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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은 환경적 재앙을 넘어 사회문화적 재앙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는 신성과 왕권의 완전한 결합을 나타내는 절대 권력의 상징물이었다. 진시황은 중국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황제의 권능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자금성을 짓고, 만리장성을 쌓았다. 유사 이래로 이렇게 대규모 토목공사는 인간의 물질적 생활상의 필요성에서 뿐 아니라 지배자의 권능을 과시하고 강화하는 상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루어져 왔다. 근대사회에 들어와 토목건축 기술 등이 폭발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마천루와 도로 등이 근대화, 문명화의 상징으로 지배 권력의 권능을 드러내는 상징물로 등장했다. '댐'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토목공사 역시 현대 과학기술의 총화로 인간의 물질적 요구와 더불어 '문명화'의 상징이 필요한 곳에서 이루어져 지배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하나의 액세서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규모 토목 건축물은 '우리 같은 후진 사회에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이렇게 대단한 진보를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선전탑 노릇을 한 것이다. 히틀러가 그랬고, 스탈린이 그랬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개발독재자인 박정희가 그랬다. 자연을 '미개'로 폄하하고, 무조건적인 개발을 근대화, 문명화로 신봉하던 서구의 도구적 합리성이 독재자 박정희를 만나 한국식 개발독재로 자행되었던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도는지 21세기 한국에 다시 개발독재의 바람이 분다. 이른바 '사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대표되는 MB표 개발 독재는 국토의 대동맥마다 포클레인을 들이대고 콘크리트로 쳐 바르고 있다. 강은 인공적 수로가 되고, 물은 자연스런 흐름을 잃고 '합리화'되어 토막토막 잘리어 보에 막히고 댐에 갇히고 있다. 그런데 사대강 삽질은 사대강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활한 개발독재의 망령에 고무되어 토건자본이 설쳐 되기 시작했다. 봉화 운곡천에 산업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시도하는가 하면, 지역주민의 반대와 댐의 효율성의 문제 등으로 보류되었던 '송리원댐'이 MB표 개박독재를 만나 화려하게 부활했다. 운곡천 산업폐기장은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다행히 저지되었지만, 영주댐은 ‘댐 건설’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개발주의의 환상에 빠진 지역주민의 무관심속에서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주의 경계 안에 세워지는 댐은 당연히 영주의 지역성을 드러내어야 한다며 '영주댐'이라는 명칭으로 개명까지 할만치 토건세력은 의기양양 하다. 지역의 경계 안에 개발의 상징인 댐이 건설된다는데 대해 지자체가 갖는 얼토당토않은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과연 영주댐이 영주시민의 자랑일 수 있을까? 과연 영주댐이 영주 지역사회에 어떤 측면에서든 긍정적인 물질적 효용을 가져다줄까?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댐으로 이집트 나일 강의 에스원 댐이 있다. 에스원 댐은 1960년에서 1970년에 걸쳐 건설된 댐의 용량은 세계 제2위인 1690억 톤에 이른다. 에스원 댐은 이집트 현대화와 개발의 상징물로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이집트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조차 했다. 하지만 댐 건설 후에 댐 유역 주민들 사이에 수질계통의 감염증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흡혈충증(住吸血蟲症)이 만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홍수로 쓸려나가던 염분이 출구를 잃어 관개 농지 35%가 염해를 입고, 나일 강이 운반해내던 연간 1억 톤의 비옥한 토양이 줄어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피해는 이렇게 육지서만 일어난 것도 아니다. 나일 강 인근의 해안은 침식되어 지중해 연안에서 연간 1만 8천 톤이던 정어리 어획량이 고작 5천 톤으로 감소되기도 했다. 이렇게 아프리카 개발과 산업화의 상징인 에스원 댐은 이제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대표적 사례가 되어버렸다.

최근에 중국은 양쯔강에 샨샤댐을 건설했다. 샨샤댐은 댐의 길이가 2309m, 높이가 185m, 제방 두께가 15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댐에 물이차면 우리나라 소양댐 저수량의 13배가 넘는, 무려 4백억 톤 규모의 거대한 인공호수가 형성되게 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공 댐을 건설하는데 있어 MB의 사대강 사업과는 비교되지 않은 만치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와 절차를 밟았다. 샨샤댐은 1918년 쑨원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30년대 국민당 정부에 의해 전문가들이 초빙되어 검토에 들어가고, 몇 번의 중단과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1984년에야 댐 건설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전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수년간에 걸쳐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심도 깊은 토론의 과정을 거친 후 비로서 1988년에야 최종결론을 도출했다고 한다. 이후 2006년 완공되었으니 샨샤댐 건설에 무려 10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샨샤댐은 가장 최근의 인공적 환경재앙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일단 댐 건설로 120만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해야만 했고, 중국의 주요한 역사 유물이 엄청나게 수몰되었다. 그리고 무려400억 톤에 달하는 댐의 저수량은 지구지표의 특정지점에 국부적인 압력을 가하게 되고 이는 지압의 변동을 초래하여 지진을 일으키고 나아가 지구의 자전축의 변화까지 초래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 중국에 빈발하는 지진과 이로 인한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는 바로 샨샤댐의 건설과 무관하지 않음을 주장하는 학자와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황해의 유입수량이 줄어들어 바다의 염도가 올라가 바다식생이 변화하고 있고, 샨샤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여 고비사막 등 만주벌에 증기 공급이 막혀 황사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샨샤댐이 완공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숱한 환경피해가 발행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재앙이 닥치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댐 찬성론자들은 댐을 통해 물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댐을 통해 수해도 조절하고, 덤으로 댐 주변을 관광지화 해서 지역사회의 경제를 윤택하게 하고, 댐 자체의 근무 인력으로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영주댐 건설을 옹호하고 있다. 또한 영주댐 같은 중규모 댐은 샨샤댐 같은 대규모 댐이 초래하는 환경재앙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사실 일부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는 하다.

