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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2011년 발행, 21세기북스)를 읽고

요즘 조국 교수가 인기가 많다.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으면서 거기다가 '개념'까지 있는 인물이다 보니 그럴만도 하다. 하여튼 섹시한 진보 인사의 한명인 조국은 그 뛰어난 상품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한참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의 한마디 한 동작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번 붐은 조국이 낸 [진보집권플랜]과 바로 이 책 [조국,대한민국에 고한다]가 촉발한 듯하지만 그보다는 이명박의 폭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세력화 되고 있지 못한 무능한 진보세력의 현 정치구도에서 대중의 열망이 만들어 낸 측면이 많아보인다. 다시 말해 조국에 대한 인기는 일정정도 대중들이 선호하는 인물, 학벌, 개인적 자질 등등에 기반하고 있는게 사실 이지만 더 중요하게는 현 정치적 지형이 대안적 진보, 다시말해 '성찰하는 진보' 인사를 요청하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해 혹은 오해를 가지고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를 읽고나서 솔직히 조금은 아쉬움을 느꼈다. 은연중에 나는 그의 책을 통해 무슨 대단한 신체제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미래상을 제시하고 그를 구현하기위한 정교한 로드맵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벌써 25년은 된 것 같은데 지금은 까마득히 잊혀졌지만 '사회구성체 논쟁'류의 책이나 당시의 이런저런 정치서적을 통해 늘 단언적이고 명료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교시'를 제공받았던 기억이 난다. 적은 분명하고 적을 물리치고 새롭게 건설될 사회상은 명료했다. 다시 말해 그 시대에는 모든 정치 서적이 사회 변혁의 '전략과 전술'을 담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사실 그와같은 실천이론의 한계가 진보세력의 답보상태를 지속시키는데 일정정도 기여한 측면이 있고, 여하한 이유에서건 정체된 진보의 이론, 조직, 실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조국이 말하는 성찰하는 진보의 요구로 나타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때 그 청년들은 세월을 겪고 현실은 훨씬 더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와같은 입장에서 조국은 명료한 시대규정과 체제분석, 그리고 전략 전술을 내어놓지 않고 훨씬 부드러운 말투로 우리사회의 진보, 우리사회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상식, 진보적 상식 혹은 합리적 상식을 각각의 세력 혹은 분야를 향해 직언한다.

먼저 조국은 MB가 이상사회의 모델로 삼고 있는 두바이와 싱가포르의 허상을 지적함으로써 현정부의 국정철학의 부재 혹은 그 시대적 낙후성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어서 한국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을 향해 쓴소리를 내어 놓는다. 그의 발언은 시민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반성을 요청하기도하고 법률가의 눈에 비친 부정의한 법현실을 질타하고 올바른 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의 한사람으로 나는 그의 자본에 대한 고언에 이 책의 핵심이 놓여있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에 대한 규정, 체제모색적 이해없이 현 시대는 극복될 수 없음을 필자 역시 인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 부분 역시 충분하지 않은 내용때문에 적잖은 실망을 느꼈다.

사실 이책은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하거나, 정치적 입장을 정리해 놓은 글이 아니다. 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단속적으로 언론에 게제한 것을 모아놓은 이 책은 참 쉽게 읽힌다. 하지만 책을 덮고 전체를 아우르는 이해를 도모하기엔 좀 어려움이 따른다. 부분은 다 공감하고 수용하면서도 책을 덮고 그려보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세상의 상은 그렇게 투명하게 다가오질 않기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필자 조국의 다음 저술은, 물론 극단적인 나 개인적 기대에 불과하지만. 좀더 확실한 우리사회의 비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글로 채워졌으면 한다.

물론 독자의 한사람이 갖는 주제넘는 기대와는 별도로 이책은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공이 인정하는 가치 기반을 높이는 작업에 일정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훨씬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야하며, 정정당당한 이념적, 정책적 대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의 만들고 그 수준을 높이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의 보수세력은 합리적 보수세력에 기생하는 극우 파시스트세력을 스스로 떨쳐내가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진보 개혁은 시대정신을 읽고 대중의 열망을 반영하는 진보적 정책, 대안 체제의 발굴에 보다 유능해져야할 것이다.

