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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비나리마을 주민이 모여 옷갓재 풀을 베었습니다.

매년 6월이 오고 장마비에 풀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면

젊은 비나리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옷갓재를 비롯해

마을 안길 풀베기를 해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낫을 들고

또 어떤 분들은 예초기를 짊어지고

미리 정한 날에 맞춰 새벽부터 옷갓재로 모여듭니다.

마을입구쪽에 살아 일년내내

옷갓재를 한번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분들도 나오시고,

연로하시어 마을 공동작업에 나오시지 않아도

누구하나 흉할 것 없으신 분들도 낫을 들고 따라나섭니다.

한해두해 세월이 지나면서

낯익은 어르신의 얼굴이 보이질 않게되고

비나리마을에 새둥지를 튼 낯선분들의 얼굴로 바뀌어가지만

마을의 아름다운 전통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은 사람을 탓하지 않고,

아무도 자신의 예초기로

자신이 산 휘발유를 사용해 마을 길을 베는 일에 불평하지않고

그냥 묵묵히 마을길을 베고 농사일에 쫒겨 묻지 못했던

이웃의 안부를 묻고, 잠시잠깐 담소를 나누다

또 급히 자신의 밭으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행정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농촌마을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부당한 부역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 작은 전통조차 비나리마을이

아직 건강한 공동체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미풍양속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동제가 살아있고,

풋거먹는날과 마을 풀베기가

여전히 공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은

아직은 분명 사람살만한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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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가을 비가 추적대고

잔뜩 찌푸린 하늘이 계절을 잊게 만들지만

가을은 살그머니 옷갓재넘어 비나리마을에 들어섰습니다.

 

면에 들러 볼일을 보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국도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서는 옷갓재를 넘으며

무심코 고개를 돌려 내다본 고갯길은 완연한 가을입니다.

일상에 묻혀 자연의 변화를 잊어버리곤하지만

문득문득 다가서는 자연의 위대함은 절로 오만한 인간의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절기에 따라 꽃을 피우고, 햇빛을 모아 열매를 맺고

또 그 잎을 떨구고 안식의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의 숭고함은 모든 아름다움의 원천입니다.

그 속에 사람이 살아 사람마져 아름다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위대함인가 합니다.

  

가을은 코스모스를 피우고, 코스모스는 또 가을을 부릅니다.

고개를 넘어 서면 이웃 농가 마당가에 심겨진

세상에서 가장 가을다운 꽃이라 해도 좋을 코스모스가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반깁니다.

내일이면 비나리마을에서 자라 비나리를 그리며 살아가고 있을 자식들이

옷갓제를 넘어 부모님을 찾을 것입니다.




고향을 찾는 그 분들의 두눈에 코스모스 가득 핀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그 자식의 자식들에게까지

아름다운 비나리마을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마을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때문에 더 아름답게 더 값지게 세상살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멀리 고향인 진해를 찾아

눈이 시리도록 바다를 보고 또 보고

가슴에 가득 갯내음을 담고 올 것입니다.

 

이번 비가 한가위와 함께 지나고 나면

마을 가득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고

가을 걷이가 바빠지고 곧 다가올 겨울 준비가 시작됩니다.

곳간을 채우고, 장작더미를 높이 쌓는 것 못지않게

시린 계절을 참고 이기게 하는 것은

가슴깊이 묻어둔 어린시절의 추억과

풋풋한 사람들과의 그리운 인연일 것입니다.

 

일자리는 줄고 물가는 비싸고,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살이에도

올 추석, 세상사람 모두가 앞산 위에 떠오를 보름달보다

더 큰 사랑과 정을 가슴에 가득 채우시는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맞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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