영주댐은 2009년 7월에 착공하여 2014년에 완공예정이다. 총 예산 8380억 원을 들여 댐 길이 380m에 높이 50m, 그리고 저수량은 1억8100만 톤이 될 예정이란다. 인근 안동댐에 비해 1/7에 불과한 영주댐은 연간 2억 톤의 용수를 확보하여 92%를 하천유지 용수로 흘러 보내고, 1000만 톤을 생활용수, 공업용수 영주 등 인근 도시에 공급할 예정으로 그 과정에서 연 약 16Gwh의 전기도 생산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긍정적 효과는 미미하고 그 부작용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벌써 영주댐 수몰 예정지는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등져야 할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댐의 수위가 올라옴에 따라 총 511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가야 한다. 물론 금전적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어쩌면 그 지긋지긋한 농사를 때려치울 수 있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천만의 말씀이다. 수몰 예정지의 땅은 이미 많은 면적이 땅 투기 꾼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고 수몰 농민의 80%가량이 소작농이다. 보상비라는 돈을 움켜지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니다.

댐건설로 지역에 가져올 경제적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 일단 수몰예정지의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주민들이 떠나고 나면 그만치 지역의 인구는 감소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만치 지역경제가 입는 손실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토목공사를 통해 지역경제가 입는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것 역시 미지수다. 건설기간 내에 일시적으로 일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지만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고, 건설 후 댐 관리 인원만치 일자리가 생겨나게 되지만 댐 건설로 인한 피해에 견준다면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 댐 인근 지역 농지에 주는 피해는 산정하기도 쉽지 않을 만치 심각하다. 영주댐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추정하는 예상 피해액은 연 1,000억 원 이상이다. 그 정도의 피해를 상쇄하고 남을 만치 영주댐건설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클까? 시민은 지방권력과 토건세력들이 제시하는 자기들만의 셈법을 믿을 수 없다.

이미 영주댐 공사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정확이 공정의 몇%가 진행되었는지 모르지만 댐 건설지 일대의 강과 산을 포클레인으로 전부 파헤쳐놓았고 마을은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MB식 밀어붙이기가 가져올 환경재앙이 공포스럽다. 댐 찬성론자들은 댐의 규모가 작아 환경영향이 미미한 것처럼 호도하지만 댐이 크면 큰 대로, 댐이 작으면 작은 대로 환경변화는 피할 수 없고 그로 인한 재앙은 예측하기조차 쉽지 않다. 봉화군 명호면에 있는 소수력댐인 [명호댐]은 규모면에서 얼마 되지 않지만 댐건설이후 명호 이나리강의 수질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지역주민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 투명하던 강바닥에 청태가 끼고 한 번씩 댐이 방류라도 하면 흙탕물이 강 전체를 뒤덮는다. 당연히 강에 서식하던 각종 민물고기 등의 식생도 엄청나게 바뀌었고 댐 유역을 중심으로 안개가 빈발하여 교통장애와 농작물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 조류가 댐건설에서 댐 해체와 원상복구로 바뀌어가는 시점에 이루어지는 영주댐 건설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방권력이 강행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영주댐 건설은 MB식 사대강사업과 동일선상에서 환경적 재앙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사대강 사업과 영주댐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문화적 풍토는 또한 결과적으로 다시 그와 같은 풍토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영주댐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영주댐이 가져올 환경재앙을 넘어 그와 같은 사회문화적 재앙에 주목한다.

먼저 영주댐 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드러나는 개발독재의 망령이다. 수몰지구 문화재의 현상변경 절차를 무시하거나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등 불법과 탈법적 방법을 총동원해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개발독재자가 되어가는 지방권력의 추악한 모습을 본다. 영주댐건설 같은 주요한 사안에 대한 지역민의 민의는 철저히 무시되고, 지방권력은 독재자의 범죄행위에 가까운 행태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철저히 토건자본에 봉사하기 위해 자행되는 국토 유린은 지방권력의 배후에 있는 박정희와 히틀러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유사 이래 한반도 최대의 환경재앙이 될 사대강 사업에 기대어 지역의 작은 개발독재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지방권력은 ‘댐’을 통해 또 다른 권력을 탐한다.

그와 같은 연장선에서 숫자는 중앙에 종속된 지방권력들이 항상 빠지는 함정이다. '몇 천억 짜리 무슨 무슨 사업 유치' 등을 내세우며 지역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된 양 떠벌리는 지자체장은 도대체 그렇게 따온 예산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지 않는다. 8000억을 들여 영주댐을 만들 때 가져올 긍부정적 효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거나 기회비용의 측면은 고려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예산 따오기에 목을 매고, 외적 실적 위주로 행정을 집행한다. 중앙권력에 기생하는 지역의 식민권력자들에 의해 과대포장 되는 그 돈으로 지역민의 복지를 강화하고, 지역 농업, 농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지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문화 복지에 사용한다면 백보 양보해도 댐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얻을 긍정적 효과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영주댐은 영주를 살리고 영주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사업이 아니다. 영주댐은 경제적 환경적 재앙은 물론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정신문화적 풍토까지 해치는 재난이다. 하지만 이미 권력은 온갖 절차적 과정을 무시하고 강산을 파헤쳐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가름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영주댐 건설 반대운동은 지역의 환경을 지키는 운동과정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산하고 주민을 조직하는 과정이고, 일정한 시기에 국한된 특정사업에 대한 반대운동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지역사회의 변화에 기여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영주댐 건설 반대운동은 자연과 환경,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가치를 확산하고, 주민의 권익과 생존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운동으로 발전하고 고양되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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