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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의 사상적 지평을 연 지성의 토대가 되는 청년시절 독서의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오해도 많고 열성팬도 많은 '정치인' 유시민에게는 어쩌면 최종적 '입장'이 아니라 그 입장의 원천을 드러내는 일이 꼭 필요했었다고 보는데, 바로 그와같은 역할을 거뜬히 하고 있다. 물론 필자 유시민의 집필 동기는 스스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다른데 있고, 그것은 바로 지표를 잃어버린 자의 삶의 길찾기, 즉 한국사회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자의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와 나아갈 바에 대한 모색일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책 [청춘의 독서]는 청춘시절 독서의 중요성이나 책읽기의 방법을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측면보다는 필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과제를 지고 살아가야 할 이미 기성세대가 된 나같은 독자와 그 고민을 나누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길은 잃'은 유시민은 오래된 지도를 다시 편다. 그 지도는 청춘시절 읽었던, 이후 유시민의 삶의 방향을 이끈 나침판같은 역할을 해주던 주옥같은 14권의 고전이다. 그리고 다시 길이 보이지않는 지금 그는 새로운 지도가 아니라 바로 그 낡은 지도를 다시 편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 리영희의 [전화시대의 논리], 칼막스의 [공산당선언], 사마천의 [사기], 다윈의 [종의기원],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맹자], ... 어느 것 한권 무겁지 않은 책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 14권의 고전이 세상의 근본을 모두 보여주거나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필자 유시민은 자신의 사고와 행위의 근본을 이루는 가치의 보고를 다시 뒤적거림으로써 저만치 나아간 자가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는 자의 태도를 되찾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막무가내 밀어부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위대한 바보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그 근본으로 돌아가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는 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주할 수 있었던 그의 겸손한 삶의 태도가 참 건강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 http://usimin.net/  에서 퍼옴

근본을 되짚는 [청춘의 독서]는 그렇다고 한가한 고전읽기의 흔적은 아니다. 그는 치열한 현실에 두발을 딛고 달음박질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는 마음으로 현실과 책속을 오간다. 그 접점이 어디이고, 그의 사색의 과정이 가져올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휴머니스트 유시민의 젊고 건강한 정치적 행보와 삶의 여정을 지켜보고 싶다.

유시민은 이제 젊은 정치인이 아니라 50대의 기성세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은 항상 청춘을 갈망했고, 그의 지지자들 역시 청춘일 수 밖에 없었다.  자연적 나이를 뛰어넘는 그의 젊음은 바로 독서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그가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노무현대통령의 삶과도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독서하는 정치인, 지성적 정치인에 목마른 한국사회에 그와같은 정치인의 큰 획을 긋는 유시민의 이후 삶의 행로에 큰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 그의 행운이 한국사회의 행운과 일치하기를, 그의 정치 여정이 표면적으론 다르지만 근본에서 같은 세력이 더불어 민주주의의 기초를 지키며 우리사회가 나아가야될 큰 비젼을 함께 모색하며 그 토대를 쌓는 과정일 수 있기를 또한 기원한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나는 비슷한 연배로서 이제는 잊어져가는 아련한 꿈들을 되새긴다. 그리고 잊었던 이름들을 불러본다. 칼 막스, 라스콜리니코프, 쇼냐, 이명준...  그리고 늦은 숙제를 떠 안는다. 다음 두권의 책을 꼭 읽어봐야지.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필자가 [진보와 빈곤]에서 인용한 구절을 다시한번 적어본다.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 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 부패한 민주정부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엑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가 나가면 더 악한 자가 들어선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나긴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자유롭던 민족이 노예상태로 전락한다.(.....)가장 미천한 지위의 인간이 부패를 통해 부와 권력에 올라서는 모습을 늘 보게 되는 곳에서는,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부패한 민주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Progressive and Poverty, p53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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