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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비나리미술관은 마을 아이들을 중심으로 멀리 안동, 영주 어린이들도 참가하는
'미술체험'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많게는 30여명의 어린이들이 부모님, 마을 공부방 인솔선생님과 함께 매주 토요일 오후를 비나리미술관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벌써 올해로 5년째, 처음 미술관 수업에 참가한 마을 어린이들이 지금은 자라 고등학생이 되기도했고, 그 때 막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지금은 미술관에서 같이 수업에 참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5년 작지 않은 세월이지만, 언제 지나갔는지 세월은 그렇게 또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연말이 되면  지난 세월을 추억하고 정리하면서 한편 새로운 한해를 맞을 마음을 준비하게 됩니다. 비나리미술관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작은 마을 전시를 열고 주민이 함게 모여 지난 한해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새로 맞을 한해의 꿈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왔습니다. 첫해에 마을아이들의 전시를 시작으로 마을주민전시 등을 열어왔는데 올해 다시 마을 아이들의 전시회를 열어 주민이 함께 하는 조촐한 잔치를 가졌습니다.

구제역 한파로 지역사회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사람들의 왕래조차 줄어든 사정으로 외부 손님 초청없이 마을주민과 아이들만 참가한 소박한 자리였지만 풍성한 음식과 넉넉한 인심으로 즐겁고 정이 넘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도 줄고, 희망도 줄고 남아있는 삶들은 날로 팍팍해져 가는 산골마을에서 소박한 '미술교실'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그나마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 작은 유대를 형성하고 그 유대를 토대로 작은 꿈들을 공유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불가능한 꿈의 한자락에서 비나리미술관이 내년 한해 지역사회의 작은 사랑방으로 사람의 발길이 늘고 활기가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해 수고하신 만형이 어머니를 비롯한 공부방 선생님들, 봉화자활센타 관장님, 그리고 이날 잔치를 준비하신 학부모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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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지난 한해 봉화문화원 미술교실을 맡아 강의를 해왔는데
 [봉화문화]의 청탁을 받고 그 아름다운 시간을 정리한 글입니다.


아름다운 시간들

-류준화

긴장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한 미술 반 첫 수업이 벌써 일 년 전이 되었다.

작년 초, 그해는 개인전이 잡혀 있는 터라 다른 스케줄은 뒤로 하고 그림에만 올인 해볼 거라고 나름 일 년의 계획을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미술 강좌 하나 맡아 달라고 하시면서 ‘바쁘면 더 열심히 살면 되지요. 바쁠수록 더 많은 일을 한답니다.’ 그러시는 문화원 사무국장님의 전화 한 통화에 일 년 계획을 다시 세웠던 기억이 난다.

막상 수업을 하기로 하고 나니 바빠진 일정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수업해할 지가 오히려 더 고민되었다. 무작위 다수를 향한 오픈된 미술수업은 처음이여서 어떤 분들이 강좌신청을 할지도 파악 되지 않았고 대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 년 과정의 미술 강좌를 꾸린다는 게 덜컥 겁이 나기도 했었다.

또 한편으로는 미술의 경험유무와 상관없이 넘쳐나는 시각문화의 홍수 속에서 미술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미술이 어떻게 다가가야 되는지, 개개인의 미적 감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는지를 몸의 총체적 감각 안에서 새로운 소통과 체험들로 변화된 시각문화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도 싶었다. 물론 이런 수업은 보다 체계적이고 훈련된 수업준비가 많이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으로만 그쳤지만 미술교육을 고민하는 입장에선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이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술이 누구에게라도 주눅 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오래된 습관처럼 우리의 미술수업은 늘 기능중심의 수업이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사물과 똑 같게 표현되어지는 것이 기준이었고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을 구분 짓기만 하는 전혀 창의적이지도 미적이지도 않는 수업이었다. 아마 그래서 그림에 재주가 없는 아이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대다수의 어른들은 학교를 떠남과 동시에 미술과는 벽을 쌓게 되었고 자신의 미감을 절대 발설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것이 지금까지 보아 온 내 주변의 대다수 어른들이 미술을 대하는 태도였다. 몸의 세포 수만큼이나 다양한 감각의 층을 우리의 미술교육은 묘사력 하나로 정리해 버렸다.  

