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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도와 인증업무가 동시에 수행되는 <봉화군 친환경농산물인증센터>의 존치를 촉구한다.

봉화군에서 운영해 온 친환경농산물인증기관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업무는 1998년 <환경농업 육성법>에 따라 처음에는 “농산물 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단독적으로 시행했다. 2002년부터 민간기관도 업무에 참여를 시작하고, 애초 2013년까지 민간에 인증 업무를 완전히 이관하기로 함에 따라 농관원에서 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대거 퇴직하여 민간인증기관을 설립했다. 하지만 이후 민간기관의 부실인증 문제가 대대적으로 터지면서 정부는 2011년경 각 시도별로 두 개 정도씩 농업기술기술센터 주도로 인증기관을 설립하기로 하고 몇몇 지역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인증업무와 농사기술지도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봉화군 농업기술센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후 민간인증기관의 반발과 로비가 이어지고 농관원이 민간인증기관의 편에 서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변경해왔다. 그 결과 봉화군 친환경인증센터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에서 운영하는 인증기관으로 버티어오다 드디어 존폐의 기로에 까지 몰리게 되었다.

농관원의 주장은 인증기관을 독립적인 민간 인증기관을 대형화해서 인증 심사의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인증제도의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년 500농가 이하 인증 기관과 전담직원 5명 이하 기관을 정리하겠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와 친환경 농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의도를 관철해왔다. 마지막 남은 것이 봉화군 친환경인증센터가 되어 버렸다.

친환경인증 농가인 나와 같은 농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봉화군관내 260여 인증 농가 중에 절반 정도가 이미 타 지역 민간인증기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나머지 절반인 130여 농가는 인증 심사과정이 훨씬 까다로운 <봉화군 친환경인증센터>를 통해 인증을 받아오고 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는 남다른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인증 기준을 위배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친환경 농사를 짓기 때문에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마다하지 않는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인증 과정을 더 엄격해져야 하고 농민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어왔다. 생협 등에 농산물을 납품할 때도 민간기관이 아니라 봉화군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을 경우 훨씬 신뢰한다는 사실도 늘 체감해 왔다.

제도적 문제를 두 가지만 보면 먼저 ‘5명이상 전문직원’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조항은 소규모 기관의 폐쇄를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지만 봉화군 같은 작은 지자체는 2~3명의 직원만 있어도 충분히 인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최소인원을 5명 이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인증업무 관할을 봉화군 경계를 넘어 경북 전체로 하든지, 아니면 타 민간인증기관처럼 전국으로 해야 한다. 봉화군 관내 농가에 한해 인증업무를 보게 하면서 5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해라고 하는 요구는 그야말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증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에 인증건수가 있다. 인증 건수가 많아야지만 우수 인증기관이 될 수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7명의 직원을 갖춘 모 민간인증기관을 년 2000건 이상 인증업무를 처리한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평가에서도 단연 높은 점수를 받는다. 직원 한 명이 50여 명의 인증업무를 처리하는 봉화군 인증센터와 직원 한 명이 년 300명의 인증 업무를 처리하는 민간 인증센터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봉화군 인증센터가 더 엄격하고 정밀하게 인증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봉화군이 경영적 측면에서 고민할 수 있지만 농관원이 인증센터 평가기준으로 인증건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다.

인증센터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봉화군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농관원이 기관 설립 규정을 지자체 운영 인증기관의 유지가 불가능한 조건으로 바꾸고, 감사 등의 수단을 통해 조직적으로 지자체의 인증기관을 괴롭혀왔지만 지금까지 인증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당장 자격을 갖춘 5명의 정직원을 배치할 여력이 없다. 설사 5명의 직원을 배치한다고 해도 년 500건 이상이라는 기관 유지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직원들이 감사 등을 통해 징계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직원을 채용하고 인증 농가수를 500명 이상으로 늘일 수 있다 해도 감사지적사항인 5월 말까지 이 조건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봉화군의 고충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나는 지자체 장의 의지만 있다면 피해가거나 돌파해 나가지 못한 난관은 없다고 본다. 3월에 시정명령을 내려 5월 말까지 직원을 5명으로 늘리라고 하는 요구에 대해서는 일단 행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고 봉화군 관내 친환경 농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강구한다면 농관원이 지금 같은 횡포를 부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현 제도하에서 조건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동시에 법적 제도적 개선을 친환경 농가들과 함께 요구해 나간다면 전국 유일의 지자체 운영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봉화군 친환경인증센터가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인증업무가 몇몇 기업의 먹을거리가 되어 휘둘리는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지 못해 완전히 민간인증기관에 독점될 경우 머지 않아 부실인증 사태가 불거질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 70%, 지자체 30% 보조로 진행되는 친환경인증 비용의 상승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공적 업무는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업무를 사설 민간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던져주는 지금의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 운영 제도는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지역의 여건에 맞는 인증기관 설립요건을 수립하고 친환경 농업에 대한 기술지도와 함께 인증업무가 수행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인증제도라고 확신한다. 봉화군의 결단과 중앙 농정기관의 인증 제도 혁신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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