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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미FTA가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고 나서 몇분 지나지 않아
봉화군청 농업기술센타 인력육성 담당이라는 분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기 24일 서울 집회에 가시나요?"
너무 의외의 질문을 받고 황당한 나머지 '예?'라고 되물었다.

"24일 FTA반대 집회에 명호면 농민회에서 몇명이나 참가할 예정인가요?"
이쯤에서 어떤 전화인지 파악이 되고 꼭지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 봉화군 농민회로 부터 24일 FTA반대 서울 집회에 대한 연락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봉화군청 공무원이 먼저 알고 파악에 나선것이다.


국회 소식을 듣고 이날 공부방 수업을 할 의욕이 사라졌지만
갈등끝에 할 수없이 면소재지 공부방에서 아이들 수업을 막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이런 전화를 받고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옆에 학부모님들이 계신것도 잊고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원파악해서 봉화군에서 여비라도 주실라고 그러십니까?"
"그게 아니라 과장님이 전화 걸어 알아봐라고 해서..."
"지금 전화하신 것은 인력육성담당의 고유업무로 하신 건가요?" 
"예. 농민단체 동향파악을 하라고 해서...."

"이보세요. 지금이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입니까? 주민동향파악이라니...
봉화군 공무원이 정보경찰인가요?
과장하고 계장한테 반드시 전하세요.
다시 한번 더 이런 전화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순진한 말단 여직원 시켜 이런 전화를 걸게한 비겁한 담당 과장을 직접 바꿔달라고 해서 욕이라도 한바가지 해주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다.
몇번이나 봉화군농업기술센타로 전화를 걸까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들이 도착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봉화군 농민회 명호면지회가 사라진지 10몇년만에 최근 한미 FTA 반대 과정에서 젊은 농부 10여명이 농민회를 재구성했다. 그냥 서로 돕고 살고, 살림에 보탬이 되고, 가정의 화목에 도움이 되는 그런 농민회 만들자고... 농민회를 중심으로 재미나게 살자고 만든 농민회가 구성되자마자 관공서의 파악대상이 되어버렸다. 

벌써 면사무소로부터 누가 지회장이냐, 몇명이 가입했냐, 내일 서울 집회에 몇명이 가냐는 식의 전화를 여러번 받았다. 지회장을 맡기로한 나뿐 아니라 다른 회원에게도 여러번 전화가 갔다고 했다.

사실 봉화군 같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공무원이든 농민이든 서로 이래저래 얽혀있고 최소한의 안면은 거의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보니 애원쪼의 전화든 무덤덤한 전화든 매몰차게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전화를 받고도 대충 둘러되기도 하고, 애둘러 거절하고는 했지만 사실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이런 일은 그냥 용납하고 말 사안이 아니다. 농민회가 무슨 비밀지하조직도 아니고 해서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일도 아니고, 서울 집회에 누구누구가 가는지 굳이 비밀로 부칠만치 대단한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군민을 위한 행정서비스가 중심 업무여야 할 공무원이 주민 동향파악에 나서고 있는 사태는 분명히 용납해서는 안될 사항이다. 이 모든 것이 MB 때문이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알아서 기는 봉화군 공무원의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24일 서울집회를 알려준 봉화군 공무원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날 집회에는 가능한 많은 회원들과 함께 꼭 참석해야겠다.

그리고 허울뿐인 조직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곳에 제소를 하든지, 사생활 침해로 고발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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