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기본소득과 좌파-유럽에서 벌어진 논쟁

필리프 판 파레이스 엮음, 안효상 옮김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기본소득을 처음 제기했던 토마스 페인이후 서구에서 지속적인 제기와 논쟁, 실험과 적용시도가 있어왔다. 하지만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가장 완성된 형태의 기본소득제가 실현될지 모른다. 팬데믹이 가져온 불평등 심화와 더 불안정해진 개인의 삶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했고 급기야 정치권까지 비화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기본소득이 운위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이 넘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관련된 논쟁이 분분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시민사회에서 소개수준의 논의가 진행 중이던 것이 코로나 팬대믹을 거치면서 급속이 현실 정책적 함의를 얻게 되고 특히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핵심 아젠다로 기본소득을 채택하면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그에 맞선 많은 경쟁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고 기본소득제는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향후 대선을 비롯한 정치 일정은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과 찬반 정치세력의 대결 결과에 따라 기본소득의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을까 전망하게 된다.

 

이 책은 기본소득과 관련해 진행된 거의 모든 논쟁의 쟁점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유럽에서 기본소득 지지자와 사회민주당 계열의 좌파사이에 벌어진 논쟁은 쟁점의 적확성이나 시의 적정성에서 대한민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본소득관련 논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같다. 물론 유럽 좌파의 논쟁과 대한민국에서 진행중인 논쟁의 쟁점이 어긋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기본소득이 계급해방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기본소득이 노동의 집단성을 해체시키고 개별화함으로써 공동체를 와해시키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는 한국 정치 현실에선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주로 재원조달과 기회비용(같은 예산으로 더 좋은 복지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그리고 노동의욕 상실(고용 노동으로부터의 도피)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중심이고 이 역시 유럽에서 진행중인 논쟁의 쟁점과 중첩된다.

이 책이 보여주는 생생한 논쟁은 핵심적 논점을 향해 육박하는 실황중계 중인 토론을 보여주는 듯 현실적이고 다이나믹하다. 100여 쪽을 겨우 넘긴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주창자와 비판자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혹은 양측의 주장이 통합될 수는 없는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았지만 기본소득에 대해 좀더 명쾌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요점정리>

1. 필리스 판 파레이스 : 기본소득과 좌파, 유럽에서 벌어진 논쟁

좌파는 자본주의적 착취를 부정의한 것으로 정의하고 철폐되거나 축소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 착취가 프롤레타리아의 부자유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무조건 기본소득은 자본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강압에서 모든 사람을 해방한다. 하지만 기본소득과 관련한 쟁점에서 노동주의좌파와 자유지상주의 좌파 사이의 균열이 감지된다. 그들 논쟁을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2. 가이스탠딩 : 지구적 자본주의가 마들어 낸 불평등에 맞서는 방법

신흥대중계급, 프레카리아트, 샐러리아트의 출현.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이 극적으로 떨어지면서 더 불평등해졌다. 임대소득이 총소득에서 주요한 구성요소이자 계속 커지는 구성요소가 되었다. 플레카리아트가 지금 요구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분배 체계이다. 핵심적인 요구는 시민의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이다.

 

3. 필리스 판 파레이스 : 기본소듞과 사회민주주의

무조건기본소득 관련 첫 논쟁은 1차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데니스 밀러가 국가보너스제도를 제안했다. 이는 부결되었고 나중에 조지콜과 제임스 미드 등에 의해 공공소유 기업의 이윤을 배당하는 사회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되었다. 두 번째 논쟁은 1970년 전후 미국에서 제임스 토빈과 케네스 갤브레이스에 의해 데모그랜트의 도입 요구로 야기된다. 1980년대 BIEN(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 창립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 기본소득은 자산심사가 따르지 않아 효율적이고 낙인효과가 없다. 수급자격조건이 없으므로 다른 소득와 결합이 용이하다. 소득과 일이 분리되면 일의 의미가 오히러 살아날 것이다. 좌파는 우리가 얻는 소득의 대부분은 오늘날의 노동자들의 노력의 결실이 아니라 자본축적, 기술혁신, 과거로부터 물러 받은 제도개선 등... 자연으로부터의 선물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다. 보편기본소득은 이렇게 정당화된다.

 

4. 프랑신 메스트롬 : 기본소득이 진보적 해결책이 절대로 될 수 없는 이유(판레이스에 대한 응답)

가난하지 않은 사람에게 왜 주어야하는가? 재원은 충분한가? 기본소득이 단순한 임금보조금이 되거나 미니잡을 향한 열린 문이 될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사회적 보호를 탈정치화 함으로 최선이지 않다.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없다.

 

5. 필리프 판 파레이스 : 유로배당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공적 연금 체제를 창안함으로써 자신이 통일된 독일의 흔들리던 적법성을 보장하는 데 일조했다. 유럽연합이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볼봄의 유럽연합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유로배당이 필요하다. 유로배당은 평화배당이다. 국경으로 나뉘어 인접국과 군사적 대립을 하지 않는 비용을 유럽인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6. 가이 스탠딩 : 양적완화보다 나은 선택

양적완화는 근린궁핍화 평가절하를 유도함으로써 현대적 보호주의가 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3가지 위기는 불충분한 수요와 투자, 커가는 불평등, 이주에 대한 위험한 포풀리즘적 반응이다. 하지만 불평등이 핵심이다. 불평등은 그 자체 성장의 걸림돌이고, 남동유럽에서 북서유럽으로 이주의 원인이 된다. 세가지 위기 대응책은 유럽연합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7. 빈센테 나바로 : 보편기본소득이 빈곤이나 불평등을 줄이는 최선의 공적 개입이 아닌 이유