미술은 자유로움이고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어떤 창작품이든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미술로 놀고 미술로 표현하고 삶과 함께 일상 속에서 미술은 즐겨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적어도 나의 수업의 목표는 미술로 인해 주눅 들게 했던 벽을 허무는 것이길 원했고, 두려움을 없애고 나를 즐길 줄 아는 시간이 되길 원했다.

나의 예상대로 수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 이후 거의 미술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이셨다. 우리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첫 수업시간에 내게 물었다.

그렇게 첫 수업에서 보였던 두려움은 몇 번의 수업 후 금방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그녀들을 억압했던 두려움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켰다. 난 벽을 허물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던 열망들이 곧 열정이 되었고 오히려 내가 학생들의 열정을 따라가기 바빴다.

너무나 즐겁고 신나게 수업을 하느라 학생들 개개인에게 미술이 무엇인지 미술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녀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감성들을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해내는 것에 자유로웠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손끝에서 나오는 희열들을 맘껏 즐기고 있었고 의도대로 그려지든 그렇지 않든 자기 몸의 모든 감각들이 한곳에 집중되는 쾌를 느끼고 있었다. 잠재되어 있던 오감들이 팽창되어 한껏 부풀어 오른 열정으로 충만했고 나는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았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인 미술수업은 나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오히려 내가 미술을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배우는 중이였다. 미술반 강의실 앞을 지나가던 누군가는 미술반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고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핀잔 아닌 질투를 보이기도 했었는데 그 유쾌함이 좋았다. 같은 그림을 반복 또 반복하며 최상의 것을 만들려는 노력과 자신의 감성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와 함께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과도 같은 긴 일 년의 수업과정을 끝내고 그간의 결과물들을 모아 소박하지만 커다란 울림이 있는 전시회를 가졌다.

우리도 잘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첫 수업시간에 했던 질문을 아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잘 그렸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 버린 지도 모른다. 이미 모두들 아름다운 시간들이 무엇인지 알아 버렸고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그림들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은 씨앗을 뿌린 기분이었다. 불과 일 년 만에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을 쏟아 놓으니 다음의 전시가 기대된다. 작은 씨앗 속에 큰 나무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행복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누구도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는 나의 교육목표는 이룬 듯하다.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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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미술관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미술관입니다.
말이 미술관이지 일종의 마을 커뮤니티센타 같은 공간입니다.
2003년에 농림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40여평의 건물로
처음에는 도시민의 농촌 문화체험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간의 성격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유명하신 화가분들의 개인전도 있었지만,
더 값진 지역주민의 전시와 지역아이들의 전시가 있었고
그리고 3~4년전부터 지역 아이들을 위한
토요미술교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봉화뿐아니라, 안동 영주에서까지 
참가자가 오시기도 할 만치 인기가 있었는데    
작년에 사정이 있어 1년 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다시 수업을 재개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미술수업을 하는 동안
기다리시는 부모님은 도예 체험 등의 활동도 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공지하오니
많이 알려주시고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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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미술관에서 알립니다. 

긴 겨울이 가고 벌써 봄이랍니다.

부지런한 개구리도 보이구요.

한낯의 햇살이 따끈따끈합니다.

겨울 핑게, 작업 핑게 등등으로

그동안 쉬었던 아이들 미술교실을

다음주 토요일부터 시작하려합니다.

시간은 오후2시부터 1시간 30분정도구요.

참가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교육비는 미술관 관리비로

가족당 월 1만원으로 정하겠습니다.

우리 마을은 원체 다동이네가 많아서 1인당으로 하면

안그래도 쌀값많이 들어가는데...

교육비까정 많이들어가면 안되잖아요^^*

 

혹 억울하신 분 계시면 지금이라도

아이 많이많이 놓으시구요~~

오랜만에 비나리미술관식구여러분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강일시 : 3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연락처 : 017-523-6234

수강료 : 지역주민 가족당 월 1만원 (미술관유지관리비로 쓰입니다)
           체험도시민 1인/회당 5,000원
   
준비물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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