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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톨톨이가 옛날에 정짓담살이 혔지

희망제작소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총서 21
정병귀 외 글 / 2009.06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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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만 보고 마음대로 상상했다. 황톨톨이는 황씨 성을 가진 툴툴거리길 잘 했던 사람이고, 정짓담살이는 '정짓간'이 '부엌'을 의미하니깐 동냥질을 했다는 말인가?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되었는데 '황톨톨이'는 황씨 성까지만 맞고, '톨톨이'는 톨톨 털어서 마지막 낳은 딸이다. 다음 자식은 아들을 낳을 것이다'는 의미란다. '정짓담살이'는 남의집 식모살이를  뜻한단다.

이렇게 이책은 우리의 삶의 토대이면서 지금은 까마득히 잊혀져버린 토속적 삶을 담고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옛 선인들인 것은 절대 아니다.  이책의 주인공은 20세기 초중반에 나서 21세기초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부모 세대로 모두 현존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인공들의 삶은 그대로 한국 근대사가 되고 그분들의 세간살이는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 된다. 그것은 지난 한세기 동안 굴곡 많은 한국 근대사 때문이기도하지만, 또한 지난 개발독재시대를 지나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낡았다는 이유로 무가치한 것으로 배척되고, 먹거리에서 입을거리까지, 주택부터 교통수단, 다양한 생필품 결국 가치체계, 신앙, 덕목같은 정신세계마저 급격한 변화를 넘어 완벽한 단절과 '아메리칸 스탠다드'로 재구축된 우리의 뿌리없는 삶때문이다.


이책은 그와같은 현실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삶의 원형질을 담고 있는 농촌공동체의 토속적 삶을 발굴하고 그 삶속에 오랜 세월동안 숙성시켜 온 인류가 지켜가야할 미래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지역사회 혹은 농촌공동체는
자본의 변방이지만 세상의 변방이 아니다. 바로 그 전통적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지역사회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총서’는 희망제작소 뿌리 센터에 의해 기획되고 출판사 이메진을 통해 발간된 21번째 책이다.
 

겁나게 재미진 백운 사람들 이야기라는 부재가 달려 있는 [황톨톨이..]는 백운 이라는 농촌 마을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실 사람 사는 이야기 치고 재미진이야기가 아닌 경우는 어디있겠는가? 삽짝밖을 지나가는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붙들고 막걸리라도 한잔 건네며 할매요. 할매 옛날이야기나 함 해보소라고 해 보시라. 봇물 터지듯 구구절절 이어지는 고달픈 인생살이, 왠 사연도 그렇게 많은지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고, 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 소설책 10권도 더 될거”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은 조금의 거짓이라곤 없다.

백운 마을 사람들의 살아 온 이야기는 내가 살고 있는 비나리마을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오버랩되고, 뒤섞인다. 시집살이오기전에 꿈 같은 소녀시절, 부모형제와 오손도손 모여살며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며 살던 아름다운 그리운 시절의 추억담을 시작으로 할머니의 말씀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얼굴도 모르는 양반한테 시집이라곤 와서 사랑은 고사하고 허구한날 시어머니 구박에 서방은 노름질에 술타령이고 그래도 더러운게 목숨이라고 견디다보니 애는 왜그리 덜컹덜컹 잘 들어앉는지 10남매를 줄줄이 낳아 키우다 보니…  그리고 그 서방님은 일찌기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보고싶지 않으시냐는 나의 당돌한 물음에 '그놈에 영감 살아 돌아올까 겁난다'던 이웃 할머니도 이제 이 세상사람이 아니시다. 

이렇게 [황톨톨이
… ]는 아린 우리 부모세대의 삶을 통해, 바로 지금 한국 농촌 공동체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책은 옛날 이야기책이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한 책이다. 단지 과거를 보여주는데서 끝나지 않고 한국 농촌의 미래, 세상의 미래를 같이 생각해 보게하는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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