조국같은 분이 그와같은 상식의 전도사로, 보수와 진보의 소통을 매개하고, 진보적 가치에 대한 합당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지는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거간꾼으로 나선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 한권이 그와 같은 과제를 수행하는데 얼마만한 효과를 발휘하게 될런지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사회의 정치적 상식의 격을 높이는데에 일정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뭏튼 필자 조국이 건강한 좌파지식인, 한국의 노옴 촘스키로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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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0년만에 민주개혁세력이 보수우파의 극력한 저항과 진보세력의 협공속에 몰락하고 박정희를 닮은 짝퉁 개발독재자 MB가 대통령이 된지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진보좌파세력과 합리적 중도보수에 가까운 민주개혁세력은 상상도 할수 없었던 우리사회의 정치적 퇴행을 목도하면서 한편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한편으로는 시대적 과제를 읽고 그 과제를 수행할 세력을 묶는 연대의 정치를 갈망해왔다. 지난 6.2지방선거의 실험적 연대는 새로운 정치적 지평을 열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 되었고, 일부 세력들 간에 보다 심화된 실질적 연대의 틀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그 즈음에 이 책 [진보집권플랜]이 나왔다. 부재가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인 이 책은 인터넷 진보언론의 신화를 창조한 오연호가 우리시대 진보적 지식인의 대명사가 된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를 여러 달에 걸쳐 만나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진보세력이 다시 집권을 할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젠다를 놓고 대담을 나눈 결과물이다. 진보세력의 집권플랜을 논하는 책이다고 해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사실 [진보집권플랜]은 의외로 가벼운 책이다. 사전 질문지를 제시하고 심도깊은 이론적 입장을 정리해서 답변하는 식의 대담이 아니라 오다가다 시간나는 데로 가볍게 까페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며 조국이 가진 평상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저자 오연호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책은 정밀한 이론적 논쟁이 아니라 진보세력의 집권을 위한 대중적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것을 출판의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덧붙여 필자는 진보교수 조국을 통해 진보세력의 집권전략을 공론화하는 것과 더불어 조국 교수 개인의 정치적 무게를 달아보고 현실 정치의 장에 론칭해 보는 것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필자의 집필 목적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우선은 이 책이 진보개혁세력간의 연대없이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다 넓게 인식시켜나가는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담의 내용 대부분은 한국내 진보세력이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그리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같이할 수 없을 정도의 기본적인 공통의 인식 토대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진보세력은 정치적 인물의 풀이 협소한 것으로 알려져있고, 그나마도 정치의 영역과 시민사회운동의 영역이 나누어져 일정정도 서로 금기시하는 풍토에서 '정치적 인물'의 선택지를 늘이고 미리미리 키워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책임에 분명해 보인다 .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담의 과정이 소위 '강남좌파'간의 공감대와  우애를 넘어 시대적 과제를 중심으로한 보편적 시대의식 같은 것을 찾아보고, 그것을 진보세력 사이에 연대를 위한 공통된 기반으로 제시하는 과정 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의 시대적 정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진보담론은 공허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이 진보 세력의 집권전략을 창출하기 위한 논의를 공론화하는 이상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다시말해 이 책은 희망사항을 설파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플랜'이 없다. 또한 조국 교수가 아니라 정치인 조국을 드러내기위한 필자의 노력이 조금은 부족해보인다. 필자 개인의 정서적 공감대를 넘어 '정치인 조국'의 상품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전 서울대 총장 출신의 몇몇 정치인의 경우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입질이나 하는 기회주의적인 처신끝에 정치의 장에서 퇴출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그들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온 조국교수는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도 그들과는 분명다를 것이라 생각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차별성을 갖는 지성인, 그리고 진보적 지도자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한다면... '식의 구태연한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이 국면을 치고 나가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지도자 조국'을 보고싶다.

그리고 진보집권플랜이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분들에게 이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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