역사적으로 기술, 생산성, 일자리사이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 노동시간은 생산성이나 기술혁신같은 경제적 변수보다 노동의 힘 같은 정치적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일자리 소멸이라는 보편기본소득 도입의 정당화는 근거없다. 빈곤을 줄이는 대도 기본소득보다 보장소득정책이 보다 유효하다. 불평등해소도 기본소득으론 불가능하다. 자본과 노동 사이의 세력관계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완전 고용, 프레카리아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8. 필리스 판 파레이스 : 기본소득을 향한 전 세계적 행진(땡뮤 스위스)

201665일 무조건 기본소득안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반대 76.9%로 부결되었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0%에서 단숨에 23% 찬성으로 비약적인 전진을 한 것이다. 사회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당의 지도부는 반대투표를 권고했고 녹색당과 해적당만 예외였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칼뱅 고국이자 빈곤과 실업이 최소인 상황의 결과일 수 있다.

 

9. 로빈 월슨 : 보편기본소득-의혹을 품지 못하게 할 정도로 단순한 아이디어, 그리고 한때의 유행

고용수준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는것이지 기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떤 것을 준다는 비판에 취약하고 사중손실이 크다. 결국 기본소득은 보편복지국가로 리턴할 것이다.

 

10. 안케 하셀 : 무조건기본소득은 막다른 골목이다.

먼저 기본소득은 노동계급과 이주자 가족에게 달콤한 독약이 될 것이다. 노동시장에 합류할 동기를 제거해 결국 사회를 더 분할시키고 사회적 이동을 막을 것이다. 그리고 기여 없는 분배에 기초한 기본소득은 사회적 적법성이 없다. 또한 무조건기본소득은 급속하게 유입이주가 증가하는 사회의 요구에 역행한다.

 

11. 울리히 샤흐트슈나이더 : 기본소득은 강장제다- 안케하셀에 대한 응답

노동시장에 합류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유급노동만이 개인의 삶과 사회통합에 중요한가를 묻는다. 개인적 사회적 요구와 유급노동을 분리하는 것은 시장구조 넘어 다면화된 삶의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것은 부담자와 수혜자가 분리되지 않고 모두가 만들어 가는 사회국가다.

 

12. 루이즈 하그 : 기본소득과 제도적 전환

기본소득은 벌이의 대체가 아니라 보장의 기본원천이다. 그 누구도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기반이다. 수급 자격 설정은 벌이를 피하게 하는 빈곤의 덫 효과를 가져온다. 임박한 자동화가 기본소득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토대가 아니라는 리스터의 주장에 동의한다. 오히러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에너지를 임금노동보다 돌봄, 건강증진, 환경보호 등 다른 형태의 일로 돌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3. 헤닝 마이어 : 기본소득은 필요없다-기술적 실업의 위협에 대처하는 다섯가지 정책

기본소득이 소득을 위해 하는 일의 가치를 감소시킨다. 기본소득은 사회적 하층계급을 그 자리에 머물도록 한다. 기본소득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급되어 사회적 희소자원을 잘못 할당하게 한다 오히러 1) 교육 2) 일자리 재할당 3) 일자리 보장 계획 4) 자본소유권의 민주화가 현실적 해결책이다. 기본소득은 자유지상주의 사회관에 토대한다. 집단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우리 일상 생활을 개별화할 것이다.

 

14. 말콤 토리 : 시민소득, 실현 가능하고도 유용하다.

 

15. 보 로트슈타인 : 무조건 기본소득, 복지국가에 해로운 아이디어

무조건기본소득은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돈이 많이 든다. 건강관리. 교육, 노년층 돌봄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국가의 능력을 떨어드린다. 기본소득에 의존하는 성인의 삶을 범죄 수익에 의존케한다. 러라이트운동 처럼 기술개발 때문에 노동수요가 감소에 직면한다는 논거는 해롭다, 무조건기본소득의 오류는 무조건성에 있다. 복지국가의 몸체는 이타주의가 아니라 호혜성에 기반한다. 기본소득은 호혜적이지 않다.

 

16. 말콤 토리 : 무조건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로트슈타인에 대한 응답

무조건기본소득은 특정한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여타 사회보장을 대체하지 않고, 유급취업에서 이탈을 유인하지도 않는다.

 

역자후기 : 안효상

국내 논쟁에서 제기된 비판은 기본소득이 분배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생산양식 혹은 생산관계는 무시한다(채만수)거나, 과세와 분배 제도 개선만으로는 생산의 적대적 관계가 해결되지 않는다(박석삼)고 제기되었다, 기본소득이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무관하다는 비판은 정통좌파가 던지는 최종심급의 비판이다. 기본소득이 복지를 시장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대표의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 맥락에서의 비판과 양재진교수의 전통적 복지국가론적 관점에서의 비판도 있다.

4차산업혁명이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인지하는 문제와 고용노동이 바람직한 삶의 형식인가하는 논의 여지가 있다. 양적 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대도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기술변화와 일자리 전망은 보다 나은 삶의 맥락에서 논의 되어야하고, 이때 기본소득은 강제적인 고용노동이 아닌 다른 활동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된다는 측면에서 인간해방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몫이라는 점에서 절대적 평등의 기초를 제공하며, 개인들에게 힘을 준다는 의미에서 다중적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개인적, 집단적 역량을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좌파와 기본소득은 결합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