자는 이제 식물적 문명을 이끌 플랜토이드를 제안한다. 우리가 아는 안드로이드(Android 人造人間)는 인간의 외형과 특성을 모방하는 시스템을 말하고(로봇은 체코어 ‘robota’에서 왔다.) 이것을 뛰어넘어 식물의 작용에서 영감을 얻은 로봇인 plantoid는 향후 화성탐사는 물론 오염물질제거 등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인간의 가능성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식물은 단지 인간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염감이나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유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아놀리가 발견한 ‘보퀼라’는 실물계의 젤리그로 불리며 자신이 타고 올라가고 있는 관목의 잎에 따라 스스로 잎 모습을 변형시키는 위장술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모방사실보다 이 식물이 무엇을 어떻게 모방해야할지 어떻게 스스로 인식하는가에 라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자연에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시각 등 인식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보고,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해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식물역시 분명한 인식과 판단이라는 결정과정을 가동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아가 인간과 식물의 동반자 관계를 탐색해보면 이 관계를 통해 종족의 존속과 번성을 이룬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인 밀, 옥수수, 쌀이라고 한다. 이 세 작물은 인류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액 60%를 공급하고 있고, 미국인 한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탄소의 약 69%를 옥수수 단 한 종류가 공급하고 있는데 이렇게 인간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줌으로써 이들 작물은 지구 표면을 가장 넓게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사례로 렌즈 콩밭에서 자라는 살갈퀴라는 잡초를 들고 있다. 이는 “바빌로프의 모방”이론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살갈퀴는 렌즈콩 밭에서 자라면서 스스로 모방하고 변형되어 자신의 열매가 렌즈콩을 닮아가도록 한다는 것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 부분은 결과론적인 것을 의식적 모방으로 오도하는 것은 아닌지 다소간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다.
그리고 필자는 근육 없이 이동하는 식물의 능력을 확인하고, 페퍼라는 학자가 타임렙스를 이용해 이를 증빙했던 사례를 제시한다. 즉 식물은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지능을 갖추고 있고, 근육 없이 나름대로 운동할 수 있는 유기체라는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식물 구조를 원용한 건축물로 빅토리아 연꽃을 모방한 크리스탈 팰리스의 사례를 들고 있고 나아가 우주라는 조건에서 식물의 생존가능성을 연구한 결과를 제시하고, 극악한 건조기후에서도 2000년 이상 생명을 이어가는 ‘웰위치아 미라빌리스’라는 식물을 소개하면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식물을 여러가치 측면에서 모방하고 활용가능함을 제시한다.
이 모든 식물의 특징에 대한 분석 끝에 필자는 새로운 사회솔루션으로 ‘초록민주주의’를 제시한다. 필자는 민주주의가 자연에 대항하는 제도라는 주장이 자연을 거스르는 개인적인 권력에 대한 갈증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달콤한 거짓말이라고 보고, 엄격한 노동기능의 구분과 확고한 계급구조 때문에 발전했던 사회들이 앞으로는 더 이산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 예견하다.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탈피해 자기 영토에 정착하여 분산화 되고, 사회자체의 여러 세포들에게 결정권과 통제 기능을 나누어 주는 권력이 수평 분산된 그물형으로 탈바꿈한 초록 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등 식물의 구조와 비슷한 탈 중심적 통신기술의 발달 덕분에 비계급적이고 분산형인 조직의 예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위기피디아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식물적 시스템에 가장 부합하는 사회제도로 계층구조 없이 구성원 전체에 의존하는 협동조합을 제시한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현대 기술에 의해 ‘네크워크’라는 특별한 힘으로 통합된 협동조합의 전통이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덧붙여 필자는 현제 직면하고 있는 농업 문제를 진단하면서 수많은 선진농업 지역에서 작물의 농산물 수확량이 이미 생물학적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하고. 나아가 선진국의 획일적인 산업형 단작재배방식이 기후위기에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재배방식으로 전화해야 됨을 역설한다. 이런 필자의 입장은 그 진위를 떠나 인류가 직면한 식량 문제를 바라보는 신선한 시선임에 분명하다.
이 책 [식물혁명]은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기후 변화 등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출하기 위한 전략을 식물의 생존전략에서 배워오고 원용할 수 있음을 피력하는 ‘식물적 문명’을 주창하는 문명비판서다. 큰 기대없이 집어 든 책이 일으킨 반전은 기대밖의 충격을 주었고, 필자의 주장이 담고 있는 시각의 탁월함과 지적 신선함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가했다. [식물혁명]은 가볍게 읽기 시작해서 무겁게 내려놓은 책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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